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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정몽준 최고위원이 당내 계파 다툼을 겨냥한 쓴소리로 눈길을 끌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16일 "미국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오바마와 힐러리가 치렀는데 '오바마계'나 '힐러리계'가 있는지 알아보니 (그런 계파는) 있지 않았다"며 친이명박계-친박근혜계가 양분하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 권력 구도에 일침을 가했다.

 

정 최고위원은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에서 '200년 만의 커다란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양대 계파인 친이계-친박계가 최근 내부 권력 다툼에 다시 돌입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대 계파가 분할·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몸집만 크면 뭐하나, 머리·두뇌가 있어야지"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먼저 "한나라당의 변화에 바람직한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한나라당이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다"고 '변하지 않는 한나라당'을 지적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이전에도 지적해왔던 '최고위원회의 실세화'를 거듭 주장했다. "최고위원회를 실질적인 협의기구로 만들기 위해 최고위원들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만나 정부 정책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 

 

정 최고위원은 "한미FTA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는데 (최고위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고) 경직되게 밀어붙이는 걸 보고 걱정스러웠다"며 "다행히 최근 유연해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언론에서 몸집이 크다는 의미로 한나라당을 거대여당이라고 부르는데 그 몸집에 비례해 머리, 두뇌가 있으면 더 좋겠다"며 "정책기능, 교육·연구기능을 보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3일 고위당정협의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데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의원연찬회에서는 '중도 진보 선점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오바마식 '초당적 인사' 충고

 

특히 정 최고위원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변화와 화합'을 내걸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여당을 포함 정치권에 '초당적인 화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가리지 않고 조각(組閣)을 하겠다고 했다. 초당적인 조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화합'이다. 우리도 정치인들이 평상시에 초당적인 정치를 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정 최고위원은 "5년 단임제를 규정한 우리 헌법의 정신은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당의 울타리에 갇히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미국은 4년 중임제인데도 초당적"이라고 강조한 뒤, "5년 단임제인 우리의 경우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일을 하도록 당이 도와줘야 한다"며 "대통령이 성공하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을 크게 도와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한국정치문화의 변화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지만, 연말 혹은 내년초 개각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던지는 충고로 보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 최고위원은 '오바마 당선자의 조각 방침을 언급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회적으로 얘기한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회적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직설적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바마 당선자처럼 향후 개각에서 한정된 여권 인맥에만 의존하지 말고 '초당적 인사'를 기용하라는 충고를 던진 셈이다.  

  

MJ의 '종부세 생각'은?... "정치인들이 헌법 정신 훼손"

 

또한 정 최고위원은 종부세 일부 위헌 판결과 관련 "국회에서 만든 법안이 위헌 판결을 받아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헌재가 근래 위헌 심사한 것이 600여건인데 이 법안들이 국회에서 만든 법안이라는 점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정치인들이 헌법의 정신, 헌법적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정신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정치인들이 그걸 무감각하게 자주 훼손하는 것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의 당선 이후 외교행보에 주력해온 정 최고위원은 오는 12월 1일 일부 의원들과 함께 미국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브루킹스연구소 등를 방문해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경청할 예정이다.  

 

정 최고위원은 "미국의 민주당이 세계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당선이)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견을 듣고 오겠다"고 뉴욕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또 정 최고위원은 "오바마 당선자가 당선 연설에서 '제 당선은 미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했는데 참 부럽다"며 "우리도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정몽준, #최고위원회, #오바마,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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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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