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현 그가 살아난다면 전주 KCC는 그 어느팀보다도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 임재현 그가 살아난다면 전주 KCC는 그 어느팀보다도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 전주 KCC

 

'임재현이 살면 KCC가 산다?'

 

5일 열린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전주경기에서 홈팀 전주 KCC가 원정팀 부산 KTF를 103-72로 대파하고 2연승에 성공했다. 원정경기였던 대구오리온스와의 첫게임에서 아쉽게 패하며 우려를 샀지만 이후 홈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며 '장신군단'의 위용을 과시하고있는 모습.

 

이날의 KCC는 약점투성이였던 지난 2경기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앞 선에서부터 불안감을 자아내며 골 밑까지 제 위력을 내지 못했던 것과 달리 가드진-슈터진의 '지원사격'이 확실했고 그 결과 시종일관 KTF를 압도하며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시즌 개막 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임재현의 이날 활약은 향후 KCC행보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큰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막 후 2경기에서 내내 부진했던 '역적' 임재현

 

지난 2경기에서의 임재현(31·182㎝)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굉장히 컸다.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탄식과 분노로까지 이어졌던 상황으로 상당수 팬들은 "아예 기대감을 접어야겠다"는 강경한 발언까지 토해내는 모습이었다.

 

물론 올 시즌은 이제 시작했고 임재현이 더 잘할 수 있을 가능성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는 FA 자격을 갖추고 KCC로 넘어왔던 지난 시즌부터 내내 부진한 플레이로 일관했고 바로 이점이 팬들의 한숨을 자극했다. 이름 값에 연연하지 말고 신명호(25·183cm)-정의한(24·187cm) 등 젊은 피들을 과감하게 중용해야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재현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팬들의 과격함만 따지기에는 2경기 동안 보여준 임재현의 경기력은 너무 좋지 않았다. 그저 못한 정도를 떠나 팀에서 가장 불안한 플레이를 보였던지라 확실한 변화 없이는 이미지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행히 KTF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어느 정도는 상쇄되었지만 일정 기간 동안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팬들의 반응은 다시금 차가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재현은 KTF전을 제외한 2경기 동안 평균 7.5득점, 4.5어시스트, 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신명호처럼 수비형가드의 임무를 띈 선수도 아닌지라 주전가드치고는 조금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팀 내에는 하승진(23·221cm)-서장훈(34·207㎝)-마이카 브랜드(10순위·207cm)-브라이언 하퍼(11순위·203.4cm) 등 장신자들이 즐비한지라 어시스트 개수를 올리기도 쉬운 환경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장신자들로 인해 조금은 느슨해진 앞선 수비의 빈틈을 타서 장기인 외곽슛을 마음껏 꽂을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잘됐을 경우의 상황이다. 빅맨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패싱게임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약점을 가지고있으며 주로 원가드로 투입되는지라 자신이 게임 전체를 조율해야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한 앞선에서 골 밑으로 투입되는 패스길을 막기 위해 상대 가드들의 수비가 오히려 더 강화될 공산도 크다.

 

KTF전 이전까지는 모든 상황이 임재현에게 좋지 않은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빅맨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빈자리를 찾아가는 능력이 떨어지는지라 임재현의 패스는 한 타이밍 늦게 들어가기 일쑤고, 이를 간파한 상대팀에서는 임재현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하승진같은 경우는 골 밑에서 직접적으로 공을 잡지 않는 이상 개인기로 슛을 성공시키기는 어려운 기량인지라 임재현을 밀어붙이면 상대적으로 그 위력이 반감되었다.

 

이렇듯 임재현은 가뜩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가드진의 집중공략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수비를 제치고 골 밑으로 공을 투입하는 것 조차 버거운지라 자신의 정확한 슈팅 능력 마저 살리지 못했던 것. 때문에 부진했던 2경기에서는 포워드인 추승균(34·190cm)과 센터인 서장훈 등이 패싱게임에 직접 관여하는 모습이 보였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들의 패스가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골 밑으로 연결됐다.

 

임재현 대학때부터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있던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 임재현 대학때부터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있던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 전주 KCC

 

문제는 마음가짐, 자신감을 가지고 펄펄 날아다닌 '공신' 임재현

 

지난 2경기에서 임재현이 가장 크게 팬들을 실망시켰던 요소는 어시스트도 외곽슛도 아닌 앞 선에서부터 공을 빼앗기는 잦은 실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의 힘으로 억지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모두 낙제점이었다.

 

임재현으로서는 공격진영까지 무사히(?) 공을 끌고 나와 첫 패스부터 제대로 전달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오리온스-삼성전처럼 우왕좌왕 공을 길게 끌다가 시간에 쫓겨 뻔한 방향으로 패스를 한다면 노련한 상대팀의 가드들은 이를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 역시 임재현이 편하게 공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움직이며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해야한다.

 

KTF전에서의 임재현은 일단 마음가짐부터 달라 보였다. 이전의 소극적이었던 플레이와 달리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었고 이는 더 좋은 경기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다. 일단 임재현은 공을 길게 끌지 않고 상황에 맞게 동료들에게 패스를 건네주었다. 지난 2경기처럼 외곽에서부터 머뭇거리며 패스길을 찾지 못했던 것이 아닌 좀더 깊숙이 치고 들어가 빅맨들이 공을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넘겨주는 패스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했다.

 

일단 하나가 잘되자 다른 플레이들도 덩달아 살아났다. 리딩의 감을 회복한 임재현은 찬스에서 과감하게 외곽슛도 날렸고 수비시에도 상대인 신기성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 결국 문제는 기량이 아닌 심리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이날 임재현은 6득점(3점슛 2개),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이 워낙 초반부터 승기를 잡아가는 바람에 23분 9초밖에 뛰지 않고 기록한 성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높이살만하다. 임재현의 맹활약은 신명호(9분 19초)-정의한(7분 38초) 등 백업가드들의 출장시간까지 늘려주는 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허재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벤치멤버들을 고르게 활용하는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중앙대 시절부터 검증 받은 가드인 임재현은 분명 최근의 실력이 전부는 아니다. KTF전에서 증명됐듯이 자신감만 찾을 수 있다면 확 달라진 경기력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과연 임재현은 최근까지의 부진을 딛고 다시금 화려했던 시절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부활을 예고하고있는 이지스함 조타수의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008.11.06 09:35 ⓒ 2008 OhmyNews
마지막퍼즐 야전사령관 전주 KCC 임재현 프로농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