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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노점도 실명제 시대가 돼가고 있다. 

 

평년 기온보다 5,6도 높아 겨울답지 않아서 일까, 27일에는 겨울비가 내렸다. 김훈(29세)씨는 지하철1호선 시청역 4번 출구 한국 언론 재단 앞에서 분주한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집에서 직접 만든 감자ㆍ고구마 샌드위치 입니다”며, 친절히 인사를 한다.

 

김 씨의 여자 친구 임인애(29)씨는 3번 출구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함께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이들의 아침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일찍 시작한다. 김 씨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새벽 4시부터 전날 준비한 재료를 갖고 직접 샌드위치를 만든다. 이렇게 준비한 샌드위치를 김 씨는 부천 집에서 가져 나오고, 임씨는 서울 집에서 나와 오전 6시 30분부터 시청역 4번, 3번 출구에서 판매를 같이 한다. 

 

이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선 것이 어느덧 3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노점 아주머니들이 준비해온 김밥과 우유를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서 판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서울 도심에서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이른 아침부터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경우는 쉽게 보지 못 하는 모습.

 

노점에 실명제 도입, 노점 불신 없애

 

더욱이 김씨와 임씨는 샌드위치에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huniwainae) 주소를 밝히며, 노점에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들이 이렇게 노점에서 파는 샌드위치에 과감히 실명제를 도입한 것은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노점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자신들의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한 반응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은 눈길을 끈다.

 

“18일 언론재단 앞에서 구입하신 분 중 한분께 망가진 샌드위치를 팔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언론재단 앞에서 구입하신 분들 중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서 손난로로 샌드위치를 보온시켜 놨더니 케이스가 찌그러졌습니다. 그래서 누르다가 심하게 망가져서 테이블에 팔지 않고 전시용으로 해놓은 다는 게 어쩌다 섞여서 드리게 되었습니다.

 

7시 24분 고2여학생, 체어맨 74XX 운전하시는 30대 후반 남성분, 8시 그랜저 황금색 17XX 운전하신 40대 중반 아주머니 두 분, 8시 7분 스타렉스 32XX 20대 중반의 여성분

이렇게 구입해주신 분 중에 제가 잘못된 샌드위치를 드린 거 같은 예상을 합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노점에서 판매되는 음식에 대한 불신을 이렇게 불식시켜 나가고 있었다.

 

 

겉치레 버리고 , 희망 찾아 샌드위치 노점에 나선 ‘예비부부’

 

김씨와 임씨가 이렇게 샌드위치 장사에 나선 것은 6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부터다.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판촉물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임씨는 유치원 교사를 했다. 젊은 나이에 노점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에 청년 백수들이 넘쳐나면서 무엇인가 일단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고 한다.

 

장사를 하면서 호텔 인사 담당자나 중소기업 사장 등으로부터 이력서를 제출해보라는 권유도 받았고, 친구들로부터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권유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는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겉치레로 인해, 나 정도는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일(=노동)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겉치레를 과감히 버리니 용기가 절로 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요리책과 마케팅 관련 책도 구입해 요즘 공부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이달 안으로 호떡 장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자리까지 봐 놓고, 마무리 준비 중이다. 임시도 플로리스트 과정을 배우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의 애인인 임씨에게 예쁜 꽃 가게를 마련해 주고 싶다며, 소박한 웃음을 보인다. 이들은 내년 4월에 결혼식을 올릴 예비부부다. 

 

▲“용기와 꿈을 함께 드립니다.”

 

 

몇 년째 이어지는 불황으로 인해 청년 백수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거기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선박, 자동차 등의 제조업의 불황까지 겹쳐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가방 줄과 사회적 위치 등을 따지며 오히려 움츠려 도전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공시생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전락해, 국가적 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훈씨와 임인애씨의 용기와 꿈이 있어 이들의 샌드위치 속은 더 알차 보인다.

 

이들은 출근길 시민을 향해 내일도 “안녕하세요, 집에서 직접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용기와 꿈도 함께 넣었습니다.”고 외칠 것이다.

 


태그:#샌드위치, #시청역 4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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