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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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개봉한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영화 맘마 미아!(Mamma Mia!)는 제작과정에서부터 이미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아바는 Honey, Honey, Money, Money, Money, Mamma Mia!,Dancing Queen, Voulez-Vous, I Have a Dream 등과 같은 주옥같은 곡들로 7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적 그룹이다.

왜 맘마 미아에 세 명의 여성이 출연하는가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세 명의 제작자, 연출가 필리다 로이드, 프로듀서 주디 크레이머, 각본가 캐서린 존슨은 수퍼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아바의 음악들을 이용해 뮤지컬 맘마 미아!(Mamma Mia!, 1999)를 제작했다.

뮤지컬 맘마 미아는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에서까지 성공을 거두었고 10월 20일부터 대구에서 공연되었다. 이미 대중적 인기를 보장 받은 아바의 음악과, 뮤지컬 공연으로 인정받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확보된 상태에서 맘마 미아는 더욱 대중적인 장르, 영화로 그 위치를 옮긴다.

뮤지컬보다 떨어지는 현장성과 생생함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했으며 뮤지컬 무대에서의 제한된 움직임을 확장하기 위해 그리스의 한 섬으로 배경을 옮겼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바다와 찬란한 색채 대비, 배우들의 활동적인 움직임들은 음악을 실제로(live) 듣지 못한다는 오디오의 한계를 적극적으로 비디오로 극복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주인공, 실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서 유난히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 이 영화, 과연 이 영화에서 여성은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인가?

1) 영화의 설정

할리우드 영화는 007이나 수퍼맨과 같은 아메리칸 히어로가 등장하는 마초이즘적 영화에서 맘마 마아와 같은 여성적 블록 버스터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변태의 과정을 거쳤다.

이 영화에서는 여섯 명의 주요 여성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머니 세대를 대표하는 도나와 로지, 타냐, 그리고 딸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피와 두 친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외에도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인물 샘, 해리, 빌과 사위가 될 스카이와 그 두 친구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여자들의 몫이다.

소피는 어머니의 일기장을 뒤지고, 결혼식의 초대장을 보내는 등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영화 속 사건들의 개연성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또한 이 모든 사건들의 원인이 되는 어머니 도나는 혼자 힘으로 딸을 기르고 호텔을 운영하는 수퍼 우먼이다.

'여성 인물'과 더불어 영화의 '사건' 또한 주목할 만하다. 충분히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작용할 수 있는 '싱글 맘'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유교적으로, 또 도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 달 사이에 세 번의 관계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와, 어머니, 당사자, 아버지까지 모두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설정은 이전까지는 가십으로만 취급되어 왔었다. 영화에서 도나의 어머니가 도나가 임신했다고 했을 때, 다신 집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고 했던 것 역시 이런 사회적인 억압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 발랄한 신세대로서의 여성, 소피(아만다 시프리드 Amanda Seyfried)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결혼하기 전에 꼭 내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고 싶었던 것 뿐이야!"

소피는 그야말로 발칙하고 발랄한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 자신의 결혼식을 맞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일기장에서 자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세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부모에게 순종하는 자식'이라는 틀을 깬, 그래서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소피의 행동은 권위나 가족주의가 중시되던 이전과는 달리 개인,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역력히 반영되어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소피는 과거에 중시되던 다양한 도덕적 기제들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식장에서 그녀는 "난 엄마가 수 백 명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고 해도 상관없어요"라고 말한다. 그것도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도덕적, 존재론적 아노미를 겪을 수 있지만 그녀는 그저 엄마를 사랑할 뿐이고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는데 아버지라는 존재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 가치관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여자, 그리고 어머니, 도나(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You know, I'm free, and I'm single!"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하는 인물은 바로 도나이다. 우선 차림새부터 심상치 않다. 그녀에게서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고풍스러운 중년 여성의 느낌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녀는 수 많은 호텔방을 스스로 정리하고 갈라진 바닥을 수리해야 하는 호텔 관리자다. 허리에는 항상 공구가 가득하고 활동이 편한 멜빵바지를 즐겨입는다. 그녀의 'feminine'함은 상실된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친구들의 말에서 그녀야 말로 소싯적에는 파티의 여왕이라고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여성을 중심으로 짰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도나가 스스로를 'grown old'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영화에서 자유로운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나는 소피는 전혀 개의치 않는데도 소피가 '헤펐던'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괴로워한다. 사회에 좀 더 적절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도나는 자유롭고 반항아적인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수녀와 같은 삶, 어머니로서의 삶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최강의 소녀밴드 도나와 다이나모"의 공연은 상당히 의미 있는 장면이다. 그녀들은 이미 40대, 혹은 50대의 중년이지만 휘황찬란한 무대의상을 입고 무대와 나와 공연을한다. 이 자체로도 충격적이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관객들의 반응이다. 관객들은 환호한다. '어머니로서의 도나'가 '퍼포머로서의 도나'로 재평가되는 순간이다.

또한 영화에서는 중년 여성의 성적, 사회적 욕망을 긍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도나와 친구들은 뉴욕 맨하탄의 캐리와 그 친구들을 떠오르게 한다. 도나의 친구 타냐는 세 번째 가슴수술을 받았고, 여전히 여행 가방엔 망사 티팬티를 가지고 다니며 24k gold 보습제로 미모를 가꾸고, 당나귀 고환을 먹는다. 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청년을 능숙하게 대할 만큼의 성숙한 여유도 가지고 있다. 로지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영화 말미에서 빌에게 구애하고 결국 사랑을 얻는다. 그리고 그녀들은 이렇게 말한다. 난 외로운 늑대야!

3)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여성 해방, Dancing queen

영화의 중간 부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ABBA의 음악 Dancing Queen이 나온다. 영화에서 도나는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이 섬을 찾아온 사실을 알고 소피가 자신의 과거에 실망할까봐 매우 걱정한다. 이런 도나의 모습을 본 친구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도나를 위로하며 이 노래를 시작한다. 처음에 도나는 이런 친구들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슬퍼하다가 나중에는 거리로까지 친구들과 뛰쳐나와 누구보다도 더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도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며 Dancing Queen을 부르자, 조금은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본 많은 동네사람들이 노래의 행렬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걸 본 여성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들은 다들 할 일, 하고 있던 일을 내려놓고 노래의 행렬 속으로 뛰어든다. 우리는 여기서 왜 하필이면 그들이 이 노래를 선택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은 가사의 일부이다. And when you get the chance/ You a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Dancing Queen. 이 장면이 시작될 때 여성들은 각각 어떤 억압 아래 있다.

예를 들어 도나는 상황의 도덕적 억압을 겪고 있으며 잠깐 비춰지는 여성들은 가사 노동, 혹은 '여성다움'이라는 억압의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신은 아름답고 젊으며, 고작 17살이라는 집단적인 주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방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노래가 끝난 뒤, 여성들이 모두 물에 빠지는 것에서도 뚜렷이 볼 수 있다.

마치며

적어도 '맘마 미아!'는 여성 관점에서 여성들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녀들의 해방, 발상의 전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먼저 영화 포스터를 보자. 단연 주 포스터에는 '젊고 예쁜' 아만다 시프리드가 화면을 꽉 차지한다.

영화 전체 내용을 볼 때 결코 아만다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중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는 것이 대중문화라고 볼 때 이 부분에서는 상업성이 완전히 배제될 수 없었으며, 여전히 성은 상품화되고 있다. 영화의 결말도 여성의 온전한 자립을 나타내는가하는 면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소피는 결혼이라는 제도적 억압을 떠나 자신의 온전한 길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도나의 경우 다시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스스로 구속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상에서의 파격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고 만다. 이것은 물론 세대의 변화라고도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파격적인 소재와 구성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성적 면에서의 한계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 자체가 '영화'라는 대중성이 전제되는 것이며, 특히나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을 볼 때 존재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영화가 그저 어느 정도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만큼의 현실을 반영한다거나, 대중들이 감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전달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역할을 하려면 일상에서의 파격도 좋지만, 일상을 뛰어넘는 파격들을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맘마 미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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