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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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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DJ를 배워라."

민주당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슬며시 김대중(DJ) 전 대통령 얘기를 곧잘 꺼낸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주가, 치솟는 환율……. 나빠질 대로 나빠진 현재 경제상황이 과거 IMF 구제금융 시기를 떠올리는 탓이다.

그간 한나라당에서는 DJ를 거론하며 고운 소리를 하지 않았다. '햇볕정책'을 두고선 '퍼주기', 경제정책을 놓고선 '중산층 파괴'라고 몰아붙이며 흘겨보기 일쑤였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DJ가 구제금융 시기를 극복한 '공'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했다.

의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특히 'DJ의 용인술'이다.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DJ의 손에 쥐어진 건 '빈 금고'였다. 경제위기 극복이 당면한 숙제였다. 지금의 이명박 대통령과 처지가 비슷했던 셈이다. 시선은 경제팀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쏠렸다.

DJ "능력만 있다면 과거 불문" - MB "믿을 수 있는 측근만"

그런데 DJ는 '1기 경제팀'으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을 썼다.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이었던 김용환 당시 자민련 부총재의 추천을 받아들인 결과다. DJ는 두 사람과 일면식도 없었다. 더구나 이헌재 전 위원장은 대선 때 이회창 후보(현 자유선진당 총재)를 도운 측근이었다. 하지만 DJ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쓴다"는 게 여권의 평가다. 대통령이 시장의 불신과 여당의 빗발치는 교체론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갈지 않는 이유중의 하나다. 이런 탓에 청와대와 내각의 요직에는 측근들이 버티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믿을 수 있는 사람·가까이 있는 사람 중심'인데 인재는 널리 구해야 하는 법"이라며 "과거 정부 사람이더라도 충분한 경험과 경륜이 있다면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규성·이헌재를 발탁한 DJ의 지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단 얘기다.

DJ의 경우에 빗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아무리 실력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 있어도 대통령은 자신이 믿지 못하면 쓰지 않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과연 새로운 인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관건"이라며 "이런 점은 DJ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잃어버린 10년', 그만 쓰자... 과거 정부 공도 평가해야"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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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입버릇처럼 말했던 '잃어버린 10년'론을 접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잃어버린 10년'은 경제 위기를 맞았던 1980년대 중남미와 경기에 거품이 걷힌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을 일컫던 말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6월 당시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현 국회의장)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 말을 차용하면서 전 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는 대명사가 됐다.

한나라당 4선 남경필 의원은 "DJ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리더십으로 넘겼던 대통령이고 그 사례는 지금의 정부가 충분히 배울 만하다"며 재평가 필요성을 언급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이 백안시해왔던 DJ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불법 대북송금 문제가 있었긴 하나 큰 틀에서는 (햇볕정책으로) 남북이 화해 국면으로 갔다"며 "이것이 결국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평가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 의원은 "역사와의 단절은 결코 어느 시기에도 옳지 않다"며 "공과를 모두 평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병수 의원도 "정권교체를 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아직도 과거 정부에 대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비판만 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도, 한나라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KBS 라디오 <열린토론>에 출연해 '잃어버린 10년' 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청취자 의견에 "저는 ('잃어버린 10년' 슬로건을) 사용하지 않겠다"면서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은 고쳐야 하지만 전 정권 탓을 계속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배경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구제금융 극복기 들려달라"... 동교동에도 인터뷰 요청 쇄도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6월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접 영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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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교동에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몰린다고 한다. DJ가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IMF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대해 얘기한 이후 특히 그렇다.

당시 DJ는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라며 ▲ 경제부총리 부활 ▲ 국민이 불신하는 경제관료 교체를 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DJ의 한 측근은 "당시 라디오 대담에서 크게 대북문제와 경제 두 분야에 대해 얘기했는데 경제 관련 언급에 대한 반응이 크더라"며 "대담 직후부터 5~6개 언론사에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에 비춰 현재 경제위기를 진단해 달라'는) 같은 주제로 인터뷰 요청이 잇따라 들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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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잃어버린 10년, #김대중, #구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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