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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는 신륵사가 있다.

봉미산 끝자락과 남한강이 만나는 천혜의 절경 천년고찰 신륵사에는 국가에서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가 7개나 된다.

보물 제225호 다층석탑, 보물 제226호 다층전탑 등이 있는데, 절집 규모에 비해서는 꽤나 많은 축에 속한다. 그 중 고려 말 대선사 나옹스님과 관련된 유적이 유독 많다. 왜일까, 궁금해진다.

알고 보니 이렇다. 1376년 나옹스님이 양주 회암사에서 남한강을 거슬러 밀양 영원사로 가는 도중에 병을 얻어 이곳 신륵사에서 입적하셨다. 그 연으로 스님 다비식도 이 곳 남한강변에서 치렀다. 그 때 문도들이 만들어 놓은 석물들이 지금 보물로 지정된 보제존자 석종부도(보물 제228호), 석종비(보물 제229호), 석등(보물 제231호)이다.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눈길이 가도 한 번은 더 간다.

혹, 나옹스님이 누군지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로 시작하는 시(詩)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몇 년 전 텔레비전 광고에도 등장했고, 장사익이 노래도 불렀다. 바로 그 시를 지으신 분이 나옹스님이다. 중국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승려로 고려 말 공민왕의 스승도 지냈다.

그 곳 신륵사 앞마당이 가을이면 아이들로 빼곡해진다. 여주와 인근의 초중고 학생들이 그림 그리기, 글짓기, 서예, 바둑 분야에서 1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는 '나옹예술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 해가 11회째라 하니 역사도 제법 되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하늘이 참 좋다.
▲ 나옹예술제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하늘이 참 좋다.
ⓒ 조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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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마당이 참여 학생들로 빼곡하다.
▲ 나옹예술제 절 마당이 참여 학생들로 빼곡하다.
ⓒ 조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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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학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데 올해는 모두 950여명이 접수를 했단다. 대회 당일  아침 일찍 절에 가 보니 이미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와 재잘거림으로 절집이 들썩들썩하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입추의 여지도 없다.

종무소에선 아이들 간식이라며 떡에 음료수를 나누어 주는 절집 보살님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절집 인심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

사실 시골이나 다름없는 여주에 학생 예술제가 있고, 규모나 내용도 번듯한 행사가 외부의 재정 지원 없이 신륵사 자체로 11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니 그 마음 씀씀이에 남다름이 느껴진다.

신륵사 교무스님의 인사말씀으로 대회는 시작되었는데, 장르별로 대회 주제를 알려주는 방법이 참 새롭다. 그림 그리기 주제는 '장문의 글'로 되어있고, 글짓기 주제는 설명은커녕 제목도 없는 '그림'만 보여주는 식이다.

다양한 예술적 안목과 상상력을 키워주려는 주최자의 의도가 참여 학생들에게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운가 보다.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는 아이들, 한 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교복 잡이에 무언가 작심한 듯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학생까지 각양각색이다.

고등 문예분야 '주제', 방법이 신선하다.
▲ 나옹예술제 고등 문예분야 '주제', 방법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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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주제가 예사롭지 않다.
▲ 나옹예술제 글짓기 주제가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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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나마 주제를 이해한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캔버스를 펼치고, 원고지에 이름을 쓴다고 부산스럽다.

템플스테이와 문화교육 공간인 신륵사 불교문화원 강당에서는 서예대회가 한참이다. 정성스레 먹을 가는 모습에 걸음걸이도 조심스럽다.

조사당 앞마당 반상 위에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몰입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 어느 새 대회는 종반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얀 도화지에 가을이 담겨있다.
▲ 나옹예술제 하얀 도화지에 가을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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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먹을 갈고 있다.
▲ 나옹예술제 정성스레 먹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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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 위의 대결이 자못 심각하다.
▲ 나옹예술제 반상 위의 대결이 자못 심각하다.
ⓒ 조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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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입선된 작품들은 나중에 문집으로 나온다고 한다. 내년 신륵사 달력에는 어김없이 아이들 그림 12장도 들어있을 거란다.

생각을 고쳐야겠다. 신륵사에는 보이는 유적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고 예술을 사랑하는 눈 밝은 스님들이 살고 있었다.

신륵사 가을은 문화 향기 가득하다. 

야, 신난다!
▲ 나옹예술제 야,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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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멋지다.
▲ 나옹예술제 소나무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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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마당에 배를 깔고.
▲ 나옹예술제 절 마당에 배를 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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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방안에서 뭘 하실까?
▲ 나옹예술제 선생님들은 방안에서 뭘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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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작품을 접수하고 있다.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고3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했다.
▲ 나옹예술제 글짓기 작품을 접수하고 있다. 수시로 대학에 합격한 고3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했다.
ⓒ 조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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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태상 기자는 신륵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불교, #신륵사, #가을, #나옹예술제, #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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