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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의 속삭임
 초겨울의 속삭임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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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었던 지난여름의 무더위 탓인지 올가을은 유난히 짧았다는 느낌입니다. 오랜 가뭄 뒤에 단비가 내려 고운 단풍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빗줄기에 젖은 나뭇잎들은 맥없이 떨어져 길 위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초겨울의 스산한 풍경이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1일,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길에 들른 경기도 남양주시 한강변에 있는 어느 음식점 넓은 마당과 강변에도 초겨울의 한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며 슬며시 품속을 파고드는 바람결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가을의 흔적
 쓸쓸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가을의 흔적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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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가에 피어나는 정다운 이야기들
 모닥불 가에 피어나는 정다운 이야기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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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짧았던 가을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풍경들은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요. 차가움 때문인지 누구도 앉지 않은 둥근 탁자와 통나무 의자 위에 내려앉은 낙엽들은 아직도 떨쳐내지 못한 지난가을 이야기에 소곤소곤 젖어 있었습니다.

서늘한 바람결을 안고 강변 벤치에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도 따뜻함이 넘쳐납니다. 정겨운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만남은 계절의 서늘함도 온기로 녹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젊은 엄마와 사랑스러운 아이들
 젊은 엄마와 사랑스러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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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된장처럼 텁텁하고 순박한 사랑
 묵은 된장처럼 텁텁하고 순박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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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모으고 모닥불 가에 빙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아니면 정다운 이웃들? 오가는 눈빛 속에 모닥불만큼이나 따스한 정겨움이 듬뿍 담겨 있는 모습입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새록새록 정이 드는 사람들, 그래서 옷은 새 옷이 좋고 사람은 옛사람이 좋다고 했을까요? 모나지 않고 둥글 펑퍼짐한 장독들이 옛 사람들만큼이나 정다운 모습입니다. 어쩌면 묵은 된장처럼 오랜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옛정을 되새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지게에 담긴 풋풋한 여유
 바지게에 담긴 풋풋한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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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정 가는 계절, 오는 정 오는 계절
 가는 정 가는 계절, 오는 정 오는 계절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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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고 성큼 다가온 초겨울, 저 볏짚 처마 끝에도 머지않아 고드름 열리는 겨울이 다가오겠지요. 고드름 열리는 겨울밤이면 고구마 익는 화롯가에 둘러 앉아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 들으며 손에 땀을 쥐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게 위에 얹힌 바지게 안엔 누군가에게 구수한 사랑을 전할 고구마가 담겨 있어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가는 정 오는 정, 가는 계절 오는 계절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신의 섭리입니다. 가는 정 가는 계절이 아쉽긴 하지만, 오는 정 오는 계절에 대한 기대가 있어 우리들의 삶에 항상 온기가 흐르는지도 모릅니다.

지난여름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풍경
 지난여름을 추억하는 사람들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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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성벽안에서 나누는 향긋한 정담
 통나무 성벽안에서 나누는 향긋한 정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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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는 지난여름의 뜨거웠던 추억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 뜨거움을 함께 나눴던 계절을 추억하며 아직 여름 향이 짙게 배어 있는 통나무 성벽 안에 오순도순 모여 앉아 나누는 정담이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나 정이나 계절은 어김없이 가고 오는 것, 앙상한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몇 개의 잎까지 떨어지면 저 투박한 통나무 계단을 밟고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겠지요. 뜨거웠던 여름도 쓸쓸함에 젖었던 가을 이야기도 소복소복 하얀 눈이 흔적 없이 덮어 주겠지요.

겨울이 오고 있는 투박한 통나무 계단길
 겨울이 오고 있는 투박한 통나무 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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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통나무, #항아리, #정다운, #묵은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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