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사이 추위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핑계로 방에 콕 박혀 있었습니다. 오늘(21일)은 작정하고 도서실에 책도 반납할 겸 운동삼아 산책도 할 겸 오후 3시쯤 이런저런 블로깅을 마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며칠 동안 영하의 날씨로 고생했는데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잦아들어서 그런지 내복을 껴입어서 그런지 바깥공기는 시원하고 상쾌했습니다.

지난 9월 추석이 지나고부터 아직까지 마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하수관거공사의 흔적들을 피해가며 우선 우체국과 농협으로 향했습니다. 따닥따닥 달라붙어 있는 빌라와 어울리지 않는 고층아파트 그리고 멀리 겨울색을 띈 숲을 바라보며 지나쳐 사계절 썰매장으로 오르는 길목에 섰습니다. 썰매장 앞을 돌아 구름다리를 건너 장미공원을 지나 우체국으로 내려가는 길로 나갈 참이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눈에 띄는 이가 있었습니다. 빨간 모자에 빨간 조끼를 입은 한 청소부가 한쪽 다리가 불편한지 절룩이며 제 앞을 지나쳤습니다. 그는 낡은 빗자루와 쓰레받기, 파란 비닐봉지를 들고, 차들의 아슬아슬한 움직임에도 아랑곳 않고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 떨어진 쓰레기를 쓸어담으며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갔습니다.

사계절썰매장 앞 횡단보도
 사계절썰매장 앞 횡단보도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빨간 모자에 빨간 조끼 차림의 청소부가 눈에 띄였다.
 빨간 모자에 빨간 조끼 차림의 청소부가 눈에 띄였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청소부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청소부는 차도와 인도의 경계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빨간 조끼가 눈에 띈다.
 빨간 조끼가 눈에 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청소부를 바라보다 초록불이 들어와 황급히 횡단보도를 건너서는, 썰매장 오르막을 오르며 쓸쓸한 겨울거리를 청소하는 그를 계속 눈으로 쫓아봤습니다. 그는 쉼없이 비질을 하며 도로 안쪽으로 몰린 낙엽들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러다 두툼한 파란 점퍼를 입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가 그의 곁을 지나다, 길을 묻는지 말을 걸어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사이 서쪽 하늘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짧은 오후의 햇살이 눈앞에 반짝거렸습니다. 그 눈부신 햇빛은 카메라에 새어 들어왔고, 앞으로 나아가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청소부의 뒷모습이 마치 후광처럼 빛났습니다. 마치 더럽고 무지몽매한 세상을 일깨우는 불보살의 몸 뒤로 내비치는 맑고 선한 빛줄기처럼 말입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쓸쓸한 거리를 청소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쓸쓸한 거리를 청소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한 사내아이가 청소부 앞을 지나다 말을 걸어왔다.
 한 사내아이가 청소부 앞을 지나다 말을 걸어왔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길을 묻는걸까??
 길을 묻는걸까??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짧아진 오후 햇살이 카메라에 새어들어왔다.
 짧아진 오후 햇살이 카메라에 새어들어왔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마치 청소부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처럼 빛났다.
 마치 청소부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처럼 빛났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땀흘려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처럼 세상사람들도 그러했으면 싶다.
 땀흘려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처럼 세상사람들도 그러했으면 싶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올해가 가기전에 쓰레기만도 못한 이들을 청소했으면...
 올해가 가기전에 쓰레기만도 못한 이들을 청소했으면...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청소부, #쓰레기, #겨울, #후광, #햇빛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