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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위원장 박진 한나라당 의원)가 개최한 한미FTA 비준동의안 관련 공청회에서 경제·통상·농업 전문가들이 각각 다른 해법을 내놨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4명의 전문가들은 모두 한미FTA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보인 반면, 선비준 문제에 대해선 '한국이 선비준하는 게 유리하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기회로 한국도 농업부문 재협상을 요구하자', '선비준은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뿐, 시기를 미국과 맞춰야 한다'는 세가지 주장으로 나뉘었다.

 

"우리 계획대로 비준해야 국제 사회 신뢰"..."협정문 손대면 안 돼"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자동차 부문에서도 미국의 요구를 상당히 많이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추가협상에서 얻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한미FTA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의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지위 확보를 위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비준을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

 

서 실장은 이어 "한국의 자체 경제 발전 및 대외개방 정책에 따라 계획에 맞춰 비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EU 등 다른 국가들과의 FTA도 우리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체결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제적으로나 국민들에게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미FTA 선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양국 정부간에 체결된 FTA 협정문 자체에는 손을 대지 말고 한국이 선비준하되, 필요하다면 품목별 협약을 추가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정 교수는 한미FTA는 TPA(Trade Promotion Authority, 무역촉진권한, 국제교섭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게 위임한 무역협상 권한)법 하에서 체결되고 의회에 보고된 것"이라며 "재협상을 해서 미국 상하원이 협정문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TPA가 무력화되고 결국은 한미 FTA가 폐기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나"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가 재협상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한 부분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미국이 만에 하나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제기한다면 기존의 협정을 그대로 두고 양국의 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등 재협상보다는 나은 해결책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비준은 우리가 쓸 카드 없애는 것"..."차제에 농업 부문 재협상 해야"

 

최원목 이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먼저 비준을 하는 것이 미국에 압력으로 작용해서 미국의 비준으로 이끌 가능성은 적다"고 단언했다. 자동차 부문 재협상에 대한 미국 내의 정치적 압력이 강해서 한국이 선비준하는 것이 새로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에 어떠한 압력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없다는 것.

 

최 교수는 "미국은 재협상 혹은 추가 협상을 필연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비준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대응을 스스로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먼저 비준을 하면 재협상 시에 내세울 국내 정치적 요소 등의 카드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은 '재협상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피력하면서 계속 일관된 목소리를 내되 마지막 순간에 상호 비준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허점을 드러내는 것과 같고, 미국이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맗했다.

 

주로 경제·통상 전문가들로 이뤄진 진술인들 가운데 유일하게 농업 전문가로 참석한 윤석원 중앙대 농업경제학 교수는 한미 FTA가 한국 농업에 끼칠 악영향을 언급하면서 한미 FTA 농업부문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 교수는 "관세만 깎으면 자유무역인가, 미국이 농업 부문에 쏟아붓고 있는 보조금은 어떻게 할거냐"며 "미국은 매년 700억 달러의 보조금을 퍼부어 농가 소득의 3~40%를 국가 보조금이 차지하지만 우리는 5% 정도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농업 부문에 있어서 한미 FTA는 불공정 협정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윤 교수는 "농업 기반 문제, 먹을거리 안전성 문제, 식량안보 문제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 또 농촌 공동체 붕괴의 문제 등에 대해서 다 고려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차제에 협상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우리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 농업 부문을 재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한미 FTA특위 구성을 요구하면서 비준동의안 상정을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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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미 FTA,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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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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