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했지만, 밤이면 밤마다 시리다고 하여 새로운 살림집을 찾아 옮겨왔습니다.
 
이 집은 15년은 족히 넘을만한 2층 집이었습니다. 긴 장롱 하나를 방 두 칸에 쪼개어 넣으니 성냥처럼 꾸깃꾸깃 들어갔습니다. 작은 방은 어른 몸 하나 누울 공간만 남아 날이면 날마다 안방에서 다섯 식구가 실타래처럼 엉키어 삽니다.

 

가스보일러라 따뜻한 것 한 가지는 참 맘에 듭니다. 그렇지만 얼마나 오래 묵은 것인지 5일에 한 번씩은 보일러가 멈춰 서버립니다. 그럴 때면 한 밤 중에라도 자다가 일어나서 보일러 통에 물을 공급해 주어야 하고, 또  몇 차례 시동 버튼을 눌러야만 쌩하니 돌아갑니다.

 

그 뿐이면 좋겠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거실에서 그릇을 씻으려고 물을 틀면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물줄기가 약한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화장실 변기에 있는 물을 내리면 또 어느 한 구석 물줄기에선 아기 오줌처럼 쫄쫄쫄 떨어지곤 합니다.

 

“아주머니. 제발 아이들 좀 못 뛰게 해 주시면 안 되겠어요? 저희가 아래층 집에 살거든요. 얘들 뛰는 소리에 저희 아이가 깜짝 깜짝 놀라요. 잠을 못 자요. 이제 겨우 100일 지났거든요.”

 

엎친 데 덮친 격처럼, 얼마 전에는 우리 집 아이들 뛰는 소리에 못 이겨 아래층에서 힘들다며 올라왔습니다.
 
아랫집 간청에 못 이겨 아내는 6살 난 큰 딸과 4살과 3살 된 아들 녀석들에게 엄한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딱따구리처럼 콕 찍어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적해 주었건만 아이들에겐 겨울철 모기처럼 웽웽거리는 것처럼 들렸는지, 그것도 그때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문제들을 뚫고 새로운 곳을 모색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부동산에 연락을 해도 아직까지 흡족한 대답은 흘러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하여 지금의 상황에 자족하며 살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없는 대로 그저 형편에 맞춰 만족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최선의 방책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솟아날 구멍이 없다면 그저 있는 자리에서 자족하며 사는 것이 삶의 참된 도리일 듯합니다.

 

더욱이 이 집도 국민주택기금에서 조성한 전세자금을 대출하여 마련한 것이라 이마저도 고마워해야 할 따름입니다. 오래 전에 기름 보일러가 얼어 붙어 연탄을 때던 그 시절의 삶을 생각하면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루걸러 코감기에다 기침까지 해 대는 세 아이들이지만 옹기종기 달라붙어 두 다리 뻗고 잠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일 듯 합니다. 


태그:#작은 행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