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7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호텔에서 예정된 2008년 프로복싱 최고의 빅매치를 앞두고 세계 복싱팬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다.

 

플라이급(50.8kg)으로 시작했던 아시안 복서 매니 파퀴아오(29세, 필리핀)가 미들급(72.57kg)을 포함한 6체급을 석권한 바 있는 ‘골든보이’ 오스카 델라 호야(36세, 미국)를 상대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라는 논쟁 때문이다.

 

 파퀴아오 vs 호야 경기 포스터

파퀴아오 vs 호야 경기 포스터 ⓒ www.hbo.com

파퀴아오는 1998년 WBC(World Boxing Committee) 플라이급, 1999년 WBC 수퍼밴텀급 챔피언에 올랐고, 2005년에는 WBC 수퍼페더급 챔피언으로 3체급 석권하더니, 지난 6월 WBC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데이비드 디아즈를 꺾으며 아시안 복서로서는 최초로 4체급을 석권한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마치 우리 나라의 박찬호, 박지성처럼 필리핀에서는 국민적인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필리핀 팬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경기를 위해 4천명의 원정원단까지 꾸렸다.

 

이에 맞서는 선수는 또 어떤가? 모하메드 알리, 슈거레이 레너드, 마이크 타이슨 등 복싱 레전드의 계보를 잇는 오스카 델라 호야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골든보이’라는 닉네임으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하더니, ‘신이 빚은 복서’ 훌리오 차베스마저 제압하면서 슈퍼페더급(58.969kg)부터 미들급(72.57kg)까지 세계 타이틀 6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바 있다.

 

어느덧 호야의 나이도 서른 일곱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제는 프로모터로도 활약하며 간간이 링에 오르는 과거의 복서가 되는 시점이지만, 현역 최고의 복서라는 파퀴아오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이번 경기가 웰터급(66.68kg)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플라이급(50.8kg)으로 복싱을 시작한 파퀴아오는 현재 라이트급(61.23kg)에서 활약하고 있어서 웰터급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5.65kg를 증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호야는 슈퍼페더급(58.969kg)에서 복싱을 시작해 미들급(72.57kg)까지 정복했지만 최근에는 슈퍼웰터급(69.85kg)으로만 경기를 치러와 체중 감량에 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신장이 179cm로 169cm인 파퀴아오보다 10cm 가량 크다.

 

복싱에서 감량을 하는 주된 이유는 큰 키에 긴 리치가 유리하기 때문인데, 파퀴아오는 신장의 열세에다가 체중을 오히려 증량했으니 특기인 스피드도 둔해졌을 것이라는 것이 호야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의 입장이다.

 

 연습때도 커버가 비어 있다

연습때도 커버가 비어 있다 ⓒ www.philboxing.com

게다가 호야는 왼손잡이 상대를 맞이해서 오히려 더 좋은 경기를 펼쳐왔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호야는 왼손 잽과 스트레이트는 물론이고 왼손 훅의 파워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파퀴아오가 평소처럼 그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공격 후 커버가 비는 상황을 보인다면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파퀴아오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전성기의 파퀴아오의 현재 기량은 불리한 신체조건을 능히 넘어설 수 있다고 장담한다. 더욱이 호야가 두 번이나 패했던 쉐인 모슬리도 스피드가 뛰어났었기 때문에 파퀴아오의 스피드와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퀴아오가 만약 승리한다면 마치 미들급으로 시작했던 록키 마르시아노가 ‘갈색 폭격기’ 조 루이스를 침몰시키는 등 헤비급에서도 무패로 은퇴했던 것처럼 또 하나의 복싱 역사를 세우게 될 것이다.

 

 경기 조인식에서 자국 국기를 멘 양 선수

경기 조인식에서 자국 국기를 멘 양 선수 ⓒ www.philboxing.com

현지 언론이 표현한 것처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한 이번 경기는 과거와 현재의 레전드 복서가 맞붙은 대결이자, 승패를 떠나서 아시안 복싱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이정표이자 희망이 될 경기이기도 하다. 모국 필리핀에서는 원정 응원단만 4천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 선수도 3명이나 제물 삼은 파퀴아오지만 한국팬들은 대부분 그의 승리를 응원하고 있다.

 

MGM그랜드호텔 특설링에서 펼쳐질 이번 경기 입장권은 발매 4시간 만에 1만7000석의 좌석이 매진 됐으며 입장 수익만도 17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생중계가 된다. 케이블채널 SBS스포츠에서 오는 7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중계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2008.12.04 13:4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파퀴아오 호야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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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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