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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수사한 삼성특검팀의 조대환 특별검사보(52)가 삼성특검 공판에 참여하고 있던 사이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로펌(법무법인)이 삼성 계열사 두 곳의 소송을 맡아온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SDS와 삼성화재는 특검팀이 파헤쳐온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 은닉 의혹의 중심에 있는 계열사들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이에 대해 조 특검보는 “합병 전 렉스가 삼성 계열사 두 곳의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것을 알고 대한변협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자문을 구했으나 쟁점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법무법인은 업무분장이 돼 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에도 서로 협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것은 법조계에서 흔히 말하는 '쌍방대리'의 논란이다. 쌍방대리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로펌에서는 '직업윤리'에 비추어 그런 일(쌍방대리)를 잘 하지 않는다. 조대환 특검보가 공동대표로 있는 로펌은 그러니까 일반적인 로펌에서 한참 못 미치는 로펌인 셈이다. 이런 로펌의 대표자에게 삼성 문제를 맡겼다니 허탈하기 그지 없다.

 

조대환 로펌보다 앞서 '쌍방대리'를 일삼던 선구적인 조직이 있다. 바로 '법률사무소 김앤장'이다. 후마니타스에서 출간된 <법률사무소 김앤장>에는 김앤장의 쌍방대리 실체가 명백히 기록돼 있다. 이것은 KBS <시사기획 쌈>에서도 심층 보도된 내용이다. 그 부분을 옮겨 본다.

 

외환카드는 '보험 대리점업'을 하고 있었는데, 2004년 2월 외환은행과 합병하면서 업무가 방카슈랑스 범위 내로 축소되었고 기존에 수행하던 보험 상품 판매 행위를 더는 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라이나생명 등 보험사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었다. 금액이 100억 원에 달했고, 외환은행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앤장으로부터 법률 자문서를 받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자문 내용은 "외환은행이 보험 수수료를 받는 것은 가능하며, 보험업법상으로도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는 근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앤장은 보험수수료 지급 여부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외환은행에 자문을 해 주기 3개월 전 라이나생명에도 법률자문서를 보냈다. 게다가 라이나생명과 5년간 거래를 해 오던 상황이었다. 동일한 사안으로 두 분쟁 당사자 모두에게 법률자문을 한 것이다.

- <법률사무소 김앤장>, 61쪽

 

당시 김앤장이 했던 대응논리를 보면 조대환 로펌과 토시 하나 다르지 않다.

 

"변호사 사무실 내에 변호사끼리 소통을 막는 정보차단벽을 치면 상관 없다", "내부에서 정보차단벽이 작동하고 있다" -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앤장> 59쪽

“법무법인은 업무분장이 돼 있고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에도 서로 협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 조대환 특검보, 경향신문 기사

 

같아도 너무 같다. 하지만 김앤장의 사례를 보면 '내부차단벽'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단일팀'으로 탈바꿈된다.

 

자신들이 일을 맡을 때 고객에게는 "인수합병, 금융, 증권, 세무, 노무, 지적재산권팀 등 수십 명이 한 개 팀으로 투입되어 성공리에 프로젝트를 마치는 것이 장점"이라고 자랑한다. - <법률사무소 김앤장> 59쪽

 

쌍방대리가 무엇이고 왜 나쁜가?

 

<변호사법> 제31조[수임제한]은 "변호사는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에 관하여는 그 직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쌍방대리 금지의 원칙'이다. 이 때 상대방의 동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건의 당사자를 동시에 대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가 그와 같은 사건에 관하여 직무를 행하는 것은, 먼저 그 변호사를 신뢰하여 상의를 하고 사건을 위임한 당사자 일방의 신뢰를 배반하게 되고, 변호사의 품위를 실추시키게 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건에 있어서는 변호사가 직무를 집행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대법원 2003.11.28. 선고 2003다41791 판결)

 

대법원 판시에서도 쌍방대리는 신뢰를 배반하고 변호사의 품위를 실추시키므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건이 동일한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동일한 대법원 판시에서는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변협에 공식 질의서를 보내 자문을 구했으나 쟁점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조대환 특검보의 답변은 대법원의 판례해 근거해서 볼 때 궁색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하다면 쟁점에 따라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쌍방대리는 소송사건에 쓰이는 용어이지만, 법률자문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같은 사건에 대해 어느 한 쪽과 상담을 하고 다시 상대방과 상담을 한 후 수임료를 받는 것은 변호사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법률자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6년 12월 28일 대한변협 법제위원회는 쌍방대리가 금지되는 사건의 개념을 "법률자문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언론에서는 조대환 삼성 특검보의 삼성 변호에 대해서 '도덕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도덕성과 함께 변호사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조대환,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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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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