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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에게 던져 준 사교육 폭탄

 

몇 달 전,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와 관련하여 교육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 국제중 문제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신뢰'를 무너뜨려 버리고 말았다. 이제 강북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국제중이 설립되면 학교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집 잃은 비둘기처럼 먼 곳으로 쫓겨가게 될 것이다.

 

우리 강북 지역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부모님들이 집중해서 살고 있는 곳이다. 1년 교육비가 오륙백 만원에서 천만 원을 상회하는 학교는 그 어떤 좋은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식들을 가까운 학교에 보내지는 못할망정 귀족 학교 설립으로 인해 통학거리가 먼 지역으로 자녀들을 보내놓고 3년을 지켜보아야 할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겪어야 할 박탈감은 또 무엇인가? 

 

그것만으로 그치는 일도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국제중의 설립이 초등학교 사교육의 불씨가 될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지역 학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교육의 문제가 될 것이다. 사교육비는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허덕이는 학부모님들에게 던져 주는 폭탄과도 같다.

 

교육의 대의기관을 무시한 채 상정한 비리 의혹 교육감

 

서울교육의 대표기구인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는 국제중 공청회를 거치고 학교 시설과  교육 여건 확인 차 영훈중을 방문하고 깊은 논의 끝에 국제중 설립 보류라는 결정을 하였다. 숙고 끝에 내린 현명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교육은 무리한 강경책을 통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지금 단계에서 국제중 설립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것을 교육위원들은 예상한 것이다. 국회에서 뇌물죄 운운하며 국감 대상이 된 공정택 교육감, 과열 경쟁으로 인한 초등교육 정체성 혼란, 국가경제 위기의 시대 사교육비의 지뢰밭을 걸어가게 될 학부모님들에 대한 우려 등은 시민이 선출한 교육위원들이 심사숙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제중 설립 보류가 교육위원회에서 결정된 다음날 차마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공교육감은 대신 부교육감을 앞장 세워 국제중 설립을 강행하겠다는 말을 기자들 앞에서 공언하였다. 학부모님들의 대의기구라 할 수 있는 교육위원회를 묵살해 버린 것이다. 민주시민 교육을 육성해야 할 교육청에서 민주주의를 짓밟아 버리는 일을 국민들 앞에서 이것 보란 듯이 저지른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육은 '신뢰'라는 풀밭에서 벗어나게 되면 위험하다. 찢어지고 다치며 부러지기도 한다. 교육청은 신뢰의 풀밭에 앉아 있는 교육위원들을 땅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국민들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교육은 공사판이 아니다. 공사판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앞서 말한 대로 신뢰의 풀밭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학부모들의 대의기구인 교육위원들을 협박할 일이 아니라, 그들의 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꼭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찾고 더 좋은 방법들을 더 좋은 교육을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생명이 넘치는 교육을 전하기 위하여!

 

 

국정감사 불참은 교육 무책임

 

공정택 교육감은 곧 교육위원회에 국제중 재심의를 요청한다고 한다. 며칠 전 교육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입원하였다. 그는 선거기간 중 국제중 설립을 공언하고 밀어붙이다가 온갖 의혹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국정감사는 한 해의 국정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감사를 통해 정부를 신임하도록 하는 기회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이런 방법으로 눈 가리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 국제중 문제를 슬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과 관련된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책임을 지고 발언해야 할 자리에 궐석하는 일은 공인이 할 처신이 아니다.

 

서울교육의 장이 교육청 교육위원회에다가는 재심의를 요청하고 사설학원과 사학에서 선거자금 차용 문제, 급식업체로부터 받은 격려금 등 물의가 일어날 것으로 분명히 예상되는 시점에서 국감에 불참하는 이런 일을 국민들이 양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낮아도 한참 낮은 정도의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국민들 앞에 무책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육위원회, 조삼모사에 조변석개하는 일 없어야

 

지금은 서울 초등학생들의 미래가 욕망으로 가득찬 성공이란 이름의 헛된 꿈보다는 푸른 풀밭에서 함께 뛰어 놀며 사랑스럽고 건강한 꿈을 수놓을 수 있게 교육계가 힘을 합하여 노력해야 할 때이다. 학부모님들이 사교육비의 지뢰밭에서 벗어나 가까운 학교에 통학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를 수 있도록 공정택 교육감은 교육위원들이 심의 끝에 결정한 국제중 설립 보류를 받아들이고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교육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기 바란다.

 

공정택 교육감이 교육위에 재심의를 요청한다고 하니 '조삼모사'란 고사가 생각난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많이 기르고 있었는데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앞으로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고 말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견딘다고 하였다. 그러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은 좋아하였다는 중고등학생들도 잘 알고 있는 고사성어이다.

 

설사 교육감님이 교육위원들을 동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스운 생각이 난다. 눈 앞에 보이는 차이만 바꾸면 결과가 달라지는가? 교육위원들이 심사숙고한 것은 본질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결과가 재현될 리가 없으리라 믿지만 재심의 요청에 대해 교육위원들이 잘못 다루어 공정택 교육감처럼 교육계와 국민들에게 부끄러움을 남기는 일은 없으리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임우택 기자는 국제중 반대 강북주민대책위 회원입니다.


태그:#국제중, #국제중, #공정택, #서울시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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