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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에 대한 인상은 읽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시가 되었든, 수필이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언제 어느 곳에서 읽느냐에 따라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그런 인상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 곳을 떠올릴 때마다 혹은 그 곳을 지나칠 때마다 뇌리에 각인되었던 이미지가 색다른 감동을 주기도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 깊은 인상과 여운이 남는 것

 

가령 아름다운 여행지에서 유유자적하면서 읽었던 한 권의 수필집은 집안에서 펼쳐 읽었던 느낌과 사뭇 다르고, 낙엽지는 가을의 벤치에서 호젓히 읽었던 한 권의 시집은 또 다른 추억처럼 여운으로 남아 그 싯구를 떠올릴 때마다 책을 읽었던 장소도 함께 상기되기도 한다.

 

문학 모임도 그렇다. 어느 장소에서 모였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오래 간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문학단체는 처음 몇 사람이 모였던 음식점의 상호를 모임의 이름으로 정하고, 매달 펴내는 동인지 제목까지도 그 장소를 선택하여 문학모임의 고유명사가 되다시피 한 것을 보면 문학인들에게 있어 그 모임의 장소는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

 

어디 그뿐인가. 문인들이 잘 가는 카페, 허름한 식당, 심지어 막걸리 집까지 그 만남의 장소는 작품에도 곧잘 등장하리만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늘 모임도 그랬다. 대전문인총연합회에서 마련한 심포지엄 장소가 '글꽃중학교'였다. 나는 대전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이처럼 아름답고 의미 깊은 학교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국화 향기 그윽한 '글꽃중학교'에서 꽃피운 '문학의 향기'

 

10월 23일  오후.  마침 이 학교에서는 '글꽃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국화 향기가 그윽한 가운데 학생들의 문예 작품과 그림이 전시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학생들의 작품을 감상하다가 국향(菊香)과 예향(藝香)에 그만 흠뻑 빠져 정작 내가 여기 온 목적마저 잊을 뻔했다.  

    

 

대전문인총연합회(회장 김용재)에서는 매년 이런 뜻 깊은 문학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이 지역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다수 참석한다. 행사 내용도 단순히 먹고 마시고 떠들다가 헤어지는 진부한 행사가 아니다. 

 

전문성을 지향하는 학자의 견해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치열한 작가의식을 가진 문인들의 삶을 통해 느슨해진 내 삶의 의식을 한번쯤 곧추 세워 볼 수도 있는 자리다. 

 

경찰 직업인으로서 이런 행사에 참석한 이유

 

글을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는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매년 심포지엄에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언가 한 가지라도 크게 느끼고 얻어 갈 가치가 있는 행사라는데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언론사의 카메라는 다 어디로 갔는지 올해에도 보이지 않는다.

 

"대중 가수가 참석하는 행사라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겠지. 그러나 전문성을 지향하는 문학행사는 한계가 있지."

 

행사에 참석한 한 원로문인의 말씀이 의미 있게 가슴으로 느껴졌다.

 

올해 문학 심포지엄 주제는『대전의 문학, 과제와 전망』이었다.    

 

대전문인총연합회 사무처장(김명아 시인)의 사회로 회장(김용재, 시인)의 인사말에 이어, 강용식(한밭대학교 명예총장) 한밭문화회 회장과 최송석(대전문총 명예회장)의 축사가 있은 다음, 심포지엄이 진지하면서도 열띠게 진행됐다.

 

좌장에는 송백헌 문학평론가(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기조강연에는 김용재 시인의『지역세계화시대의 문학』▲ 제1주제 : 손종호 시인(충남대학교 교수)의『대전의 시와 시조, 과제와 전망』, 토론 : 김명원 시인(대전대 겸임교수) ▲ 제2주제 : 강태근 소설가(고려대 교수) 의『대전의 문학, 소설, 평론, 수필 과제와 전망』, 토론 : 이영조 수필가(배재대 겸임교수) ▲ 제3주제 : 김영훈 아동문학가(대전변동초등학교장) 의『대전 아동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토론 : 박진용 아동문학가(대전서중학교교감)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대전의 문학, 과제와 전망' 심도 있는 진단과 다양한 전망

 

김용재 시인은 문학인이자 영문과 교수로서 절실하게 느껴온 바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매년 노벨문학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노벨문학상은 세계화의 힘을 수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며, 세계화의 힘은 번역작업이다"라고 강조했고,

 

"대전광역시도 세계화 시대에 해외도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경제, 문화예술, 청소년, 체육 분야 등 다양한 교류를 맺고 있다. 대전시에서 발행한 '우리고장의 역사와 문화'(2006)에 의하면 해외 자매결연 도시가 10개나 된다."고 밝히면서

 

대전시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미국 시애틀 시에서 펴낸 'The Poem & The World'라는 시집을 표지와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손종호 시인(충남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프로수머"(prosumer)에 대해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producer)의 합성어로서 단순히 향유 차원에서 머물러 있던 소비자가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물을 스스로 만들어 즐기려는 생산자 역할을 하려할 때 적용되는 '생비자(生費者)'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한 현상임을 설파하여 많은 문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또한 "문화인, 문학인의 질적 수준문제"와 "전문가 의식의 퇴조", "매체의 다원화와 평단의 활성화" 문제도 심도 있게 진단했다.

 

 깊어가는 가을,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은 '대전문총의 문학행사'

 

강태근 소설가(고려대 교수)는 "우리 대전 지역에 다른 문학인들은 많아도 소설가의 숫자는 미미할 정도로 귀하다"고 말하고, '대전문인의 정체성', '소설작단의 문학공동체 형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진단과 향후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서 김영훈 아동문학가의 '대전 아동문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는데, "대전의 아동 문단은 순수성과 함께 가족과 같은 화합과 단결이 큰 강점이었다"고 말하고,

 

"문단활동에서 집행진을 구심점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 회지발간, 세미나 준비, 문학기행, 어린이 축전, 대전 어린이 백일장, 아동 문단 외 범 문학단체와의 결속 등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위세를 떨쳤다"고 강조하면서 이 지역 아동문학의 긍정적인 면도 자신감 있게 소개했다. 

 

긴 시간 진지하게 경청했던 문학인들의 소중한 심포지엄 내용을 더 이상 길게 옮기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진한 국화 향기가 교정에 가득했던 '대전 글꽃중학교'에서 열린 '대전문인총연합회'의 '2008심포지엄'은 앞으로 세월이 흘러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찾은 여행지에서 모처럼 인상 깊게 읽었던 한 권의 책처럼 그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국화향기 그윽한 가을날 시간을 쪼개어 지역의 문학행사에 참석해 보는 일도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SBS-U포터뉴스와 내고장 소식을 알뜰히 전해 주는 '디트뉴스 24'에도 소개합니다. 


태그:#윤승원, #문인, #청촌수필, #심포지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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