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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그렇게 초인종이 울리고 이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예쁜 여성 교사. 매주 2~3회 방문하는 그 교사는 방문해서 두어 시간을 학생과 공부하고 상담한다. 그녀는 매주 면 단위에 있는 세 가정을 방문한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마치 학습지 교사나 병원에서 파견한 방문 상담사를 떠올리겠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엄연히 학교 교사다. 안성 지역에 있는 안성고등학교 특수교사다. 일반 교사와 다른 게 있다면 교사란 명칭 앞에 ‘특수’란 말이 붙는다는 것. 그러니까 특수교육과를 전공하고 난 후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장애학생 전문 교사인 셈이다.

지금은 자리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제자에게 수업 중이다. 이렇게 순회 수업을 하는 것이 김미애 교사의 일상이다.
▲ 수업 중 지금은 자리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제자에게 수업 중이다. 이렇게 순회 수업을 하는 것이 김미애 교사의 일상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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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요즘 가르치는 제자는 소위 중증 장애학생들이다. 학교에 출석하기조차 힘들어 집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을 직접 방문하여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순회 교사’가 정식 명칭이다. 물론 교실은 해당 학생의 집이요, 수업방식은 일대일 수업이며, 수업시간은 그녀가 방문한 시간이 된다. 학생이 학교로 찾아가는 수업이 아니라, 교사가 집으로 찾아가는 수업인 것이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이라 할 것이다.

“장애 학생이라서 그런지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잘 나누려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꺼려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한마디로 미래가 불투명해서 오는 심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 넣어 주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아쉽죠.”

이렇게 말하는 김미애 교사의 수업 전략은 ‘자신이 말하기보다는 될 수 있는 대로 학생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잘 들어주자’는 것이다. 세상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 힘들 수도 있는 그들에게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만큼 괜찮은 일이 있을까 싶어서다.

학생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평소 그 학생에게서 보지 못한 점을 발견해낼 때는 마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아낸 듯한 기분이란다. 그렇게 발견한 그 학생의 장점은 곧바로 그녀의 입에서 ‘칭찬’으로 바꿔지는 마법이 이뤄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말처럼 어쩌면 패배의식과 좌절감에 빠져 있을지 모를 제자들에게 이것보다 더 좋은 특효약이 있을까. 이런 칭찬으로 인해 힘을 내어 뭔가 해보려는 제자를 볼 때 가장 보람 있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듯.

처음엔 작년처럼 학교 교실에서 많은 학생들을 두고 수업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적잖은 부담도 있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는 김 교사. 그녀에 의하면 일대 일 수업이기에 해당 학생의 컨디션과 자신의 알찬 수업 준비의 여부가 그날의 수업의 승패를 가르는 관건이 된다는 것. 하지만 이젠 이론 위주의 공부보다는 해당 학생에게 꼭 필요한 실기 위주의 공부가 더 재미있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자신의 수업 노하우가 되어버렸다. 

오래간 만에 제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뒤에 누운 제자가 웃을 듯 웃을 듯 하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 제자와 함께 오래간 만에 제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뒤에 누운 제자가 웃을 듯 웃을 듯 하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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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선진국처럼 장애인복지도 시설 위주보다는 재가 위주가 대세라는 사실이 이젠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본다면 지금 그녀가 하고 있는 ‘찾아가는 수업’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자신의 차로 직접 운전해서 제자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여 열심히 수업을 하고 있을 그녀가 마지막으로 해준 말만큼이나 말이다.

“장애학생이나 그들의 부모님들이 스스로 좀 더 당당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좀 더 당당해질 수 있도록 주위의 시선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조금만 걷어내 준다면 그들이 훨씬 수월하겠죠.”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7일 김미애 교사가 지도하는 한 학생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현재 안성고등학교(031-673-1922)엔 특수교사 4명이 학급 담당, 순회 담당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태그:#순회교사, #특수학급교사, #안성고등학교, #김미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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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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