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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공공시설이 아니다. 웬 엉뚱한 소리인가 할 지 모르나, 사실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에 근거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현행법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국토개발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학교는 '기반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쿨' 개교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뉴타운'이 나온다.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개발공화국 현주소다. '건설이 앞전, 교육은 뒷전'에 치여 엄청난 빚을 진 도교육청은 "더 이상 여력이 없다"며 손을 들었고, 정부 주도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학교설립비용에 '항복 선언'을 한 경기도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다.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학교 신설 교육계 입장은 동일"

 

경기도에만 앞으로 또 지어야 하는 학교가 460개 정도라고 한다. "땅값 계속 오르는데 학교는 어떻게 지을꼬?" 송경원(36) 진보신당 정책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지난 9월 4일 <오마이뉴스>에 직접 올린 기사 제목이기도 하다. 학교가 기반시설로 분류돼 교육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학교를 공공시설로 바꿔 사업시행자가 짓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다.

 

1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도 송 위원은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교 신설과 관련한 교육계 입장은 동일하다. 새로 개발할 때 땅을 닦은 다음 도로를 깔고 상하수도를 설치하듯, 공공시설에 학교를 넣자는 것"이라며 "개발업자가 학교를 지어 놓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영개발일 경우 2천 가구 이상은 사업 시행자가 학교 용지 및 건물을 무상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 최근 정부가 마련한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 대해 송 위원은 "어느 정도 기준이 초과되는 개발에 한해 학교를 짓게 하도록 한 만큼 일정 부분 긍정적이다"면서도 "(지자체나 교육청이) 숨통만 트이는 정도 수준의 법안만 내놓고 있다. 정부는 우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송 위원은 "과거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기준인 300세대를 피하기 위해 299세대를 짓는 일도 있었다"고 상기시키면서 "건설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지 않겠냐"고 말해 '국토법' 개정이 근본적인 대안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포 한강신도시처럼 학교설립이 지연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송 위원은 "물론이다. 개발공화국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개발지가 늘어날수록 이런 문제는 앞으로 계속 불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래는 송경원 정책연구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개발공화국 아닌가. 김포 한강신도시 유사 사례 늘어날 것"

 

- 최근 김포 한강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설립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면서 직권 취소를 요청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내보이고. 어떻게 보는가.

"유사한 사례가 대전에서도 있었다. 공사는 다 돼 가는데, 학교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에도 아파트에 사람이 입주했는데, 학교가 완성되지 않았거나 공사 중이어서 상당히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최악의 상황이야 피할 것으로 보지만, 어쨌든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 이와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 보는가.

"물론이다. 개발공화국 아닌가. 개발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런 문제는 앞으로 계속 불거질 것이다. 지금 정부가 갖고 있는 돈으로는 그만큼의 학교 설립을 감당할 수 없다. 별도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교육청이 80∼90% 정도 노력하고 있다면, 지자체는 10∼20% 수준으로 본다."

 

- 경기도의 경우는 서울에 인접해 정부 주도 개발이 많았다는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난 완화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정책으로 비롯된 학교 설립비용을 도가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경기도 재정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자체보다 좋긴 하지만, 어쨌든 중앙 재정보다는 적다. 정부 주도 수도권 개발이 많았던 것 또한 맞다. 지금까지 학교를 공공시설 범주에 포함시켜 학교용지부담금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학교 수요를 창출한 곳에서 학교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런 원인자 부담 원칙에 의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기도의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경기도가 아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김문수 지사 부임 전 일이지만, 영어마을이 적자 문제로 질타 받고 있다. 영어마을에 투자할 돈을 차라리 학교용지분담금에 썼으면 이렇게 욕을 먹었을까 생각한다."

 

- 현재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공영개발일 경우 2천 가구 이상은 사업 시행자가 학교 용지 및 건물을 무상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안에는 비록 학교를 공공시설로 한다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준이 초과되는 개발에 한해 학교를 지어 놓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정 부분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2천 가구 규정은 나눠서 쪼개서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과거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을 300세대 이상으로 했을 때는 개발업체들이 법망에서 빠져나가려고 299세대로 짓는 일도 있었다."

 

- 정부안이 적용대상을 '법 시행 이후 개발 계획 승인지구'로 규정하고 있어 이미 승인을 받은 개발 지구의 학교용지매입비 부담은 여전하다는 이유로 실시계획 승인 분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경기도 요구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부안은 적용범위가 너무 협소하다. 경기도 요구대로만 되더라도 일단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국토법 개정이 가장 깔끔, 현 정부는 왜 우회하나"

 

- 정부의 학교특례법 개정안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건설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피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지 않겠나. 지금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한다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어떻게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어찌 보면 피해갈 수 있는 구멍을 정부가 안내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 그렇다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키는 것이라 보는가.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교 신설과 관련한 교육계 입장은 동일하다. 새로 개발할 때 땅을 닦은 다음 도로를 깔고 상하수도 설치하듯, 공공시설에 학교를 넣자는 것이다. 개발업자가 학교를 지어 놓아라, 이런 입장이다.

 

국토 계획 및 이용 법률 개정이 가장 깔끔하다. 공공시설란에 딱 한 단어, 학교만 넣어주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다 해결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숨통만 트이는 정도 수준의 법만 내놓고 있는 셈이다. 지금 정부는 우회하고 있다."

 

- 국토해양부나 토지공사 등이 학교를 공공시설 범주에 포함시켜 개발사업자가 짓도록 하면 분양가가 인상될 것이란 논리로 반대하는데.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헌데 거꾸로 따져보면 개발 이익이 또 상당하지 않나. 그 중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공공시설에 학교를 포함시키자는 것인데, 그만큼을 오히려 분양가로 떠넘기겠다고 하면, 시장 논리에 따르는 민영 건설사들이 그렇게 얘기한다면 또 모를까, 공영개발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

 

- 일전에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교육재정이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신설 비용을 누가 대느냐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따져 봐야 할 문제가 형평성이다. 어느 지역을 개발하게 되면 사람들이 이주하게 되고, 임대아파트 입주자가 아닌 이상, 그래도 어느 정도 여력이 되는 분들이다. 그렇지 못한 분들은 살던 곳에 남게 되고 또 거기 있는 학교도 운영돼야 한다.

 

결국 새로 개발한 곳에 학교가 필요하다고 공공재정을 다 쏟아 붓는다는 것은 나머지 학교에 들어갈 돈을 빼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양극화란 말이 나오게 된다. 과잉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학생 숫자가 정체 또는 감소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이득을 노리고 개발하는 경우, 사실상 학교가 충분한데도 또 지어야 하는 셈이다. 반대로 농어촌 지역 폐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해야 한다."


태그:#뉴타운, #학교용지, #국토법, #공영개발,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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