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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8일 강준희 전집 출판기념회 열려

국학자료원 정구현 사장의 경과보고를 듣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흰 양복을 입은 사람이 소설가 강준희다.
 국학자료원 정구현 사장의 경과보고를 듣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흰 양복을 입은 사람이 소설가 강준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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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준희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될까? 문인들 중 절반, 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중 5% 쯤은 될까? 실제 그것도 안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실력에 비해 그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다. 그는 1950년대 중반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50여년 동안 무려 26권의 책을 낸 실력자다. 2년에 한권 꼴로 책을 낸 대단한 작가이다.

지난 50년간 이룩한 강준희의 문학적 자취가 2008년 11월 국학자료원에서 10권의 전집으로 묶어져 나왔다. 이를 기념하는 강준희 전집 출판기념회가 11월28일 충주시에 있는 그랜드 관광호텔에서 열렸다. 250명이 참석한 출판기념회에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 선후배 문인들과 학자 그리고 정치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10권으로 묶어져 나온 강준희 문학전집
 10권으로 묶어져 나온 강준희 문학전집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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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설가 강준희에게 헌시를 바친 후배 문인 임연규는 강준희의 문학적 삶을 스물여섯 번 굿판으로 묘사하고 있다.

빨간 밑줄을 긋고 어디를 향하여
하루하루를 걸어 오셨는가를 아는
그래서 우리도 오늘
당신이 지으신 큰 회랑(回廊)에 왔습니다.
산과 바다에 흙에 살며
일생 벌여온 스물여섯 굿판을
이 큰 회랑에 정좌하셨습니다.
얼마나 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겠습니까!
얼마나 접고 싶은 굿판의 날이 많았겠습니까!

강준희 전집 출판기념회의 내용

축사를 하는 이시종 국회의원
 축사를 하는 이시종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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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 전집 출판기념회는 충주시의 후원과 충주문화원 주최로 이루어졌다. 국학자료원 정구형 사장의 전집 출판 경과보고로 시작된 기념회는 주인공인 소설가 강준희의 답사로 끝을 맺었다. 정구현 사장은 소설가 강준희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그의 문학이 뛰어나고 훌륭해 전집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강준희 전집을 출판하는데 1억 3천만원의 돈이 들어갔다고 한다.

축사는 늘 그렇듯이 정치인들이 했다. 김호복 충주시장, 이시종 국회의원 등이다. 그들 역시 의례적인 축사였지만 모두 소설가 강준희의 청렴결백한 선비정신, 지연과 학연을 초월한 뛰어난 실력 등을 강조했다. 그리고 헌시와 축가가 이어졌으며 강준희 문학적 삶을 기록한 CD자료가 증정되었다. 이곳에는 강준희 작가의 말 , 동요 '오빠 생각'과 가요 '감격시대', 작가 강준희에 대하여 등이 들어 있다.

헤드테이블에 앉은 소설가 강준희
 헤드테이블에 앉은 소설가 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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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앙대학교 교수인 이명재 박사가 강준희 소설에 대하여 간단하게 강의를 했다. 풍부한 체험을 통해 나온 그의 문학은 실증주의적 연구방법의 적용이 가능한 전형적인 예로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험과 문학의 중요성은 빌헬름 틸타이(W. Dilthey)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되어온 개념이다. 그리고 강준희 작가는 한국판 막심 고리키(M. Gorkii)이며 현대판 최학송이라고 말했다.

강준희와 고리키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자유로운 인간을 그리려 한 점이 서로 통한다. 더욱이 이 두 작가에게 모두 어머니가 가지는 의미가 누구보다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리키는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선구적 작가이다. 최학송은 한문 공부와 보통학교 학력으로 신문사 기자를 하면서 소설을 썼는데 강준희도 이와 유사한 길을 걸었다. 최학송은 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통 받는 민중들의 삶을 그려냈는데 이것 역시 소설가 강준희와 비슷하다. 

10권으로 묶인 26권 전집의 내용

단행본으로 나온 26권의 책
 단행본으로 나온 26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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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강준희는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서 태어났다. 문학에의 욕구는 대단했으나 가세가 기울어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농사부터 시작해 노동자, 장사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문학에의 열정을 버리지 못해 습작활동을 계속했다. 당시만 해도 책이 없어 읽을거리라면 무엇이든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그는 신동아에 <나는 엿장수외다>가 당선하여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하 오랜 이 아픔을>이 당선하여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현대문학>에  오영수 선생의 추천으로 <하느님 전상서>가 실리면서 문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오영수 선생이 준 휘호 '산심강정'
 오영수 선생이 준 휘호 '산심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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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준희는 자신의 스승인 오영수 선생을 가장 존경한다고 한다. 오영수 선생은 작가 강준희에게 '산심강정(山深江靜)'이라는 휘호를 하나 주었는데 그 글씨도 좋지만 그 내용도 정말 '깊고 고요하다'고 강준희는 말한다. 이후 강준희는 김동리, 박두진 선생과 같은 분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활 근거지는 여전히 지방이었고 그 때문인지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니진 못했다.

작가 강준희는 지명도로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로지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삶에의 욕구에서 글을 썼고 그것이 26권의 저작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다. 그는 70평생 23책 26권의 책을 냈고, 그것이 이번에 국학자료원 출판사에서 10권의 전집으로 묶여 나왔다.

이들 10권의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1권: 하느님 전상서(前上書). 신(神) 굿. 절사열전.
2권: 베로니카의 수건. 길. 아 이제는 어쩔꼬?
3권: 개개비들의 사계. 누가 하늘이 있다 하는가.
4권: 쌍놈열전. 미구꾼. 오늘의 신화 - 흙의 아들을 위하여 -.
5권: 아아, 어머니. 그리운 보릿고개 (상). 그리운 보릿고개 (하).
6권: 이카로스의 날개는 녹지 않았다 (상, 중, 하).
7권: 껍데기. 사람 된 것이 부끄럽다.
8권: 너무도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염라대왕 사표 쓰다.
9권: 바람이 분다, 이젠 떠나야지. 그리운 날의 삽화. 하늘이여 하늘이여.
10권: 지식인들이여 잠을 깨라 - 강준희 선비론 -. 지조여, 절개여!

전집에서 느끼는 대단함과 아쉬움

괴테의 80세(1828) 때 모습: 그의 함부르크본 전집은 1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괴테의 80세(1828) 때 모습: 그의 함부르크본 전집은 1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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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38편의 희곡작품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그의 전집은 사후 벤 존슨에 의해 처음 발간되었다. 괴테의 전집은 판본에 따라 다르지만 함부르크 판본은 14권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10권으로 묶여진 강준희 전집은 양적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이 작가의 전집이 생전에 이렇게 출판되었다는 사실도 높이 평가받을 일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생전에 전집으로 출판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학자료원 사장은 자신이 강준희 문학을 좋아하고 전집을 내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 출판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하지도 않고. 나중에 전집 출판에 들어간 돈의 액수를 안 작가 강준희는 충주시 문화체육과를 통해 도서출판 지원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 돈을 모두 출판사에 보냈지만 출판비의 1/4도 안 되는 비용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가난한 문사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 표시였을 것이다.

소설가 강준희의 현재 모습: 집 근처 공원에 찍었다.
 소설가 강준희의 현재 모습: 집 근처 공원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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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전집에는 아쉬움도 있다. 먼저 작가 강준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작가 강준희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정전(Canon) 성격의 논문이 들어있지 않아 아쉽다. 그리고 개개 작품에 대한 연구는 전혀 되어있지 않다. 서양의 전집에서는 작가론과 작품론 외에도 개개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해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괴테의 역사비평본 전집은 100권이 넘기도 한다.

강준희라는 작가는 아직 그렇게 많은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그의 문학성도 학자들에 의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번 전집 발간을 계기로 대중성과 학술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 몫은 바로 작가와 출판사 모두가 담당해야 한다. 지금까지 생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 평가에 중점을 두어야겠다. 소설가 강준희가 독서계와 학계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독자와 학자들도 그의 문학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는 읽을수록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10권의 문학전집을 낸 강준희 선생과의 인터뷰는 17일(수)에 이어진다. 이릍 통해 소설가 강준희의 삶과 문학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조명해 볼 예정이다.



강준희 문학전집 세트 - 전10권

강준희 지음, 새미(2008)


태그:#강준희, #강준희 문학전집, #오영수, #하느님 전 상서,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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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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