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샤나는 캐나다 밴쿠버 출신이다. 그녀는 5년 전 원어민 영어강사로 학원에서 일하다가 여수의 여도중학교에 근무한지 4년째이다. 원어민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와 면접을 할 때까지도 눈썹에 피어싱을 했었다. 그만큼 외국문화에 젖어 있었고 한국을 몰랐지만 지금은 김치뿐만 아니라 개고기도 먹어봤다.

 

학교와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원어민 강사들과 잘 지내지만 한국 친구들이 더 많다. 성격이 밝고 붙임성이 좋아 교사들과 여행도 하고 해마다 가족들을 초대해 한국을 알린다. 작년에 왔던 고등학생 조카는 대학을 졸업하면 자신도 한국에 와서 몇 년간 살다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인터넷이나 참고자료를 이용해 항상 자료 있는 수업을 위해 애쓴다. 처음에 올 때는 막연히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한국에 입국했으나 원격연수를 통해 호주에서 영어교수법인  티솔(TESOL) 자격증도 땄다. 한편 현재 영어교사를 위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만 대화하고픈 생각이 들어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그녀는 재미있는 수업과 흥미를 위해 게임을 많이 활용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도를 넘으면 “야! 조용히 해!” 하고 경고도 하며 반 한국인이 됐다.

 

학교에서 선발된 학생들은 원래 잘하는 학생들이지만 그녀의 지도 덕분에 도 단위 경시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쓸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그녀의 권위를 인정해 주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말하기 평가를 그녀에게 맡기고 성적에 그대로 반영한다.

 

키도 크고 덩치가 큰 그녀가 어느 날 검도를 배운다며 퇴근해 해동검도장에 다닌다고 자랑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무엇이 그녀를 해동검도에 쏙 빠지게 했을까?

 

샤나가 다니는 학동의 해동검도 김경석 관장의 설명이다.

 

"해동검도는 새벽아침 바다위로 떠오르는 장엄하고도 찬란한 태양의 빛을 검에 담은 ‘검의 검광(劍光)’으로 정의를 실천하는 진리를 뜻한다. 일부에서는 검도가 일본의 무도라고 잘못 알려졌다.  사무랑들과 함께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우리 민족의 기상과 기질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우리민족의 무도이다.  

 

신라에 화랑이 있었다면 백제에는 싸울아비가 있었고 고구려에는 사무랑이 있었다. 고구려에서는 싸움에 나가 공을 세운 무사를 사무랑이라 칭송하고 대접했다. 검도는 ‘충․효․예․의’라는 교육이념 아래 리더로서의 역할과 자질을 갖춘 훌륭한 무사를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해 가르쳤던 전통무예이다.

 

초기 자신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검은 생존의 범위를 뛰어넘어 도(道)가 되었다. 검이 도가 된 뒤부터 자신만이 아닌 남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하는 정신이념이 깃들인 수련이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상체와 하체를 균일하게 발달시켜 주는 신체단련 뿐만 아니라, 정신수련, 자제력, 인성교육을 제일 중요시하고 있다. 특히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통해 성장과 비만해소에 효과가 있다."

 

어린나이에 해동검도를 모르고 입문한 어린이들은 정좌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수련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심지어 수련 중에 자신도 모르게 도복에 실수를 하는 수련생도 있다. 하지만 칭찬과 격려로 성장하는 수련생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김 관장은 샤나가 입관하기 위해 찿아왔을 때 해낼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 했다.

 

 

김 관장에게 샤나 수련과정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초기에는 언어소통 문제로 힘들었어요. 특히 검도라 하면 부드럽고 강하고 빠르게 하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또한 진검 수련시 대나무와 짚단 베기를 할 때 엉뚱하게 베기를 하고 놀라서 바라볼 때는 깜짝 놀랐죠. 처음에는 스승이나 윗사람에 대한 존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존대말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됐어요."

 

샤나는 "검도를 하면서 살이 빠졌고 바쁜 스케줄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며 명상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해 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역시 수련생으로 초등학교 교사인 이예진씨는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성취감을 느껴요. 또한 교사이다 보니까 수련 중에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체력이 좋아져 활기찬 수업으로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돼요"라고 밝혔다.

 

중학교 3학년인 안유정양은 시험기간 중에도 도장에 꼭 나온단다. "검도 배우면서 성격이 개조됐어요. 말이 없었는데 남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기고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시험기간에는 대부분 도장에 안 나오는 게 상식입니다. 시험 전 한달 동안 결석했더니 성적이 더 떨어져 지금은 시험기간에도 꼭 나와서 연습을 합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명상을 통해 뇌에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집중력이 올라간 때문이라는 김 관장의 설명이다.

 

해동검도 6단, 국제도법검도 4단, 합기도 3단인 김경석 관장의 가족은 4식구가 해동검도 유단자로 합계 16단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는 김관장은 지구력, 결단력을 길러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체력을 길러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15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도자로 나섰다.

 

현재 2단인 샤나는 3단까지 합격해 캐나다에서 해동검도 도장을 여는 게 꿈이다. 

덧붙이는 글 | 샤나의 검도 사랑과 살아가는 일상 모습은 오는 9일 밤 7시 20분  KBS1 TV ‘러브인 아시아’편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샤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