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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야경
 도라산 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야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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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영철 국방위원회 정책실장(중장)을 비롯한 군부 인사 5명이 17~18일 개성공단 방문에 나서 그 배경과 의도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 통일부에 ▲12·1조치의 취지 설명 ▲12·1 조치 이행상황 점검 ▲개성공단 현황 파악 등이 방문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방문 목적이 단순한 상황 점검 차원인지, 아니면 추가적 차단 조치를 취하기 위한 사전포석인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방문 주체가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아니라 국방위원회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전의 사례이다. 김영철 일행은 11월 6일에도 개성공단을 방문한 바 있는데, 이는 12·1 조치를 발표하기 6일 전에 이뤄진 것이다. 특히 지난 방문 중에는 '철수에 얼마나 걸리냐'는 압박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악몽의 시나리오... 예방이 최선이다

이에 따라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국방위원회의 개성공단 방문→2단계 차단조치 예고→2단계 조치 시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미 실 끝에 매달린 개성공단 사업은 존폐의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만약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게 되면, 남북관계는 말 그대로 '전면 차단'으로 들어간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막대한 투자 및 영업 손실은 물론이고 도산 위험까지 떠안을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다시 '코리아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가신용도 평가 및 외국인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 시작과 함께 후방 재배치했던 장사정포 부대를 다시 전방에 배치하면 한반도의 안보지수도 급격히 악화되고 만다. 기우일 수 있지만, 지난 1년간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던 남북관계의 현실을 볼 때, 배제할 수 있는 '악몽의 시나리오'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최선은 예방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요구대로 6·15와 10·4 선언의 "전면적 이행 방침"을 천명하는 것이겠지만, 남북관계의 악화를 '기싸움'으로 이해하는 이명박 정부가 이러한 전향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특히 정부 내에서는 '개성공단 폐쇄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우리기업상품 전시 및 판매전'에서 이미경 박진 의원이 전시장을 둘러보며 옷가지를 몸에 대보고 있다.
 지난 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우리기업상품 전시 및 판매전'에서 이미경 박진 의원이 전시장을 둘러보며 옷가지를 몸에 대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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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적, 그리고 현실적 해법은 철강재 지원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미 파국의 문턱에 도달한 남북관계가 그 문턱을 넘어서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남북관계 차원에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회로를 통한 상황 관리 및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유력한 수단은 6자회담 합의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정부가 즉각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 대가로 제공하기로 되어 있는 철강재(자동용접강관) 3000톤의 선적에 나서야 한다. 이는 북한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6자간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체면을 살리면서도 남북관계 파국 예방과 6자회담 재충전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접근법'이다.

정부 내 일각에서는 12·1 조치 이후 남측에서 북한을 자극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2단계 차단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한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번 6자회담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는 에너지 지원을 북한의 불능화와 병렬적으로 이행하기로 한 6자회담 10·3 합의를 뒤집어 에너지 지원을 검증의정서 채택과 "포괄적으로 연계"했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북강경책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에너지 지원의 일환으로 이미 생산이 완료된 철강재 지원에 즉각 나서면 기력이 떨어진 6자회담을 재충전하고 남북관계의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정부가 합의 사항을 이행하면, 북한도 남한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 있다. 6자회담에서는 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 채택을 연계하기로 해 물의를 빚었지만, 회담 이후에는 연계 방침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가 지혜로운 선택, 즉 조속한 에너지 지원으로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제6차 북핵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10일 오후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제6차 북핵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열린 10일 오후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중국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숙소로 돌아가며 기자들의 추가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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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해법으로 역사적 업적 기반 닦아야

정부가 매일 50만원씩 보관료를 내면서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철강재를 즉각 북한에 보낸다면,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해당된다. 이후에는 '남북관계 3단계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사를 비롯한 적절한 기회에 6·15와 10·4의 존중 의지를 피력하고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요구해온 "전면적 이행 선언"보다는 훨씬 낮은 단계이기 때문에 정치적 굴복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 스스로도 두 선언을 무시한 바 없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기 시작하는 2월 이전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셋째 대북 특사를 보내 대화 채널을 복구하고 3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대전제는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이 부적절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다. 삐라 살포 중단도 계속되어야 한다.

길게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인 2012년은 곧 출범할 오바마의 임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공언한 해이다. 선군정치에서 선민정치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에 20년간 끌어온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60년 가까이 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며, 북미 북일관계 개선을 지원하고, 남북관계를 연합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북한의 선민정치로의 전환에 기여한다면, 이는 6·15와 10·4 선언을 훨씬 능가하는 업적이 된다. 한국이 분단으로 인한 섬보다도 못한 신세를 딛고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속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부가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손에 잡을 수 있는 '찬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시작점은 남북관계 정상화에 있다. 


태그:#남북관계,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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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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