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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1조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 있다.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아래 '국토법')'에서는 학교가 공공시설이 아니란다. 도로나 수도와 달리 개발사업자가 설치할 필요가 없단다.

 

따라서 이런 논리가 성립된다. 대표적인 공영개발 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아래 '토공')나 대한주택공사(아래 '주공')는 학교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개발사업자인데도 그렇다. 김포한강신도시 우남 퍼스트빌 입주예정자 동호회 카페지기 정홍섭(42)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수도나 전기 그리고 가스처럼 학교도 당연히 공공시설로 설립되는 줄 알고 있었다. 재개발 사업을 통한 인구 이동 규모와 공공시설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주거 공간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헌법상 국민의 권리이자, 정부나 공공기관의 의무 아닌가."

 

학교용지분담금 미납 전국 1위, 하지만 납부율은 2위

 

그럼 학교 설립은 누가 해야 할까. 바로 이 부분을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학교용지 특례법')'이 규정하고 있다. 1995년 제정된 학교용지 특례법은 개발지역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이 학교용지 매입비를 각각 절반씩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최순영 전 의원(민주노동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2001년부터 2006년까지 16개 시도의 학교용지분담금(아래 '분담금') 납부율은 22.4%밖에 되지 않는다(표1 참조). 나머지는 '그래도 학교를 세워야 하는' 교육청이 충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상황이 심각하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가 아직 납부하지 않은 학교용지분담금은 9660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기도도 할 말은 많다. 일단 표1에서 드러나듯, 경기도의 분담금 납부율은 전국에서 울산 다음으로 높다. 적어도 서울처럼 '수수방관'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기반시설부담금은 도 단위 지자체에 무용지물

 

그렇다면 분담금 미납액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분담금 재원은 취·등록세, 학교용지부담금, 기반시설부담금, 개발부담금으로 조성된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개발부담금은 정부의 면제 규정이 많아 실질적인 수입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기반시설부담금은 아예 재원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올해 폐지된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이 그동안 귀속주체를 특별시·광역시·군으로만 명시하는 바람에 도가 기반시설부담금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 실질적인 가용재원으로 학교용지부담금과 취·등록세만 남는 셈이다.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은 100가구 이상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기준 공동주택에 0.4%, 단독주택용 토지에 0.7%를 부과하고 있다.

 

지방세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취·등록세는 분담금 재원 말고도 교통, 사회복지, 문화예술 등 지자체 살림에 쓸 곳이 많은 세수다. 따라서 학교용지부담금이 학교용지매입비(분담금)에서 주요 재원 역할을 해야 한다. 허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경기도 측의 설명이다.

 

학교용지매입비에서 학교용지부담금 비율 낮아... '빚' 양산 구조

 

실제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매입비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1.3%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학교용지 특례법 제정 이후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설립된 349개교의 학교용지매입비는 3조186억원이다.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경기도와 도교육청이 각각 부담해야 하는 비용, 1조5094억원이 산출된다. 이제까지 경기도가 분담한 금액은 5434억원, 이중 학교용지부담금이 3217억원이므로 도가 부담해야 할 총 매입비 가운데 학교용지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1.3%라는 계산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하여 현재 진행중인 김포한강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학교용지비 분담관련 실무회의'자료에 의하면, 22개 학교 설립에 필요한 학교용지매입비는 2784억원. 현행 학교용지 특례법에 따른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각각의 분담금은 1392억원이다.

 

김포한강신도시 개발로 인한 경기도의 예상 수입은 총 9013억원으로 취득세가 4405억원, 등록세 3765억원, 학교용지부담금이 843억원이다. 예상 지출액은 징수교부금 2476억원, 법정의무경비 5629억원, 교육재정부담금 409억원 등 총 8514억원이다. 수입에서 지출을 빼면 499억원이 남지만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매입비(분담금) 1392억원에는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경기도가 도교육청에 9660억, 다시 도교육청이 토공에 8307억 '빚'

 

이런 식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가 1조원에 육박하는 분담금 미납이다. 이 부담은 또한 도교육청에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지난 국감에서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로부터 학교용지매입비 9660억원을 받지 못해 분할상환방식으로 매입한 학교부지 예산 8307억원을 한국토지공사에 빚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경기도에 면죄부까지 줄 수는 없다. 이런 사정들로 '정상을 참작'하는 것일 뿐, 학교용지분담금 미납은 명백한 위법이다. 진보신당 송경원 정책연구위원은 "경기도에 아예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김문수 지사 부임 전 일이지만, 영어마을에 투자할 돈을 차라리 학교용지분담금 문제에 썼으면 이렇게 욕을 먹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도교육청에 진 '빚'이 9660억원이고, 다시 도교육청이 대한토지공사에 진 빚이 8307억원이란 사실은 현행 학교용지 특례법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현행 국토법에 학교가 공공시설로 규정되어 있다면, 공영개발 사업자인 토공이 학교를 설치했어야 하고, 이런 '빚잔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특례법, #신도시, #토공, #경기도, #부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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