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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신문을 보기가 두렵다. 경기는 극심한 불황인데다 그 불황을 더 부추기는 정치인들 때문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런데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오히려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후진국이 아니고서는 이런 불행한 나라가 또 있을까.

 

국민을 위해 대신 일해 달라고 뽑아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낸 세금으로 녹을 주었던 국회가 아수라장이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에 시위 현장처럼 물 호스와 소화기가 등장했다. 공룡처럼 거대한 여당 한나라당의 FTA 비준안 단독 상정으로 생긴 일이다. 한나라당은 회의장을 봉쇄하여 야당출입을 막고 날치기 상정으로 군사작전 하듯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여당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연말까지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모든 관련법령은 모두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라는 말은 법을 만들고 앞장 서 지켜야 하는 주체인 국회의원이 할 말이 아니다. '어떤 방법이라도'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어떤 불법이라도 저지르겠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진정 의회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나라인가.

 

신성한 국회에서 그런 추태를 벌이지 말고 차라리 국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그들끼리 모여 일을 벌였으면 이토록 울화가 치밀지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 외통위원은 "부끄럽고 착잡하다. 상임위 안에서 살기를 느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외통위원은 "나는 비준안 상정 전에 회의장을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가로막혔다. 문을 열 수 없어 나오지 못했다"며 자괴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게 의회 민주주의 나라에서 가능한 일인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민이 지켜야 할 법을 제정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들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그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라고 뽑아준 어리석은 국민들이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모든 것은 인과응보가 따르기 마련이다. 여당의 이런 횡포를, 이런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을 만들어주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어떤 불행한 결과가 오든 이제는 오롯이 그들을 선택한 국민의 몫이다. 의석수가 절대 부족하니 여당의 횡포를 막기에 역부족인 야당은 지금 총체적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질러질 수많은 횡포들을 어찌 해볼 것인가.

 

이런 국회를 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저 손 놓고 망연자실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인 국회의원 소환제는 이런 때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정치 무관심증에 빠진 국민은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개탄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내 조국 한국은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라의 앞날이 두렵고 두렵다.


태그:#공룡여당, #전쟁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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