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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다 싶은 말도 여러 사람이 쓰면 ‘혹 내가 틀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김장철이 오고 있군요. 인터넷이나 아파트 게시판 등을 보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절인배추라는 낱말 대신에 절임배추라고 쓰더군요. 신문과 방송에서도 절임배추라고 쓰는 것을 봤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절임배추라고 쓰는 것을 보면 이 단어도 나름대로 지위를 확보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문법상 ‘절인배추’가 맞습니다. 굳이 절임이라는 단어를 쓰고자 한다면 앞 뒤 순서를 바꿔 ‘배추절임’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기 전에 유권해석(?)을 받아보고자 국립국어연구원에 간단한 문의서한을 보냈습니다. 다음은 그 내용입니다.

 

 - '절인배추' '절임배추'? 어떤 표기가 맞는지요?

 

 요즘 '절임배추'라고 표기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김치전용 냉장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20~30년 전처럼 각 가정에서 대량으로 김장을 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김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건강한 배추를 고르고, 잘 다듬고 좋은 물과 소금을 써서 절이는 과정입니다.

 

 아파트 살림이 일반화하다 보니 이 절차가 너무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제 시골에서 배추 농사 하시는 분들이 몸소 절여 택배로 보내주는 사업이 많아졌지요. 그런데 이  분들이나 이 분들과 관계되는 분들이 아파트 벽보판 등에 써붙이거나 인터넷 등에 올린 글을 보면 대부분 '절임배추'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상식으로 보면 '절인 배추'가 맞을 듯합니다만 상당 부분(느낌으로 보아 50~60% 정도) '절임배추'라고 씁니다. 그래서 마치 '절임배추'가 맞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문법과 어법에 맞는 말글을 챙겨보고 싶기도 하여 이렇게 문의를 드립니다. 바쁘시겠지만 좋은 답변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질문에 곧 국립국어원 이수연 선생이 명쾌한 답을 주셨습니다. 뛰어가는 사람을 보고 ‘뜀 사람’이라 하지 않고 ‘뛰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처럼, ‘절인배추’가 ‘절임배추’보다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성의 있는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한번 읽어 보시지요.

 

 - 안녕하십니까? 바른 언어생활에 관심을 갖고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의하신 경우는 ‘절인배추’라고 쓰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습니다.

 

 물론 ‘절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절임’은 동사 ‘절이다’의 어간(語幹) ‘절이-’에 앞 말이 명사 구실을 하게 하는 어미 ‘-ㅁ’이 결합된 명사형으로 쓸 수 있는 형태인데,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일. 또는 소금에 절인 배추’를 ‘배추절임’으로 쓰기도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문의하신 경우는 ‘절이다’라는 동사 뒤에 ‘배추’라고 하는 수식(修飾)을 받는 체언(體言)이 있으므로 ‘절이다’의 어간 ‘절이-’에 앞말이 관형어 구실을 하게하고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어미 ‘-ㄴ’이 결합한 ‘절인’을 써서 ‘절인배추’와 같이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것은 언어 표현에서 ‘뛰는 사람 / 입은 옷 / 깎은 사과’라고 표현하지, ‘뜀 사람 / 입음 옷 / 깎음 사과’라고 하지 않는 것과 통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국립국어원 이수연 드림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 말·글의 사용은 문화국가 시민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을 생활 속에서 누리는 것이지요. 향기로운 모습이기도 하고요. ‘절임배추’로 아시는 분들도 이런 내용을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사회신문(www.ingo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시민사회신문의 논설위원입니다.


태그:#절인배추, #절임배추, #배추, #김치,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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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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