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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이제 70이여... 아직 젊자나?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좋은 일도 하고 추억거리도 만들고 손주 같은 녀석들하고 이렇게 어울리니 더 젊어지는구먼... 내가 산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우리 며느리도 몰라. 참 난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지... 산타 할머니구만!"

인천 서구노인복지관 이 곳에서 산타와 지역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 그리고 다문화 가정 2세대 아이들이 어울려 케이크 만들기에 한창이다. 지난 20일 서구노인복지관에서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산타로 분하고 지역 소외계층 아이들을 초청해 '제 1회 산타축제'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산타로 분장했을 뿐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편견은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본 행사 전 1주일 동안 각종 율동, 마술, 노래, 아트풍선, 어투까지 교육 받으며 진정한 산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담당하는 김주희 사회복지사는 "교육 첫 날 소위 '버벅' 거리시던 어르신들이 3일차부터는 전문 강사가 말하기 전에 이미 교구들을 가지고 알아서 연습하고 있으니 청출어람이 따로 없는 듯 하다"며 어르신들의 발전에 놀라워했다.

산타할머니(?)와 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꿈을 전하는 산타할머니! 산타할머니(?)와 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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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와 국적 구분 없는 통합의 장

행사 30분전 벌써부터 아이들이 복지관으로 모여든다. 지역 저소득 아이들의 방과후를 책임지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다. 표정에는 케이크도 만들고 선물도 받아간다는 생각에 벌써 희희낙락이다.

아이들과 동행한 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지역아동센터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선물도 제대로 못 챙겨줬는데, 노인복지관에서 이런 행사를 마련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축제 시간이 다 되어가자 뜻밖의 손님들이 복지관에 들어섰다. 다문화 가정 2세대 아이들이다. 상대적으로 이런 문화 혜택의 접근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복지관의 이런 산타축제는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에게도 뜻밖의 선물인 듯했다.

산타 마을을 찾아 준 아이들에게 복지관 관계자가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 꿈을 전하는 산타마을 축제! 산타 마을을 찾아 준 아이들에게 복지관 관계자가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 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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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사회복지사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 특히 엄마의 한국 문화 적응의 속도에 따라 가정과 사회에서 긍정적인 대인관계 습득의 차이도 나타난다. 다문화 가정 2세대 아이들이 우리 어르신들 그리고 함께 하는 또래 아이들과의 정서 교류를 통해 올바른 대인관계 형성을 돕기 위해 이 행사에 초대했다"고 말하며 복지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이웃들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산타로 분한 어르신이 축제에 참여한 한 아이에게 마술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산타의 마술쇼 산타로 분한 어르신이 축제에 참여한 한 아이에게 마술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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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그 동안 배운 성과를 뽐내다

아이들이 다 모여 어르신들의 개인기를 뽐낼 시간이다. 1주일 동안 배운 풍선아트와 함께 마술쇼를 선보인다. 아이들은 저마다 풍선을 달라며 조르고 마술에 신기해한다. 개중에 큰 녀석들은 어떻게 속임수를 쓰나 연구하는 듯 팔짱을 끼고 뚫어지게 쳐다본다.

비록 전문가 만큼의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1주일의 교육 기간에 비해 괜찮은(?) 작품이 나왔다. 함께 풍선을 만들고 선물하며 어르신과 아이들은 상당히 친해진 모양이다.

산타와 함께하는 케이크 만들기

산타와 아이들이 함께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케이크 만드는 재료를 보고는 산타도 그리고 아이들도 난감해 한다. 이때 이들의 구세주가 찾아 왔으니 인천문예전문학교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도움으로 케이크 빵에 생크림을 바르고 각종 장식을 하니 제법 케이크 다워진다.

"선생님! 이 케이크 저희가 먹어요?"
"다 만들고 나눠 먹을거야."

처음으로 만들어 본 케이크를 보고 뿌듯한 얼굴이다. 빨리 먹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어르신들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 순간 어르신의 얼굴에 흰 생크림이 찍혔다. 한 아이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장난을 쳤나보다. 이에 질세라 어르신도 손가락에 생크림을 찍어 아이의 얼굴에 생크림 점을 찍는다. 손주 같은 녀석들의 장난에 어르신의 권위는 잠시 접어두신 모양이다.

산타와 아이들이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재료는 인천문예전문학교에서 후원했다.
▲ 산타와 케이크 만들기 산타와 아이들이 함께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 재료는 인천문예전문학교에서 후원했다.
ⓒ 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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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계속 된다

함께 만든 케이크를 나누며 산타 축제는 막을 내렸다. 어르신과 아이들은 복지관에서 마련한 포토존에서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내년을 기약하며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긴시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한 어르신들이 피곤하실 법도 하건만 표정이 나쁘지 않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엔 친손자손녀 녀석들에게 산타노릇을 할 심산에 마냥 좋은 모양이다.

"머 힘들게 있나. 다 손자손녀 같은 녀석들인데 언제 애들하고 이렇게 놀 수 있겠어. 이렇게 만들어 준 복지관 직원들이 고생했지."

어르신들의 산타 활동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내주부터는 오늘 축제에 참석하지 못한 어린이집을 순회하며 '꿈을 전하는 산타' 활동을 펼치기 때문이다. 산타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나눔뉴스에도 동시 송고되었습니다.



태그:#산타마을축제, #서구노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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