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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면서 알았다

서민이 가진 이와 비슷한 짓을 한다면

흡연이라는 걸

서민이 스스로 끊었다 붙였다 탈이 없는 것은

흡연이라는 걸

 

- 정규화, '담배' 모두

 

"이런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은 다행"?

 

이 세상 곳곳에서 돈가뭄에 허덕이는 서민들 신음소리가 아프게 비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려운 서민들 가정이 몽땅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슬픈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혼하는 가정과 살 길을 찾아 가정을 버리고 떠나는 부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뼈아픈 이야기도 종종 들립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생필품값에 전기세, 가스비 등 여러 가지 세금마저 올라 서민들은 이 추운 땡겨울을 어찌 나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서민 경제가 바닥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소년 소녀 가장이 더욱 늘어나고, 가출한 청소년들이 벌이는 범죄 또한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대체 서민 경제를 반듯하게 일으켜 세우겠다는 정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어 잘하면 군대 빼준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사지걸 고를 때는 못 생긴 여자를 골라야 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마구 쏟아낸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안에 큰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28일 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린 '제1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16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초청강연에서는 "이런 위기 때 CEO 출신 대통령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며 '이비어천가'를 불렀다고 합니다.

 

강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명동 뱅커스클럽에서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간담회에서도 "외환위기 때 다 죽어가는 환자들이 수술 날짜 다 잡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지만 지금은 누가 환자이고 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지 잘 모르는 상황이어서 아무나 붙잡고 수술대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산교도소에서 날아온 무기수 편지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 경제위기 상황에 따른 서민에 대한 대책이란 게 고작 지금 주식을 사면 1년 안에 부자된다는 한가로운 말이라니요. 한 나라 경제를 맡고 있는 수장이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어디에서 탈이 나고 있고 탈이 났는지,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잘 모르겠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며칠 앞 부산공동모금회에는 교도소 소인이 찍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고 합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신용카드로 진 빚 때문에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2003년부터 부산교도소에 갇혀 있는 30대 무기수 박아무개(35)씨라고 합니다. 박씨는 비록 무기수로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어려운 경제상황을 이 대통령이나 강 장관보다 훨씬 더 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추악하지만 송금한 돈은 절대 부정한 돈이 아닙니다. 독후감대회 등에서 상금으로 받은 것과 영치금을 떼어 모은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겨울, 저를 둘러싼 벽과 지붕조차 가지지 못한 이웃들이 세상에 적지 않음을 압니다. 가뜩이나 세상 돌아가는 형편까지 말하기가 겁이 나는 지경이니 오죽할까요."

 

박씨의 글을 읽고 있으면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 한 켠에 마치 군불을 떼고 있는 안방처럼 따뜻하고 훈훈해집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나누고 더불어 사는 데 티끌만한 보탬이라도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하는 무기수 박씨. 박씨가 낸 돈은 17만원. 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뜻 깊은 돈입니까.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는 가난한 서민들

 

지금 땡겨울을 맞은 가난한 서민들은 더욱 춥고 서럽습니다. 우리 가난한 서민들은 무기수 박씨가 보낸 작은 정성과 경제위기를 맞아 전국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동결한다는 이러한 포근한 소식이 계속 이어지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강 장관도 이러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매달 날아오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서민들이 늘상 봉이긴 했습니다만 고환율, 고물가에 시달리는 요즈음은 정말 먹고 살기가 힘이 듭니다. 10여 년 동안 신부전증을 앓다가 지난해 6월 11일 이 세상을 떠난 정규화 시인의 시처럼 "끊었던 담배 다시 피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민이 가진 이와 비슷한 짓을 한다면 / 흡연"입니다. "서민이 스스로 끊었다 붙였다 탈이 없는 것은 / 흡연"입니다. 돈이 되지 않는 시에 평생 매달리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시인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태우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를 '흡연'에 빗대며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 화두 같은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정말 없는 것일까요. 가진 자 모두가 무기수 박씨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못 가진 자를 보살핀다면 이 못된 양극화의 뺨따귀를 세차게 때려 주저앉힐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부에서도 무기수 박씨나 대학을 본받아 가난한 서민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태그:#정규화 시인, #양극화, #무너지는 서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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