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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다니면 어떨까? 볼에 닿는 바람과 빛의 감촉이 가을의 싱그러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내가 느낀 감정에,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가속력이 붙어서, 그것들 모두 내가 꿈꾸는 가을의 낭만으로 환원될지도 모를 일. 나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언제부턴가 "필름카메라가 갖고 싶다"라고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었다.
 
카메라를 거래하던 때, 그 곳 사장님께선 "필름 36판짜리 한 롤 줄테니깐, 연습삼아 한 롤 다 찍어봐라"면서 필름 한통을 내어주신다. 필름 한 통도 돈이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카메라에 필름 넣는 법부터 차근차근 배워 간다.
 

 

2~3개월 전부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지라, 한 주에 한 번 있는 휴무날만 시간이 난다. 카메라를 들고,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섰다. 내가 나왔던 학교에 가볼까 싶어서 얼른 짐을 챙기고 나왔다. 처음 목적지는 경주 S전문대학.

 

 

노스탤지어(nostalgia)라는 말이 있다.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뜻이다. 그리움은 새벽의 공복감처럼 쉽게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도 같은 것. 가끔 ‘순간 이동’이나 ‘시간의 역행’을 잠시 꿈꾸다가 그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곤 하지만. 모교에 가니, 그 부질없는 생각도 계속 꿈꾸게 된다.

 

사람들은 필름카메라를 "음반으로 치면 LP판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필름카메라가 주는 묘미와 색감 때문에. 내 지인(知人)은  “카메라가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니가(필자가) 낭만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왜곡한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보도사진조차 사진기자의 주관이 개입되기 마련인지라, 카메라는 현실을 왜곡하며 찍고 보는 자들의 시선이 개입되는 기계인 것이다. 어쩌면 필름카메라는 대놓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카메라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찍는 자와 보는 자의 감성과 느낌에 따라, 그것을 보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문득, 내 눈이 카메라라면, 나는 지금 어떤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필름카메라를 통해 되살리려고 하는 것은 먼 거리만큼이나 지난 시간과 안 좋게 헤어진 기억 그리고 문득 기억을 그냥 떠올렸을 때 즐거웠던 시간과 커피 한 잔과 같은 그리움일지도 모르겠다.


태그:#필름카메라, #혼자만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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