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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비평 공모-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에 참여한 사람들이 꼽은 '좋은 방송'들은 <미디어포커스> <시사투나잇> <KBS 스페셜> <지식채널e> <PD수첩> 등이었다. 이 중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은 '나쁜 방송'으로 찍혀 폐지와 개명의 운명에 처해 있고 나머지 프로그램들도 크고 작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11일 오후 3시 서대문구 한백교회에서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공모전 수상자와 프로그램 PD와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1일 오후 3시 서대문구 한백교회에서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공모전 수상자와 프로그램 PD와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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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분위기는 침울했다

민언련에 따르면 <KBS 스페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를 다룬 응모자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베를루스코니의 '언론장악'을 들여다본 내용으로 당시 YTN, KBS 사태 등 우리 언론 상황과 맞물려 누리꾼들의 큰 호응을 받았었다.

민언련은 11일 서대문구 한백교회에서 입상자들에 대한 수상과 더불어 각 프로그램 PD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행사 초반 분위기는 무거웠다.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인 김경래 기자와 최필곤 <시사투나잇> PD는 이미 인사발령이 난 상태고, 곧 이 프로그램들은 개편의 '상징'이 되어 사라지거나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인사말을 한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도 "들뜨고 즐거운 자리여야 하는데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가 곧 폐지된다니 우울하다"면서 "민주주의가 절대 한판 승부가 아니라는 걸 믿으니 제작진은 안에서 싸우고 시민들은 밖에서 감시하면 좋은 방송 많이 나오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응구 KBS PD
 황응구 KBS PD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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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를 제작한 KBS 황응구 PD는 "제작 과정은 좀 지지부진하고 꽤나 지루했었는데 제작 후 시민들 반응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YTN, KBS 사태가 아주 예민했던 시기에 나갔다.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 해임을 강행하는 과정이었다. 방송시간에는 펜싱 등 올림픽 결승도 있었다. 시청률 자체는 높지 않았는데 이후 온라인에서 폭발적 반응이 있었다. 시기가 적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제작진은 ('언론장악'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획했는데...결국 정권이 똑같이 가 버리니까..." 

김경래 <미디어포커스> 기자는 "프로그램에 대한 칭찬보다 욕을 많이 해주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미디어포커스> 대신 <미디어비평>이 방송된다고 해도 비판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필곤 <시사투나잇> PD에게는 "광고도 잘 붙는다고 하고, 제작비도 많이 안 든다고 하고, 인기도 많은 <시사투나잇>이 왜 없어지는 것이냐"는 직설적 질문이 들어왔다. 한국에 온 지 3년째 된다는 일본 대학생 미야모토 슌이치로는 정말 궁금한 듯했다.

최 PD는 대답 대신 "아쉽다"는 얘길 많이 했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좋은 소식 시청자들에게 전해줬어야 했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 닥치니 더 열심히 못한 게 아쉽다. 많은 욕 먹었고 많은 격려 받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에서 필요한 방송이 뭔지 필요한 논의가 고민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대상을 받았던 박용하씨는 "이 자리에 오지 않았지만 모든 PD지망생들이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고, PD들을 격려하고 있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미디어비평 환경 너무 척박하다"

"언론 비판 기준이 자의적인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김경래 <미디어포커스>기자는 '척박한 미디어비평 환경'에 대해 얘기했다.

최필곤 <시사투나잇> PD
 최필곤 <시사투나잇> PD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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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환경이 대단히 척박하다. 매체비평 관련 글을 부탁받아서 알아봤는데 체계적인 책도 없다. 경제기사 이렇게 쓰는 것이다 라는 책은 많은데 미디어비평 이렇게 하라는 책은 없다. <미디어포커스> 내부에서 '인상비평'은 하지 말자. 좋은 기사 나쁜 기사 따지지 말자는 얘긴 많이 나눈다. 문제제기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욕 먹는 '나쁜 놈'들이(웃음) 좀 고쳐줬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었다."

한 수상자가 갑자기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기자 지망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경래 기자는 잠시 다른 얘기도 뜸을 들인 후 "우선 '할 얘기'가 있는 사람이 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묻는 연습을 하라"고 당부했다.

"<지식채널 e>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이 뭔가"라는 질문에 김진혁 EBS PD는 '소외'라고 대답했다.

"<지식채널 e>는 감정과 감성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고, 음악 비중도 높은 편이다. 내가 한 350여 편 만들었는데 '소외'라는 단어로 꿸 수 있을 것이다. 상투적인 소외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이면과 편견을 통해 왜곡돼 있거나, 왜곡된지도 모르고 있는 것들을 다뤄왔다."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은주(왼쪽) KBS PD와 김진혁 EBS PD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은주(왼쪽) KBS PD와 김진혁 EBS PD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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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최필곤 PD와 황응구 PD가 '공영방송'에 대한 소견을 말했다. 

"아직 공영방송에 대한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공영방송 장벽은 다름 아닌 사장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자신의 측근을 앉히려고 하고 그 유혹에 빠진다. 해묵은 고민이다. 사장 선임제도를 정치권력에 맡겨두는 이상 계속 이럴 것이다. 주인은 시민인데, 사장은 정권에서 내려보낸다? 공영방송은 시민들에 의해 사장을 만드는 제도 확립하기 전에 정권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공영방송에 있는 사람들이 힘이 부족하다. 각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권리 주장하고 구체적인 제도로 정착시켜서 정권에서 자유로운 사장이 올 수 있다면 이런 소란은 좀 잦아들 것이다."(최필곤 PD)

"늘 강조하듯 '정권은 유한하고 공영방송은 영원하다'. 이것 갖고 싸우고 있다. 이 말 하고 싶어 녹화까지 취소하고 왔다. 역사를 길게 보자. 좋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만큼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내외가 호응해야 한다. 민언련의 이런 자리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도 사측과 첨예한 대립하고 있지만 사측이 무엇이든 맘대로 하고 있지는 못하다."(황응구 PD)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수상작
대상 -  박용하
<TV, 우리의 ‘미래’를 예언하다> ‘KBS 스페셜-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금상- 김미영 <괴벨스의 부활을 경계하다> ‘EBS 지식채널e - 괴벨스의 입’
       오슬기  <2008년 대한민국, 그 불편한 진실> ‘KBS 스페셜-워킹푸어’

은상 - 최대열 <공영방송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KBS 스페셜-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강현정 <금메달은 슬펐습니다> ‘KBS 시사기획 쌈-슬픈 금메달’

가작 - 김혜미 <‘미디어 포커스’, 언론을 비판하는 언론> ‘미디어 포커스 9월 20일 방송분’
         김동규 <서른 둘 서울시민의 당부> ‘MBC PD수첩 8월 5일 방송분’

특별상 - 미야모토 슈이치로 <내겐 너무 부러운 ‘시사투나잇’> ‘KBS 생방송 시사투나잇 9월 8일 방송분’

민언련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공모 대상을 받은 박용하(왼쪽)씨가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고 있다.
 민언련이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한 <시민 좋은 방송을 말하다> 공모 대상을 받은 박용하(왼쪽)씨가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으로부터 상패와 상금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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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언련, #KBS, #최필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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