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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그래선지 아버지는 며칠 동안 때이른 감기 몸살로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에 내린 가을비 때문인지, 도서관이 종칠 때까지 있다 밤늦게 자전거를 타고 산고개를 넘어가는 길은 엄청 추웠습니다.

 

차디찬 밤공기와 산안개, 맞바람 때문에 얼굴이 얼얼했습니다. 자전거 핸들을 잡을 때도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얼어붙는 듯해 가방에 등산용 장갑을 넣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 싸늘한 가을 추위 덕분에 징매이고개 좌우의 철마산과 계양산은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한껏 멋을 뽐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가을 추위에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밤마다 활개치는 놈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밤늦게 돌아와 씻고 저녁을 챙겨먹고 다시 블로깅과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밀려오는 졸음과 추위 때문에 오래버티지 못하고,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푹 파고들면 그 때부터 귀신같은 놈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유유히 날갯짓을 하며 방 안의 그늘진 구석구석에서 표적을 노리고 있다가 야밤을 틈타 날아오릅니다.

 

"위위윙윙" 거리는 날갯짓 소리만 들릴 뿐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는 그 형체와 위치를 알아 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불 밖으로 나온 얼굴 주위를 공격하기 위해 머리 위를 맴돌 때, 그 놈이 어느 정도 가까이 왔는지 정도는 감으로 살짝 알 수 있습니다.

 

그럴때면 그 놈의 선제공격을 피하기 위해 귀에 거슬리는 날갯짓 소리를 향해 손바닥을 펴 재빨리 공중을 휘젓고 주먹을 움켜쥡니다. 간혹 이런 방어술로 그 놈을 잡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잠결에도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그 놈은 여느때보다 영악합니다. 잠결에 휘젓는 의미없는 방어술로는 그 놈의 집요한 공격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불을 팍 뒤집어써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손가락까지 물어버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참다 못해 불을 켜고 맙니다.

 

하지만 이미 공격을 끝낸 그 놈은 방 어딘가에 숨겨진 은신처로 도망친 뒤입니다. 비몽사몽간의 그 놈이 날아갔을 흔적을 쫓아보지만 쉽게 찾을 길이 없습니다. 아마 그 놈은 어디선가 저를 비웃으며 응시하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고 탁상시계를 들어보니 새벽 3시 52분입니다. 에구구.

 

깊게 잠들지도 못했는데, 이러다간 정말 어젯밤처럼 날이 샐 것 같아 자리에 일어나 그 놈을 추격해봅니다. 그 놈이 즐겨찾는 바지가 줄줄이 내걸린 행거와 책상, 옷장을 헤집어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오늘 밤도 그 놈이 불꺼진 제 방을 찾아 올 것 같습니다. 모기향은 몸에 좋지 않아 피우지 않고 산 지 오래라 생포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찌 할까요?? 그동안 못살게 군 거 용서해줄테니, 이제 그만하라고 타일러 볼까요?? 그래도 제 말을 도통 듣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기, #가을모기, #추위,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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