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자정을 넘겨 끝난 히어로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지난 6월 12일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자정을 넘겨 끝난 히어로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 히어로즈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새롭게 첫 선을 보였던 '끝장 승부' 제도가 1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기존의 무승부를 없애고 경기 시간에 관계없이 무제한 연장전을 치러 승패를 가리는 '끝장 승부'는 자정을 넘겨도 경기가 계속되는 이른바 '무박 2일 승부'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기상조였을까. 프로야구 출범 이후 26년 만에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무척 낯설기도 했던 끝장 승부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폐지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끝장 승부 보다가 지하철 끊길라?

 

끝장 승부 폐지에 손을 든 쪽은 구단과 선수들이다. 일부 감독과 선수들은 정규시즌 도중에도 끝장 승부에 반대했을 정도다.

 

이들이 끝장 승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체력 부담이다. 자정이 넘도록 연장전을 치른 팀은 다음날 경기에서 불익을 감수해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에서는 아직은 소화해내기 벅찬 제도라는 것이다.

 

승부가 길어지다 보면 선수들, 특히 구원투수들이 혹사를 당할 수 있고 이는 곧 경기력 저하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경기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야구팬들에게도 손해라는 것이 구단과 선수들의 하소연이다.

 

한국보다 더 여건이 좋은 일본에서도 연장전은 12회까지 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도 폐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올 시즌 프로야구가 관중몰이에 성공했지만 여기에 끝장 승부가 큰 역할을 했다고는 볼 수 없으며,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승부가 길어지면 오히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기 도중 자리를 뜬다는 것도 끝장 승부 폐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야구팬들 '끝장 승부, 계속 유지해야'

 

하지만 현장의 의견과는 달리 야구팬들의 대다수는 끝장 승부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한 야구팬은 "무승부는 경기를 보는 관중들을 허탈하게 하는 최악의 팬서비스"라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 승부 도중 자리를 뜬다고 하지만 TV중계로 경기를 시청하는 야구팬들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며 끝장 승부를 옹호했다.

 

또 다른 야구팬 역시 "올 시즌 자정을 넘긴 끝장 승부는 총 504경기 중 단 2경기에 불과했다"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엔트리 확대 등으로 해결할 수 있고 오히려 더블헤더 부활이 선수들을 혹사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장 승부의 효과에 의문을 나타낸 야구팬들 역시 "시행한 지 1년 만에 폐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처사"라며 "앞으로 2~3년은 더 지켜보고 존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말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끝장 승부를 지키려는 이유는 승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축구와는 달리 승수와 승률이 중요한 야구에서는 무승부가 어울리지 않고, 그동안 무승부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연장전이 되면 느슨한 경기를 펼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일부 야구팬들은 "포스트시즌에만 끝장 승부를 하자",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승부치기 제도를 도입하자"는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감독, 선수들과 반드시 승패를 가려주길 바라는 야구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끝장 승부 제도가 과연 2009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8.11.11 08:43 ⓒ 2008 OhmyNews
프로야구 끝장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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