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마다 이때만 되면 맞는 주사가 있다. '독감예방접종'이다. 올해는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하루 빨리 접종을 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제(29일)에야 겨우 시간이 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독감 예방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도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불편했다.

 

이런 불편함을 덜기 위하여 '00동'은 '월요일'로 각 동별로 접종을 요일을 정했다. 우리 동네는 목요일이었다. 아이들 수업이 목요일 늦게까지 있어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내는 목요일에 가자고 했지만 염치불구하고 시간이 나는 수요일에 가기로 했다.

 

"막둥이 오늘 몇 시에 학교 끝나지?"

"4교시까지, 청소 당번이에요. 그래서 늦게 와요."

"오늘 독감 예방 접종해야 되니까 청소 끝나면 바로 집에 와야 한다. 인헌이, 서헌이도."

 

독감 예방 접종은 아이들에게 공포이다. 몇몇 아이들은 벌써 눈에 눈믈이 맺혀있었다. 간호사와 의사가 입은 하얀 까운만 보고서 울먹이는 아이들, 주사 바늘이 살갗에 들어가는 순간 보건소가 떠나 갈 정도로 우는 아이들.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울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

 

"막둥이 주사 잘 맞을 수 있어. 무섭지 않아."

"안 무서워요. 잘 맞을 수 있어요. 안 울어요."

"막둥아 주사 바늘 들어간다, 주사 바늘 정말 아프겠다. 아빠는 무서운데."
"아빠 안 울어요. 형아와 누나, 엄마도 주사 맞았잖아요."

 

 

 

 

이상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독감 뿐만 아니라 다른 예방 접종을 받을 때에도 울지 않았다. 어릴 때 주사 바늘이 살갗에 들어가도 '아' 소리만 낼 뿐이었다. 어떤 때는 병원에 가서 주사 맞는 일을 좋아 할 때도 있었다.

 

아내와 아이들 셋 모두가 독감예방 접종을 받았지만 나만 빠졌다. 아이들은 접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고, 아내는 요즘 들어 몸이 약해 보여 내가 맞도록 권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 보고 왜 '아빠'는 왜 독감 접종을 받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다.

 

"아니 자기들은 다 독감예방 접종 받으면서 나 보고는 왜 접종 받지 않느냐고 묻지 않지. 섭섭하다. 섭섭해."

"아빠 독감예방 접종 안 받았어요?"

"막둥이 너는 너 밖에 모르지."
"아니예요. 형아도, 누나도 아빠 보고 독감예방접종 하라는 말 안 했잖아요?"

"인헌아 너라도 아빠를 챙겨야지. 서헌이 너도. 특히 당신 말이야. 남편에게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죄송해요. 다음에 접종하세요."

 

나는 접종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아내가 접종을 했기 때문에 마음이 한결 편했다. 올 겨울 독감이 와도 이겨낼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조카 예설이는 집이 진주시가 아니라 사천시에 살기 때문에 진주 보건소가 아니라 사천보건소에 가야 했다.

 

사천 아이들도 진주 아이들과 별 다르지 않았다. 우는 아이, 울기 직전인 아이, 울음을 멈췄지만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아이. 조카도 울겠지 생각했지만 어라 주사 바늘이 자기 살갗을 뚫고 들어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집안 내력인가?

 

 

"여보 예설이는 울지 않네요?"
"저 번 B형간염접종, 뇌수막염 예방 접종 때도 안 울었어요."

"참 특이하다. 자기 오빠, 언니도 울지 않는데 집안 내력인가."

"참 접종 받을 때 울지 않는 것까지 집안 따져요."

"집안 따지는게 아니고. 신기하잖아요. 다른 아이들은 울기 바쁜데. 15개월 된 아이가 주사 바늘이 들어가도 울지 않는 것이."

 

올 겨울은 독감 걱정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독감예방 접종 하셨나요. 예방 접종이 효력이 나타나려면 최소한 한 달은 지나야 하니 추운 날이 오기 전에 빨리 보건소에 달려 가세요. 우리 지역 접종비는 6000원입니다. 6000원으로 독감 걸리지 않고 한 겨울 지날 수 있으니 아깝지 않습니다.


태그:#독감, #예방접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