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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땅 나주는 한동안 여행객들의 마음에서 조금 밀려나 있었다. 크게 치장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고대 영산강문화를 꽃피웠던 나주는 크고 작은 문화유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거기에는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다.

 

백제의 영산강 유역 진출 이전에 자리잡고 있던 토착 마한세력자의 무덤인 '반남고분군'이 그것을 증명한다.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 사이의 로맨스가 배어있는 '완사천'도 나주에 있다.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돌로 쌓은 성인 '남고문'과 조선시대 나주목(羅州牧)의 객사건물인 '금성관', 목사가 정무를 보던 동헌(東軒) 근처의 살림집인 '목사내아'도 있다. 백제의 불교전파 경로를 밝히는 중요한 사찰인 불회사도 나주에 속한다.

 

나주는 역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고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주를 '천년고도' 또는 '목사골'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주목은 고려 성종 2년에 설치된 뒤 조선시대까지 1000년 동안 이어졌다.

 

나주의 많은 문화유적 가운데 하나로 전남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132호인 목사내아(牧使內衙)가 먼저 여행객들한테 한걸음 다가선다. 한옥여관을 겸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전라남도 나주시는 문화재청의 형상 변경 승인을 얻어 목사내아 내부를 개조하고 12월 중순부터 관광객들에게 제공키로 했다. 전시 위주의 문화재 관리에서 벗어나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나주시는 내아의 안채 방 5개와 문간채 방 3개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다. 아궁이를 고쳐 군불을 지피면 이튿날 아침까지 따뜻하도록 하고, 벽지와 전등도 깔끔하게 바꿨다.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전통가구도 배치한다. 샤워실과 탈의실, 수세식 화장실 등도 갖춰 관광객들의 ‘하룻밤 목사체험’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

 

전통혼례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혼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혼례를 치를 신랑과 신부가 말과 가마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신행길도 마련했다. 혼례비용은 초례상에 올릴 음식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나주시는 또 목사내아 앞마당에서 계절 따라 각종 문화행사도 열 예정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금성관(지방문화재 제2호) 좌우로 복원된 동익헌과 서익헌도 각 2개씩 4개의 방을 개방, 단체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옛 선비들의 교육과 제사공간인 나주향교도 최근 복원된 동제와 서제를 중심으로 숙박과 유생체험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태그:#목사내아, #나주목, #나주, #불회사, #반남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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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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