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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로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가 영세민 생활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기부금 축소와 제도 미비 탓에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들이 어려워지면서 영세민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몇 차례에 걸쳐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실태와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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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무담보 무보증 소액대출) 안 되면 죽으러 갈 겁니다."

심각한 말을 내뱉은 김영석(43·가명)씨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기자가 "농담이죠?"라고 물어도 어색한 웃음뿐이었다. 그는 몇 해 전 기계 개발에 돈을 투자했다가 2억원의 빚을 졌고, 지난 10월 개인 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았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 불황 탓에 취업은 꿈도 못 꾼다. 돈을 빌리려 해도 담보도 없고 그를 위해 보증을 설 사람도 없는 탓에 은행은커녕 사채업자도 그를 외면한다. 그러던 중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알게 됐다.

실내 광고판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김씨는 창업자금 마련을 위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는 "최대 대출금액 2000만원은 창업하기에 크지 않은 돈이지만, 내겐 마지막 희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씨처럼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한 이들로 붐볐다. 40여 석이 마련된 교육장에는 6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아왔다. 2시간의 설명회 동안 강사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평균 경쟁 10대 1... 예비 지원자들의 항의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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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경쟁률이 10대 1입니다. 모두 사업성이 있고 준비가 잘 돼있다면 전부 선정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늘 오신 분들 중에 몇 명만 선정될 겁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사회연대은행 교육 담당 이민경 매니저의 말에 교육장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씨는 "당장 어렵더라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최대한 사업 준비를 한 다음에 신청해 달라"며 지원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사업성, 철저한 준비, 자활의지 등을 강조했다.

이 매니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창업지원사업 예비지원자들의 항의 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한 50대 남성은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어려운 사람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기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매니저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담보와 보증인이 없는 대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활의지, 사업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용등급이 지원자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약간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면 신용불량자, 신용회복자, 파산면책자 모두 선정될 수 있다, 지원대상자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7~10등급"이라고 전했다.

이 매니저가 질문을 모두 받고 창업지원사업 지원신청서·자기소개서·사업계획서 작성방법 등을 설명하고 나니 2시간의 사업설명회가 모두 끝났다. 예비 지원자들은 이 매니저 주위에 몰려 다양한 질문을 내놓았다.

한 40대 여성은 "모자 가정으로서 일식집을 하고 있는데, 최근 경제가 어려워져서 하루 매출이 25만원으로 떨어졌다,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10만원인데, 사채 이자 5만원을 빼면 남는 돈으로 생활할 수 없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는 "사채 빚을 갚는 데 대출해 줄 수는 없다"는 설명을 들은 터였다. 

취업도 창업도 어려운 사람들... "2000만원이 마지막 희망"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예비창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충무로 사회연대은행에서 열린 창업지원사업 설명회에 참석하여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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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가 끝난 후 만난 김동철(50·가명)씨는 "7년 전 이혼,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 이후 문을 연 음식점이 다 잘 안 되고 이제 옷수선점을 창업하기 위해 사회연대은행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1200만원이 전부. 창업지원자금 2000만원을 받는다 해도 조그마한 사무실을 임대하고 나면 남는 게 없지만, 그에겐 인생의 마지막 기회인 창업지원자금을 놓칠 수 없다. 다음은 김씨의 말이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막다른 길에 왔다는 거다. 은행은 물론, 지인들한테 돈을 빌릴 수도 없다. 며칠 전 점포를 보러 다니니 망한 곳이 널려있더라.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먹고 살려면 창업해야 한다. 돈 없는 사람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다. 사회연대은행에서 꼭 지원해 달라."

청년실업자인 박현수(33·가명)씨는 "부모님이 은퇴한 상황에서 내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학력 때문에 20대 때 기술이 있어도 비정규직으로밖에 취업이 안 됐고, 나이가 든 지금은 취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학교를 중퇴한 그도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이들처럼 마지막 기회를 붙잡고 싶어 했다. 박씨는 "사회연대은행에서 2000만원을 지원받아 의료기기 유통업을 하고 싶다, 일은 배우고 있는데 정말 자신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한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부자들한테 유리한 감세정책을 펴면서, 우리 같이 낼 세금도 없는 사람을 위한 복지는 없다. 은행에서도 아파트 사라고 돈을 잔뜩 빌려주면서 우리처럼 돈 없는 사람들은 은행 문턱도 못 넘는다. 소외 계층을 위해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지원을 많이 해 달라."

나에겐 어떤 창업지원사업이 알맞을까?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 중 가장 규모가 큰 사회연대은행은 다양한 창업지원사업을 내놓고 있다. 각 기금마다 지원 대상 범위가 조금씩 다르고, 탈락자들은 6개월 이내에 재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창업지원사업을 신청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회연대은행 창업지원사업의 대부분은 자활의지, 경영능력, 사업계획의 타당성 및 실현가능성 등이 주요한 선정기준이다. 또한 유흥·주점 등 사치향락업종, 부동산 중개 및 임대업, 농어업 등에는 지원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대출금리는 연 2%(소액서민금융재단 기금은 연 6%), 대출금액은 2000만원(강남구청 사업은 5000만원)으로 보통 3~6개월 거치 42~25개월 상환 조건이다.

휴면예금을 관리하는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의 기금을 통해 운영되는 '사회연대은행 창업지원사업'은 매월 지원대상자를 선정한다. 매월 1~15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고, 16일부터 1차 서류심사와 2차 심사(현장실사, 직능평가, 선정심사)가 이뤄진다.

2008년 하반기 이 사업의 대출 예산은 25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지만, 다른 사업과 달리 대출금리가 연 6%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소득이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의 6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24만207원)인 예비창업자·영세 자영업자 모두 지원이 가능하다.

다른 기금은 비정기적으로 창업지원사업이 이뤄진다. 오는 12월 19일까지 서류 신청을 받는 '산은창업지원기금'의 경우, 월 소득이 가구별 최저생계비의 150% 이내에 해당하는 예비창업자·영세 자영업자가 지원할 수 있다. 4인 가구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5만8000원, 직장가입자는 4만8229원 이하 납부자만 해당된다. 청년(남녀 구분 없음)과 여성가장일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11월 지원 접수를 받았던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 창업지원사업'은 2009년 초에 지원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월 소득이 가구별 최저생계비의 180% 이하인 예비창업자와 6개월 내 창업자가 지원가능하며, 4인 가구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지역가입자는 7만1000원, 직장가입자는 6만218원 이하 납부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현 주소지 또는 사업예정지가 서울 강남구인 예비창업자·영세 자영업자는 '강남구청 희망실현창구 창업지원사업'에 지원하면 유리하다. 지원대상은 월 소득이 가구별 최저생계비의 200% 이내(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53만1695원)인 저소득 계층이다. 이 사업은 다른 기금과 달리 점포임대자금으로 5000만원(연리 2%)까지 빌릴 수 있고, 5년 후 일시 상환 조건이 붙는다. 지난 8월과 11월 지원 접수를 받은 이 사업은 2009년에도 이뤄진다.

구비 서류 등 자세한 내용 문의는 사회연대은행 홈페이지를 찾거나 고객 상담실(02-2274-9637)을 이용하면 된다. 창업지원사업은 사회연대은행뿐만 아니라 신나는조합(02-365-0330), 희망제작소 소기업발전소(02-3210-1340~1)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이라면 SBS희망기금지원센터(02-3481-1291~2)에서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여성가장이라면 한국여성재단(02-336-6364)에서 내놓은 ‘여성가장 긴급지원 캐쉬 S0S'를 통해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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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마이크로크레디트, #마이크로크레딧, #창업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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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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