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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아침이면 꿩이나 야생토끼와 다람쥐들이 인사를 해요. 보시는 바대로 여기에 서서 보면 주위에 도시문명이 전혀 보이지 않죠. 이게 여기의 매력입니다.”

 

사정이 이렇듯 실제로 여기에 처음 찾아가려면 주인장의 위치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 그러고도 시골마을 갈림길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길을 놓치기 쉽다. 물론 표지판 덕분에 찾아가기가 훨씬 수월하고 재미있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차를 타고 꼬불꼬불 길을 찾아서 외진 산속 언덕으로 올라가야 만나는 곳이 여기다. 무슨 강원도 오지 산골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첩첩산중에서 은둔하여 살면서 생태를 추구하는 ‘귀농 부부’ 이야기도 아니다. 놀랍게도 안성 중심가에서 차로 10분이면 가는 거리에서 오붓하게 사는 부부 이야기다. 

 

사실 여기 위치와 주변 여건 때문에 놀란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특이해서 물어본 여기의 이름 ‘쌈디(http://cafe.daum.net/samedimatin )’. 그것은 불어로 ‘토요일’. 그러니까 평일처럼 빡빡하게 사는 삶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휴식하는 ‘토요일’처럼 살고 싶은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여기를 찾아간 날도 토요일(10월 25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표현은 이런 때 사용하라고 있는 속담일 게다. 

 

여기를 운영하는 부부의 내력 또한 예사롭지 않다. 부부는 모두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아내는 입시미술교사를 했고, 남편은 지금도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화가 이병채는 벌써 15회째 개인전을 열 만큼 내공이 쌓인 작가다. 갤러리 카페를 열게 된 것은 다 이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내력 때문이다. 거기다가 주변 어디에서나 작가의 작품을 쉽게 접하는 서양의 일상문화를 본뜬 것도 바로 ‘쌈디 갤러리 카페’의 정체다.  

 

여기 가면 전시, 관람, 공연 등이 모두 공짜인 것도 ‘놀람 목록’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모두 8명 작가들의 작품이 실내 공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매월 작품 전시 내용은 바뀌게 된다. 작품 전시와 관람은 기본이고 각종 소모임, 생일파티, 세미나, 음악 공연 등도 모두 공짜다.

 

앞으로 전문 작가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부터 일반인들의 작품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언제나 찾아가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여기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공간, 그래서 열린 문화 공간 창출이 그들의 기본 창립정신이 되는 것이다.

 

‘편안하게 쉬면서 편안하게 감상하는 공간’임을 강조하는 작가 이병채의 얼굴이 아주 편안하다. 그를 만나면 작가라는 생각보다 왠지 카페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분명 작가로선 프로지만, 카페는 난생 처음 경영하는 아마추어가 분명한데 말이다. 오죽하면 그의 지인들이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을 때 제일 잘 어울려”라고 했을까.

 

거기다가 아내의 음식 솜씨 또한 대단하다. 주요 식사품목이 되는 돈가스와 치킨가스의 맛을 본 사람들의 평은 하나같이 “맛이 야무지다”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도 음식을 잘해서 지인들의 주된 모임 장소로 이 가정이 선택되곤 한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

 

남편의 친절한 서비스, 아내의 깔끔한 요리, 직접 원재료를 섞어 만드는 커피와 차, 한적하고 조용한 주변 풍광, 음료와 음식의 ‘착한 가격’, 그리고 항상 전시되어 있는 작품 등은 여기를 또 가고 싶게 하는 주요 메뉴들이다.

 

“손님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고, 손님이 있으면 장사해서 좋고”.

 

위의 말은 부부가 공히 즐겨 쓰는 말이다. 여기가 어떤 곳이고,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를 놓고 평소 두 사람의 대화와 합의가 잘 이루어졌음을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듯 두 사람은 손발이 척척 맞다. 그래서 아내가 ‘갤러리 카페’의 대표고, 남편이 서비스 담당이다. 각자 주어진 '탤런트'를 분담하여 유감없이 발휘하는 부부의 공동작품인 것이다.

 

올해 10월 3일 시작한 ‘쌈디’가 거창하게 홍보를 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알려 소소하게 시작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완성된 ‘무엇’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은 게 아니라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하는 그들의 전략 때문이다. 그렇기에 ‘쌈디’가 식상하지 않은 신선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게 된다.

 

덧붙이는 글 | 현재 안성시 대덕면 신령리 신촌마을 숲속에 위치한 ‘쌈디’는 지난 10월 3일에 오픈한 ‘갤러리 카페’로서 전시, 공연, 각종 소모임 장소 제공을 무료로 하는 곳이다. 물론 관람도 무료다. 혹시 음식 예약이나 장소 사용에 대한 문의를 하려면 ‘쌈디’의 홈페이지(http://cafe.daum.net/samedimatin)나 전화(031-675-1128)로 하면 된다. 안성에서 ‘열린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쌈디(불어로 ’토요일‘)’로 금주 토요일에 한 번 떠나보자. 


태그:#쌈디 갤러리 카페, #화가 이병채, #박보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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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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