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코 크로캅(사진 왼쪽)과 조쉬 바넷 둘 사이에는 기량 외에 '상대성'과 '운'등 여러가지 요소가 승부에 작용했다

▲ 미르코 크로캅(사진 왼쪽)과 조쉬 바넷 둘 사이에는 기량 외에 '상대성'과 '운'등 여러가지 요소가 승부에 작용했다 ⓒ 프라이드

'불꽃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4·크로아티아)과 '동안의 암살자' 조쉬 바넷(31·미국)은 프라이드 헤비급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끈 이른바 쌍두마차였다.

 

물론 두 선수는 성적 면에서는 같은 '빅4'였던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2·러시아)와 '미노타우르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2·브라질)에 미치지 못했지만, 각각 특유의 파이팅 스타일과 쇼맨십으로 큰 인기몰이를 했다. 성적이 아닌 단순한 캐릭터와 상품성으로만 따진다면 크로캅과 바넷이 더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는 평가다.

 

크로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프라이드 최고의 인기 파이터였다.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을 제외하면 변변한 타이틀 하나 없었지만, 최고 수준의 강력한 타격기를 바탕으로 매번 화려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를 증명하듯 파이트머니와 각종 격투상품의 가격에서도 그의 가치는 최고중의 최고를 달렸다.

 

이는 국내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종합격투기가 대중들의 품에 파고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로캅이 뿜어낸 카리스마와 절대적 인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바넷같은 경우는 조금은 아쉬운 케이스다. 크로캅에 미치지는 못 할지 모르겠으나 그 역시 여러 가지 뛰어난 상품성을 보유하고 있었다. 프라이드에서의 활동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관계로 절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가 조금씩 부상하고 있을 때 프라이드가 몰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팬들은 바넷과 표도르의 대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지금까지도 아쉬워하고 있다. 현재 뛰고있는 '어플릭션 밴드(Affliction Banned)'에서 그때 못했던 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있지만 프라이드 시절에 붙었다면 그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크로캅에게는 절대 훈장, 바넷에게는 아쉬움 가득했던 3차례 맞대결

 

크로캅과 바넷은 프라이드 시절 3차례 격돌한 바 있다. PRIDE 28 - High Octane, PRIDE 30 - STARTING OVER, 그리고 마지막으로 붙었던 것이 2006년 '무차별급 그랑프리' 최종결승이다.

 

주목할 점은 크로캅을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바넷이 3번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는 것. 게다가 바넷은 나름 의미 있는 길목에서 번번이 크로캅에게 발목을 잡히며 자신을 어필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프라이드에 오기 전 UFC, NJPW, SuperBrawl 등에서 활약한 바넷은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패만을 허용하며 강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댄 세번, 랜디 커투어, 세미 슐트 등 쟁쟁한 강자들이 모두 그에게 서브미션 또는 타격으로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바넷의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넷은 프라이드 데뷔 초부터 강력한 모습이 요구됐지만 대진운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연속으로 가진 크로캅과의 경기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바넷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UFC 시절 페드로 히조에게 당했던 패배를 들어 바넷이 타격가에게 약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넷은 프라이드 시절에도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26·러시아), 마크 헌트(34·뉴질랜드) 등 출중한 스트라이커들을 제압했다. 하지만 크로캅에게 3번이나 당했다는 것은 항상 불운하게 그를 따라다녔다.

 

역시 그를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게 만든 것은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와의 승부일 것이다. 그는 표도르 빼고는 적수가 없다던 노게이라를 상대로 대등한 그래플링 공방전을 펼치며 1승 1패를 기록, 많은 격투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가 크로캅에게 일방적인 열세를 기록하게 된데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바넷은 최고의 서브미션 결정력을 가졌음에도 의외로 상대를 테이크다운 시키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 웬만한 상대는 같이 타격 공방전을 펼치거나, 조금 얻어맞더라도 근성으로 테이크다운을 시켜버리는데 헤비급 최고의 타격 실력을 가졌던 크로캅에게는 바로 이 부분이 악재로 작용했다.

 

크로캅은 일단 그라운드로 넘어가게 되면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스탠딩 상태에서 만큼은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가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타격능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맷집으로 버티면서 그라운드로 넘어가기에는 크로캅과의 '상대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또한 그는 크로캅과의 대결에서 운도 그다지 따르지 않았다. 첫 번째 대결에서는 갑작스런 부상으로 제대로 실력발휘도 하지 못했으며, 세 번째 대결이었던 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에서는 호드리고 노게이라와의 혈전으로 인해 데미지가 너무 많이 쌓였던 상태였다. 하지만 크로캅 또한 불운한 경기가 많은 파이터였고, 이러한 요소 역시 경기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지라 그 책임을 크로캅에게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넷은 23승 5패라는 훌륭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무려 3패가 크로캅과의 대결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유야 어쨌든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천적관계'가 작용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2008.11.30 11:32 ⓒ 2008 OhmyNews
프라이드 미르코 크로캅 조쉬 바넷 동안의 암살자 천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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