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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를 반대해 체험학습을 진행해 지난 16일 해임 통보를 받은 청운초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반대해 체험학습을 진행해 지난 16일 해임 통보를 받은 청운초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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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가지 마요."
"따라갈 거예요. 따라갈래요. 네?"
"경찰 아저씨. 우리 선생님 그냥 우리랑 있으면 안 돼요?"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운초등학교 4층 복도. 6학년 4반 아이들이 악을 쓴다.

이제 교실을 떠나는 자신들의 담임 선생님 옷자락을 붙들고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한 명씩 다독이고 타일러도 애들은 자신들이 쥔 옷자락을 오랫동안 놓지 않았다. 주위에 선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이들을 지켜봤다.

지난 16일 해임통보를 받은 김윤주 교사(33)가 애써 미소 지으며 아이들을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졸업식 때도 '홍길동'처럼 와서 축하해줄게"

일제고사를 반대해 체험학습을 진행해 지난 16일 해임 통보를 받은 청운초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제고사를 반대해 체험학습을 진행해 지난 16일 해임 통보를 받은 청운초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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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교사의 마지막 수업을 동료교사와 학부모가 교실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김윤주 교사의 마지막 수업을 동료교사와 학부모가 교실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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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사와 아이들의 마지막 수업은 어렵게 이뤄졌다.

김 교사가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학교 당국은 일부 학생들을 오전 8시 50분까지 교실로 올려보내지 않았다. 김 교사를 대신해 4반 담임을 맡은 교감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

학부모들과 김 교사, 동료 교사들이 교감과 30여 분간의 실랑이를 벌인 끝에야 겨우 1시간 가량 수업시간을 얻었다. 교감이 떠나고 김 교사가 남자 침울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이들은 김 교사에게 줄 편지를 썼다. 색연필을 꺼내 김 교사를 그리는 아이도 있었고 긴 글을 적는 아이도 있었다. 김 교사는 그런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말했다.

"애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지금은 선생님이 핍박 받지만 단지 시대가 이래서 이럴 뿐이다. 세상 어른들이 다 비겁하고 너희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밖에 계신 선생님들이나 어머니들처럼 너희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희들 졸업식 때도 '홍길동'처럼 올 거야. 반드시 와서 축하해줄게."

"교실에 들어올 자격 없다"는 교장의 호통... 아이들 울음소리 높아지고

"정말 우리를 생각한다면 김윤주 선생님 나가라고 하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
 "정말 우리를 생각한다면 김윤주 선생님 나가라고 하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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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9시 10분 청운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이 교실에 올라와 김 교사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시도했다. 아이들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다.

교실에 들어온 이 교장은 "김 선생, 이건 도리가 아니잖아"라며 "이제 교사도 아닌데 이 교실에 들어올 자격이 없지 않냐"고 호통을 쳤다. 또 그는 "김 선생 여기에 있는 건 불법"이라며 나갈 것을 계속 종용했다.

아이들은 교장의 말 때문에 더 서럽게 울었다. 오히려 교장에게 "우리를 정말 생각한다면 (김 선생님을) 나가라고 그러면 안 된다"며 소리 높였다. 입을 모아 "나가세요"라고 외쳤다. 자신들의 책상을 이리저리 끌어 이 교장이 김 교사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막아서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자꾸 나가라고 말하지 마시고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장은 "이 사회는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다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순 없지 않냐"며 "너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부모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들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교장 선생님이야말로 나오라"고 하자, "학부모가 맞나, 오늘 출입통제했는데 어떻게 들어왔냐"며 소리를 쳤다.

교실 밖에는 이미 학교 측의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 3~4명과 교육청 관계자 등이 와 있었다.

"출근 더 이상 못하겠지만 방과 후에라도 아이들 만나겠다"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에서 울고 있는 학생을 다독이고 있다.
 김윤주 교사가 19일 마지막 수업에서 울고 있는 학생을 다독이고 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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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은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김 교사는 일일이 아이들을 껴안아 준 뒤 교실을 나섰다. 가방을 챙겨들고 김 교사를 따라 학교를 나서려던 아이들은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만류로 가방을 내려놓고 김 교사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김 교사와 함께 했던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이 문제와 관련해 교장과 대표 면담을 갖기로 했다.

김 교사는 "이날 마지막 수업을 하기로 학교와 이야기를 한 뒤에 나온 것이라, 다음 주부터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수업시간 외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이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끝냈다"며 "시간이 된다면 방과 후에 아이들을 학교 바깥에서라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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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제고사, #김윤주, #해임교사,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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