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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오늘 주요 신문을 관통하는 화두 가운데 하나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진로를 놓고 여러 신문들이 민주당을 질타하거나, 혹은 옹호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 쪽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신문들이 민주당을 옹호하고 나선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의 민주당 비판이 신랄하다는 점이다. 어찌된 일일까.

 

<경향>·<한겨레>는 민주당 '지도부' 비판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해설기사, 사설을 총동원해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이 '대표성 없는 보수야당의 한계'로 뽑았을 정도다. 오는 12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해준 것이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은 "국민 대표성이 취약한 가운데 보수 성향이 강해지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력이 위축되는, 제1야당으로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보수 여당에 대한 견제는 물론 스스로 표방한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조차 대변하지 못하면서 '야당'으로서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자 감세 반대를 주장하다가 하루 만에 민생을 이유로 12일 예산안 처리및 감세안에 동의한 것,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 경질 요구가 비등하던 지난 10월 30일 1000억 달러 규모의 은행 외화차입 국가 지급 보증 동의안에 조건 없이 합의해준 것 등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 감세법안 심사과정에서는 감세규모가 정부가 제출한 14조 원 보다 2조2천억 원이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막는 척 시늉만 내다 말았다는 것"(사설)이다.

 

<한겨레>도 "세계는 서민지원…한국은 '부자감세'"로 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정부 여당의 부자감세안을 비판하면서 "'강부자' 예산에 백기 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등을 소개했다.

 

<동아>·<조선>은 '민주연대' 비판

 

하지만 민주당,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의 비판에 그리 주눅들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든든한 '방패막이'로 나섰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민주당은 뭐고, 민주연대는 뭔가'라는 사설에서 민주당의 '안이한 위기의식'과 '퇴행적 대여 투쟁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그 비판의 화살은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것이 아니다. 당내 개혁파를 자처하는 '민주연대' 그룹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연대 쪽이 무기력하게 12일 예산안 처리 합의를 해준 민주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여야 합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정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지도부를 무력화해 정국을 이른바 '민주 대 독재' 구도로 몰아붙이려는 구태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에게 항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정세균 대표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지도부의 위기 차원을 넘어서 민주당 전체의 위기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그러니 '민주연대'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라는 당부인 셈이다.

 

<조선일보>에는 <동아일보> 사설과 거의 비슷한 맥락의 칼럼이 실렸다. 이재교 인하대 법대 교수가 쓴 '아침논단'이 그렇다. '민주당은 집권을 포기했는가'라는 칼럼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역시 <동아일보> 사설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민주연대'의 출범과 선명야당론, 다른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결성한 '민생민주국민회의' 출범 등을 겨냥한 것이다. 한미FTA 비준 반대 등 몇 가지 사례를 더해 이 교수는 "국민들이 바라는 민생과는 동떨어진 채 민주화 투쟁이라는 흘러간 노래만 부르면서 여당의 발목만 잡다가" 제3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민생 정당' 진단만은 일치,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방향성을 잃은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를 질타한 <경향신문>이나, 민주당 지도부를 감싸고 나선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모두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이 결국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는 진단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리 가도, 저리 가도 민주당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절망적인 평가인 셈이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하나 있다. <동아일보>나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행보와 관련해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대책 없이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역시 민주당이 겪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생 정당'이 되겠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약속에 걸맞은 행보를 전혀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인 신문들이지만, 민주당이 정체성이 뚜렷한 '민생 정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만은 일치하고 있다.

 

참고로 이날 <동아일보>나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종합부동산세 감세안과 양도소득세 감세안 등 부자 감세안의 내용을 많은 지면을 할애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차익 3억인 2주택자 양도세 2010년 6414만 원 덜 낸다'<중앙일보>

'종부세: 공시가 19억 아파트 1561만원→224만 원'<동아일보>

 

'민생'도 민생 나름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헷갈릴 이유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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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당, #부자감세, #예산안 ,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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