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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넌버벌(Non-verbal) 공연은 국내에서는 필수 관광 코스로 포함되어 있고,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더욱이 한류문화가 주춤하는 시기에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넌버벌 공연은 ‘난타’와 ‘점프’다. ‘난타’의 경우 10년 동안 35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고,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점프’의 경우엔 해외의 꾸준한 흥행 속에 할리우드의 톱스타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보았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소개 되면서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밖에 해외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주요 넌버벌 공연에는 ‘마리오네트’, ‘브레이크 아웃’, 그리고 ‘사랑하면 춤을 춰라’, ‘드럼캣’, ‘두드락’, ‘도깨비 스톰’ 등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은 새로운 한류코드를 탄생시켰고, 한국 문화를 해외로 전파하는 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넌버벌 공연들은 빠른 성장세 속에서 점차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다양함과 드라마의 부재다.

 

흥행한 넌버벌 공연들은 대개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내용 및 구성이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보면 ‘타악음악’과 ‘춤’으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타악음악 형식을 갖춘 공연으론 ‘난타’, ‘드럼캣’, ‘최소리와 아리랑 파티’ 등을 들 수 있다. 춤(비보잉, 무술) 형식을 갖춘 공연으론 ‘점프’, ‘마리오네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사랑하면 춤을 춰라’ 등이 있다. 때문에, 비슷한 형식과 구성을 가진 공연을 한두 번 보게 되면 넌버벌 공연에 대한 래퍼토리를 알게 되고,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일 우리나라 대표 넌버벌 공연 축제 ‘2008 코리아 인 모션’이 열렸다. 4일에는 축제의 일환으로 외국 프로모터(공연기획 바이어)와 국내 공연기획자간 만남의 자리가 펼쳐졌다. 이 자리는 궁극적으로 우리 넌버벌 공연을 세계에 알리고 판매를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의 현주소를 알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해외 프로모터와 국내 공연 기획자들간 대화 속에서 두 가지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바로 외국 프로모터들은 한국식 넌버벌 공연은 비보이 댄스와 타악으로 구성된 것으로 인식해, 그런 류의 작품이 아닌 것에는 선뜻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 프로모터들은 작품 ‘흥행성’에 민감해 해외서 선보이지 못하였거나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것에는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특히, 앞에서 언급했듯 비슷한 성향의 넌버벌 작품이 많다는 것도 넌버벌 공연 흥행의 독이다. 지금이야 한국 넌버벌 공연이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넌버벌 공연의 내용 및 구성에 관한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흥행의 가속도는 점차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넌버벌 공연의 내용 및 구성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넌버벌 공연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 또는 한국관광공사등의 관계기관이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와 달리 올해 2008 코리아 인 모션에 출품된 작품에는 ‘위대한 삶’을 비롯해 ‘공씨의 헤어사롱’, ‘드루’ 등 새로운 형태를 기반한 실험적 성향의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공연이 300석 이하 소규모 공연무대에서 펼쳐짐에 따라 관객들에게 널리 홍보하는 데에는 쉽지 않았다.

 

또 넌버벌 공연은 다양함을 지향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카테고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넌버벌 공연이 가지는 장점이 ‘비언어극’이기에 다양한 형태의 공연문화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한편으로 단점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다. 즉, ‘마술쇼’ 또는 ‘드로잉 쇼’ 같은 것은 기존의 넌버벌 공연과 달리 접근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이 많아짐에 따라 넌버벌 공연이 가진 이미지가 분산될 염려를 낳게 된다는 부정적인 평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 걱정되는 면도 많다. 앞으로 넌버벌 공연이 꾸준히 우리 문화계 효자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기된 다양성과 드라마(스토리)의 부재에 대해 고려해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 공연문화가 세계 속에 우뚝 서는 바탕이 될 것이다.


태그:#넌버벌, #문화, #춤, #노래, #이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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