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은]  연예인 정치참여 활발... 사회변화에 영향력 행사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예상대로 오바마의 압승으로 끝났다. 오바마의 승리 이후 그에 관해 쏟아지는 환호와 관심은 역대 대통령 선거 당선자 그 누구보다도 폭발적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데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벗어날 계기를 바라는 심리가 크고 무엇보다도 워낙 '깽판'을 쳐 놓은 전임자 부시에 대한 환멸이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그만큼 더 크게 한 탓이다.

 

오바마의 승리는 비교적 일찍부터 예상되던 바다. 변화를 바라는 미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마음도 있었고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그의 승리를 일찌감치 예감했던 것은 그에 대해 압도적으로 쏠린 이른바 '엔도스먼트(endorsement)'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선거에서 언론인, 연예인, 지식인 등 유명 인사들이 특정 후보에 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일이 많은데 이를 엔도스먼트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지지는 매케인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특히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 다수가 오바마를 적극 지지했다.

 

원래 할리우드가 친 민주당 성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이번 만큼 그 강도가 컸던 적은 없다. 조지 클루니, 스티븐 스필버그, 우디 앨런, 오프라 윈프리,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로버트 드 니로, 숀 펜, 브래드 피트, 멧 데이먼 등 오바마 지지 스타들의 면면은 현재 할리우드 주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에 비해 매케인 지지 스타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실베스타 스탤론, 로버트 듀발, 존 보이트 등이 거론되는데 그 무게감도 그렇거니와 일단 노쇠한 느낌이 역력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대중매체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은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되고 역할 모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정치 의견은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인기 있는 대중 스타들이 선거나 전쟁, 인종 문제 같은 정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해 온 전통이 매우 뿌리 깊다.

 

스타들의 사회정치 활동들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스타들 자신이 단지 가벼운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지성을 가진 존재임을 부각해 스스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미국에서 그런 전통이 뿌리내릴 수 있던 데에는 정치 발언과 행동이 어떤 보복이나 불익을 낳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몇 년 전 이라크전 당시 전쟁에 공개 반대했던 일부 스타들이 이런저런 보복과 불익을 당한 사례가 있으니 그런 경우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한국은] 과거 관제 캠페인에 '동원'... 지금은 프로그램 뺏길까 가슴 졸여 

 

한국 사회에서도 연예 스타 등 유명인들이 선거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런 저런 정치 발언을 하기도 하고 사회 활동에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민주화가 낳은 새로운 풍속도다. 군사 독재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하긴 그 때도 이런 저런 사회 활동 속에 스타들이 등장하긴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던 반공 궐기 대회니 국산품 애용이니 숱한 관제 캠페인에는 으레 눈에 익은 연예인들이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그 시절 연예인들은 '참여'를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동원'되었을 뿐이다.

 

연예인이 그저 '동원'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지성과 영혼을 지닌 지식인일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대중가요 검열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가수 정태춘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다.

 

이후 분명한 자기 주관으로 사회 발언을 내놓거나,  촛불 집회 같은 데 적극 참여하거나,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연예인들을 자주 보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KBS 사장을 필두로 이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줄줄이 쫓겨나고 있다. 온갖 압력 수단을 동원해 자진 사퇴를 강요하고 그 말을 듣지 않으면 갖가지 무리수를 동원해 결국 쫓아내고 마는 일이 되풀이 되더니 최근에는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결국 쫓아내고 말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이른바 코드 인사를 그토록 비난해마지 않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자마자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걸 보면 오래 동안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을 졸지에 그만두게 된 가수 윤도현이나 방송인 정관용씨와 같은 경우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방송을 그만두게 된 것에 어떤 정치 판단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있다. 윤도현이 평소 촛불 시위에 참여하는 등 사회 발언에 적극적인 연예인이었고(게다가 2002년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전력이 있고) 정관용 역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의 이사를 맡고 있는 등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인기 스타 등 유명인들의 사회 발언과 참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자리에서 잘리고 프로그램을 뺏기는 등 보복이 빤히 눈에 보이는 길을 쉽게 갈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정치 때문이 아니라는 방송사측의 변명을 들으며, 그래, 설마 그 정도로 치졸하지는 않겠지 싶다가도 이 정부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 그런 변명이 곧이 들리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보수적인 거야 그런가 보다 참아주겠지만 치졸한 건 정말 참아주기 힘들다.

 

[최근 주요 기사]
☞ 수능 당일 부모들 심정 아십니까?
☞ "갯벌을 옥토로 만들어놨더니 비싸게 사라니"
☞ 야구 긴장해라, 축구선수는 공부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창남씨는 현재 인권실천시민연대 운영위원이자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윤도현하차, #엔도스먼트, #정관용, #사회적 발언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