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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겨울.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주민들이 현대제철(옛 한보철강)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고로제철소 건설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었다.

이미 김장을 하기 위해 거둬들인 배추 밑둥 속잎에 현대제철에서 날아온 까만 쇳가루가 쌓여있는 것을 확인한 주민들의 걱정과 반발은 컸다.

충남 당진 주민들이 당진  현대제철의 고로 제철소 건립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당진군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2005년 12월 충남 당진 주민들이 당진 현대제철의 고로 제철소 건립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당진군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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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현대제철이 송산면 가곡·동곡리 일대 96만 평에 오는 2015년까지 5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 350만t급 고로 2기(합계 700만t)를 설치를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고로제철소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기초공정에서부터 열연, 냉연을 거쳐 자동차 강판에 이르기까지 일관 공정체계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1㎞ 반경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건강실태 조사 및 환경위해요인 평가보고서'(연구책임자 백도명 서울대 교수)를 근거로 환경오염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 보고서에는 광양 주민 2명 중 1명이 만성기관지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는 전국 평균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만성기관지염 유병률이 전국대비 크게는 50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이같은 주장에 현대제철 측은 손사래를 쳤다. 현대제철 측은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EOS:Emission Optimized Sintering)을 비롯해 설비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90%에서 99%까지 제거할 수 있다며 주민들이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첨단 설비로 오염물질 99% 제거" → "품질저하 우려 '부적합'"

현대제철 고로제철소 건설현장의 모습
 현대제철 고로제철소 건설현장의 모습
ⓒ 당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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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현대제철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은 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공정인 소결로와 코크스 공정을 덮개로 덮어 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하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최첨단 방식"이라며 "이 시설로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현대제철 측의 이같은 주장으로 고로제철소 반대여론은 된서리를 맞았다. 결국 고로제철소에 대한 여론은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의 등장으로 역전됐다. 당진군은 환경저감설비 계획을 믿고 산업단지를 지정, 승인했다. 결국 '배출물 소결법'은 현대제철이 고로제철사업을 본격 시작하게 된 돌파구가 됐다.  

2008년 10월 16일. 현대제철은 '친환경 제철소 건설 및 지역발전협의회'에서 돌연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과 관련 "해당 설비는 현대제철과 같은 대규모 시설에 적용한 사례가 없는데다 품질 저하 등 우려가 제기됐다"며 "기존 일반설비인 여과집진기(일명 백필터)와 부속설비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은 지역주민들에 대한 해명을 통해서도 "해당 설비 추진과정에서 소결광 품질 및 강도에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에 따라 환경적으로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 설비보다 더 우수한 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측의 이같은 태도 변화에 지역주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현대제철소 전경(옛 한보철강)
 현대제철소 전경(옛 한보철강)
ⓒ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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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환경단체 "못 믿을 현대제철 ... 사업승인 전면 재검토해야"

당진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박세진)은 최근 논평을 통해 "지역공동체에 약속한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폐기한 현대제철의 처신을 규탄한다"며 "설비변경에 대한 근원적인 배경과 사유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출물 최소화 소결법' 설비 및 대체설비 타당성 검증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당진군은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승인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은 또 "당진군과 충남도, 환경부 등은 해당 설비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각종 사회단체와 언론사 등도 네덜란드 코러스사의 해당 설비를 견학한 후 왜곡된 정보를 홍보했다"며 냉철한 자기반성을 요구했다.

현대제철은 논란이 확산되자 5일 송산면 복지회관에서 열린 주민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부분은 사과한다"며 "재검증 요구를 수용하고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태그:#현대제철, #배출물최소화 소결법, #EOS, #당진군, #덩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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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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