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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국제중에 가고 싶어요!"

"국제중? 대체 왜 가고 싶은데?"

 

되묻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줄줄이 대답을 했다.

 

"특목고를 갈 수 있어서요! 특목고를 가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데요!”

"영어로만 수업하니까요 영어실력이 좋아지니깐요!"

"멋있어 보이잖아요."

 

국제중 설립의 취지인 '전문 글로벌인재 양성' 및 '조기유학의 폐단에 대한 예방'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지난 8월말부터 줄다리기를 해오던 국제중 설립 문제는 지난 31일 서울시교육위원회 및 교육부 인가가 떨어졌고, 서울시교육청이 오늘(6일) 입학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2009년 3월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대한민국의 국제중학교 2곳이 13살인 우리 학생들에게 1개월 남짓의 시간을 주고 '한 번 도전해 봐라!'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12월8일~10일 원서접수, 27일 최종합격자 발표).

 

국제중 입학요강, 문제 많다

 

국제중 설립에 대한 여론이 찬성이든 반대든 개교는 확정되어 버렸고 사실 가장 불쌍한 건 우리 학생들이다. 대원중과 영훈중 모두 각 160명 남짓 선발하는 것을 보면 외국어고등학교 입시(각 학교당 대략 350여 명 그리고 서울에만 6개학교)와는 부피감이 훨씬 적다.

 

학부모들은 최근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장차 외고입시와 대입을 치르려면 국제중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긴 채 "준비는 일단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는 국제중 진학이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조금 더 나은 '스펙'이 될 것이라는 걸 학부모들도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국제중 입시요강엔 문제가 있다. 전형은 모두 3단계인데, 1단계 서류전형에서는 모집인원의 5배수를 선발(각 학교당 800여명)한다. 100점 만점 중 20점을 차지하는 추천서의 내용은 학생의 학교생활 및 인성에 관련된 것인데 추천자들이 학생이 소속된 학교의 교장이거나 담임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학생들을 평가할지 심히 우려된다.

 

교과학습 발달상황 즉, 내신의 반영점수가 55점으로 가장 높다고 하여도 실질 반영비율과 변별력이 얼마만큼 인지는 밝혀지지도 않았으며 초등학교 내신성적 산출이 통계화·지표화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판단이 얼마나 객관적일지도 알 수 없다.

 

'영재교육원 수료'는 누워서 떡먹기?

 

 

또 교육청은 '사교육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 영어 인증시험을 배재하고 면접에서도 영어를 배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각 10점씩 하는 수상실적과 체험 및 영어 방과 후 활동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과연 영어를 배제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 교외 수상 : 지역교육청, 시교육청, 중앙행정기관 주최/주관 대회 수상 실적 중 유리한 것 2개

▲ 영어 방과후 활동 참가 실적 : 교육청 주관 영어캠프 활동

▲ 공인된 국제기구 주관 체험 학습 참가 실적(국제전형 지원자에 한함)

▲ 영재교육원 수료 : 교육청/대학 영재교육원 수료(예정 포함) 실적 기준

 

언뜻 보기에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면 얻을 수 있을 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위해서 선행심화는 기본이고 각 프로그램의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특히 영재교육원과 같은 경우, 수학·과학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영재'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진짜 '영재'가 아닌 바에야, 어찌 수료할 수 있겠냔 말이다.

 

배점이 50점인 2단계 전형에서는 3~5배수(480~800명)을 선발하는데 내용인즉슨 기본소양과 학업적성을 세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하루 안에 (두 학교 모두 12월 22일) 480에서 800여 명의 인성과 학업성취도를 판가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1시간에 최소 60~80여명을 면접한다는 이야긴데, 과연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여기서 드는 가장 큰 문제 2가지는 '정작 학교별고사에 관한 제재를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가할 수도 없다'는 것과 '실제로 시험시간에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를 학교에서 밝히지 않으면 딱히 '품성'을 판단한다는 입학사정기준을 밝혀낼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로또인생' 먼저 가르칠 건가

 

이렇게 허술한 2단계를 거치고 나서 3배수의 아이들을 선발한 뒤 무작위 공개추첨을 한단다. 대학입시에 빗대어서 상상을 해보자. 내신성적 준비 3년하고 수능·논술 다 치르고 3대 1의 경쟁에 이르렀다. 그리고 추첨을 해서 간다?

 

각 개인에게는 당사자에게 닥친 일에 대한 고통과 압박이 가장 크게 마련이다. 대입낙방의 아픔과  국제중 낙방의 아픔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제 사회와 제도라는 것을 경험하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열심히 준비해서 관문을 다 통과하고 난 다음 '너의 인생은 이제부터 로또다!'라고 말하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모집인원 중 32명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선발한다. 아마도 '양극화의 해결방법, 공평한 교육의 기회제공'이라는 취지를 조금이라도 살려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이 전형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자녀 ▲ 저소득 한 부모 가정 자녀 ▲ 소년·소녀 가장 ▲ 새터민 자녀 ▲ 아동보호시설 재원자 ▲ 다문화 가정 자녀

 

위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영재원을 이수했다거나 수상실적이 화려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희박할 뿐더러 애초에 서류 및 면접준비를 할 여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설령 합격이 된다손 치더라도 영어에 기초를 둔 수업(점진적일지라도)에 대한 참여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향후 특목고를 대비하거나 해외유학을 생각하는 학교 급우들과의 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열지 않은 대원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서울대 22%가 특목고 출신'이라는 보도자료가 올라와 있다. 결국 '글로벌인 양성'이라는 미명아래 우리는 또 국제중-특목고-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라는 공식에 아이들을 또 끼워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도 어떠한 사회적 제도를 만들 땐 심사숙고 하는 시간과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며 그를 위한 과정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이번 국제중 사안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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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제중, #초등학교, #입시, #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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