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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오후 2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실천연대 구속자에 대한 1차 재판이 진행되었다. 같은 날 오전10시에 진행된 범청학련 남측본부 윤기진 의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 3년이 선고돼 오후에 진행된 실천연대 재판에 참관하는 마음이 그리 가볍지 못했다.

 

오후2시에 시작된 재판은 모두진술에만 무려 6시간이 걸릴 정도여서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였다.

 

먼저 시작된 검사의 모두진술은 실천연대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의 행위를 이적행위로 몰아갔다. 검찰 논리를 구성하는 기초에는 북을 반국가단체 및 적으로 규정하는 뿌리깊은 반북의식이 있다. 그들은 남과 북의 교류협력이 당연시되는 지금까지도 북을 적으로 간주한다. 긴 시간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하여 진행된 검사의 모두진술은 얼핏 보기에 실천연대가 북의 지령을 받고 체계적으로 조직을 구성, 운영하면서 이적행위를 해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검사측이 그토록 방대한 양(증거자료 약10만여쪽, 500쪽 150권분량 이상)의 공소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진술한 것은 처음 보았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검찰 진술 이후 방청석은 다소 위축된 느낌마저 들었다.

 

이어서 진행된 6명의 변호인단과 4명의 실천연대 구속자들이 모두진술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허위이고 조작이라는 것을 반박하자 방청석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도하던 검사가 피고측 모두진술이 있을 때마다 공소사실을 뒤적이는 데서 공소내용을 자신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변호인 6명은 검찰의 9가지 중점 기소내용에 대해 반박을 시작하였다. 그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의 태생적 한계와 위헌성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을 첫자리에 두었다.

 

검찰은 실천연대 강령·규약이 마련된 2001년을 결성시기로 보고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취지 진술을 했다. 변호인측은 2000년 실천연대 결성 사진을 구하여 사진 한 장으로 검찰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2000년 결성만 확인되어도 이 재판은 공소권 없음으로 결말이 날 사건이다. 그만큼 검찰은 무리한 수사, 취약한 수사를 했던 것이다.

 

이적행위에 대한 부분, 잠입탈출 등 행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마치 간첩 행위를 한 것처럼 묘사했다. 실천연대 구속자들의 모든 행위는 정부 허가아래 합법적으로 진행된 것들임이 변호인들에 의해 밝혀졌다. 심지어 강진구 전 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의 잠입탈출에 대해, 위원장이 여권발급에 난항을 겪자 공안당국이 나서서 이를 해결해 주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었고 방청석은 검찰의 억지에 분노했다.

 

변호인 뿐만 아니라 구속자 4명의 모두진술은 놀라웠다. 특히 카이스트 공학박사 출신인 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은 과학도답게 이론과 법칙의 차이를 예로 들며 현 공안당국이 이론을 법칙으로 법칙을 이론으로 어떻게 역전시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폭로했다.

 

강진구 전 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은 실천연대의 결성시기와 관련된 검찰 논리를 반박하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정이 가훈을 써야 비로소 결혼한 것이고, 그날이 결혼기념일인가"라고 반박하며 검찰이 실천연대의 강령규약 제정만을 근거로 결성시기를 추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방청석엔 웃음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최한욱 집행위원장은 최근 부시의 신발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은 이명박 정권에게 신발은커녕 욕지거리 한 번 한 적이 없고 정당한 정책적 비판을 했을 뿐인데 이를 두고 이적행위, 사회전복세력으로 몰아간다면 그야말로 야만과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문경환 정책위원장은 정책위원장답게 북미관계로부터 현 남북관계까지 세세하게 분석 전망해 방청석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곽동기 상임연구원은 자신을 수사했던 국정원 수사관과 검사를 가리키며 그들이 DMB폰을 자랑하고, 스스로 국가보안법 사건을 잘 모른다는 식의 말을 한 것을 털어놓았다.

 

이번 재판을 보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구속자들의 한결같은 자신감과 떳떳함, 신념에 찬 눈빛이었다. 결코 공안당국의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기 과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정의로움의 눈빛이었다. 이번 재판 결과를 낙관하고, 승리를 확신하게 되었다. 또 그것은 지난 촛불항쟁에서 우리 국민들 눈빛에서 보았던 그것과도 같았다.

 

재판이 끝나고 구속자 가족들, 변호사들, 동료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이번 변호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모두진술이 너무 훌륭했고, 좋았다. 우리 변호인단에게 정말 좋은 자극이 되었을 정도이다. 더욱 분발하겠다."

덧붙이는 글 | 관련 내용은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곧 실천연대가 홈페이지에 구속자 모두진술을 게시할 예정이다. http://www.615.or.kr/


태그:#실천연대, #국가보안법,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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