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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17시 특근하느라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8시까지 일하고 퇴근했습니다. 회사에서 남은 도시락을 한상자 모아 집에 갔다 놓고 바로 울산 동구 일산동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달 친구 따라가서 구경만 하다 왔는데 이번엔 필자도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번 일을 계기로 필자도 '울산 동구 품앗이 이웃 봉사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정식으로 활동하기로 했답니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10여명의 자원봉사단원들이 모였습니다. 컨테이너로 된 봉사단 사무실에서 그날 할 봉사활동에 대하여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은 일산 등대 입구에 사시는 이용수(80) 할아버지 댁을 방문합니다. 오늘도 집수리 봉사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 집은 오래되었고 할아버지가 전기장판으로 잠자리를 하고 있어 판넬 온돌장치를 설치해 주기로 했습니다."

 

중공업 하청에 다니는 회장님이 얼마 전 회사에서 용접작업 도중 2미터 아래로 추락하여 오른쪽 다리 골절상을 입어 당분간 활동을 할수가 없어 다른 분이 회의를 주재하였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집수리 도구를 챙겨 차량으로 그 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갔습니다.

 

울산 동구에는 일산 해수욕장과 맞물려 울기 등대가 있는데 등대입구 못 가 산속으로 가다보면 마을이 있습니다. 외관상 보더라도 아주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집이 바로 오늘 방문하는 할아버지 댁이었습니다. 우리가 들어서자 할아버지는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하반신을 쓰지 못했습니다. 봉사자들은 할아버지를 휠체어로 모셨습니다. 다행히 아침엔 쌀쌀하던 날씨가 맑은 햇살 덕분에 그다지 춥지는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방은 한평 남짓 좁았습니다. 큰 냉장고 하나와 옷장이 있었고 할아버지가 누울 자리만 있었습니다. 우리는 할아버지 방안에 있던 물건들을 밖으로 거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냥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연신 고맙다고 말하면서 때론 웃기도 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필자는 집수리 하는 재주가 없어 간단한 허드렛일만 했습니다. 시간 날 적에 간혹 할아버지랑 대화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언제 다리가 불편해지셨어요?"

 

할아버지는 방어진 토배기라 했습니다. 젊어서부터 평생 뱃일만 해왔다 합니다. 주로 고기잡이 배를 타며 살아 오셨다고 합니다. 외항선을 타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뱃일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방어진에 정착하여 고기잡이 배를 타고 일을 했는데 어느날 그물을 내리다 그 질긴 줄에 다리가 걸려 그만 물속에 빨려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후 하반신 마비증세가 와서 걷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가족관계에 대해 물어 보았으나 배타다 보니 여태 혼자였다면서 사연이 많은지 더이상 언급을 피했습니다.

 

우리는 도배를 하고 전기판넬장치를 해주고 위풍이 있을까봐 창문에 비닐을 달고 구멍 뚫린 여닫이 방문을 뜯어내 구멍막이 문종이를 붙혀주고 새로 장판을 깔아 주었습니다. 작업이 다 끝나고 다시 꺼낸 물건을 모두 제자리에 집어 넣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새로온 노성훈이란 회원이 부대찌개랑 밥을 준비해 모두 맛있게 할아버지랑 점심을 챙겨먹고 우린 아쉬운 작별을 고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못내 아쉬운지 방 따뜻한데 더 있다가라면서 못가게 했으나 모두 또 다른 일들이 있어 할아버지 댁을 나왔습니다.

 

방바닥이 따뜻해 좋다며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했습니다. 이렇게 와서 집수리를 해주니 너무너무 고맙다며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대문앞에 나와 휠체어에 탄 채 손을 흔들었습니다.

 

오늘 모인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대기업 사내 하청 노동자가 여럿이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도 있고 20대 젊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현재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파견 판정 받은 미포조선 내 용인기업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환경미화원도 계셨고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유일한 여성은 여행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살림살이도 힘들 터인데도 자신들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사는 분들을 찾아 한달에 한번이지만 몸소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분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울산 동구엔 '품앗이 이웃 봉사회'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12월엔 올 마지막 봉사활동으로 김장 김치를 담는다고 합니다. 김장을 담가 그동안 집수리를 해주었던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가 전해 준다고 합니다. 그날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여건이 된다면 품앗이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참 아름다운 분들, 고마운 분들입니다.


태그:#품앗이, #이웃봉사,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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