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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낯에 침 뱉으랴!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 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구절이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그리고 서글서글한 눈매.

 

그런 서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호통 갑원' 혹은 '버럭 갑원'으로 180도 표변했다. 하긴 원래 목소리가 크기는 하다. 그는 민주당에서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완주)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마이크가 필요 없는 의원으로 통한다.

 

'호남 갑원'에서 '호통 갑원'으로

 

KBS 사장 선임 문제와 YTN 해고사태 그리고 방통위 문제 등으로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화력이 집중된 국회 문방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민주당이 주도하는 '맹방위'로 만든 것도 서 의원이다.

 

6일 국감이 시작하자마자 맨 먼저 파행을 빚은 곳도 문방위다. 불씨는 나경원 의원(서울 중구, 한나라당)이 제공했다. "자료요청 협조가 충분하지 않다"는 서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에 나 의원이 "우리 야당 때가 생각난다, 참여정부는 (자료제출 비협조가) 더 심했다"고 맞선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자 서 의원은 "나 의원이 정부 대변인이냐, 모욕을 당했으니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호통을 쳤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고흥길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양당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7일 문방위 국감은 한나라당이 단독 국감을 강행하면서 파행을 빚었다. 국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YTN이 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현직 노조위원장 등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을 중징계하는 '도전'을 해온 것이 화근이었다.

 

서 의원은 "방송정책을 관장하는 문방위는 YTN 사태를 비롯해 정권의 언론장악을 철저히 감사하고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문방위에 'YTN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YTN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했으나 고흥길 위원장이 이를 묵살하면서 파행이 빚어졌다.

 

국정감사 상황실장으로 '군기반장' 총대 멜 수밖에

 

 

"지금 4명의 전경이 국감장 입구에 배치되어 있다. 이럴 순 없다. 신성한 국감장에까지 경찰이 동원되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고 분노가 인다. 이 사태에 대해서 해명하고 책임져 달라."

 

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국감도 파행의 연속이었다. 이날은 민주당 측 간사인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 민주당)이 <오마이뉴스>의 생중계를 허용하지 않은 점을 문제제기해 고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속개되었으나 이번에는 서갑원 의원이 고 위원장에게 국감장에 전경이 배치된 것을 따지면서 파행이 이어졌다. 서 의원이 버럭 화를 내며 강력히 항의하는 바람에 점잖은 고 위원장이 우황청심환을 먹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서 의원이 이처럼 호통치고 버럭 화내는 일이 많은 것은 그가 민주당 의원들의 국정감사 활동을 독려하는 '군기반장'이라는 악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내교섭단체의 수석원내부대표로서 민주당 국정감사 상황실장이다. 그러니 스스로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호통만 치는 것은 아니다. 13일 KBS 국감에서는 이병순 사장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방송에 대한 야당 대표의 반론권을 받아냈다. 이날도 꼬투리는 한나라당 의원이 제공했다.

 

KBS 기자 출신인 안형환 의원(서울 금천구,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의 연설 뒤 반론 성격으로 이어진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과의 인터뷰 방송 시간이 대통령 연설 방송보다 27초가 긴 8분 57초였다, 이야말로 편파적인 것 아니었느냐"고 따진 것이 화근이었다.

 

문방위 국감에서 KBS 경찰 투입의 불법성 확인하기도

 

서 의원은 즉각 "KBS 시사 프로그램에 나가서 인터뷰하는 것이 반론권인가. 어떤 프로그램에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 기본 예의지, 보통 때처럼 일반 프로그램하듯이 해놓고 반론권이라고 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모욕 아니냐"고 다그쳤다.

 

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나라당의 요구로 박근혜, 강재섭 대표에게도 같은 시간의 반론권을 제공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병순 사장은 "이번에 처음 해서 그런 것 같다. 절차와 형식에 대해서는 의원님의 말씀을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또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지난 8월 경찰병력 투입 당시 현장 지휘 책임자 등 2명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가 50일이 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추궁했다.

 

그는 또 "KBS 정관상 유재천 이사장은 집행기관이 아닌 의결기관인 이사장으로서 공권력을 요청할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이사회 및 유 이사장의 경찰 투입 요청권한이 없으므로 결국 경찰서장의 경찰 투입도 근거 없는 위법이다"고 주장해, 결과적으로 권혁부 KBS 이사가 경찰력을 끌어들인 '주범'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는 특히 KBS 이사회에서 "KBS는 허니문이 없는가" 등의 문제 발언을 한 권혁부 이사의 발언록을 공개해 한나라당 추천 몫으로 선임된 권 이사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선봉대'임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의 수석원내부대표실은 국회 본관 2층 민주당 국정감사 상황실 바로 옆에 있다. 그는 이 방에 머물면서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는 물론, 이번 국감의 '최전선'에 있는 문방위와 운영위, 두 상임위회의실을 번갈아 오르내리고 있다.

 

서 의원은 15일 쌀 직불금 문제가 터지자 "쌀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은 4만6000명이고 공기업 직원도 2600명이나 된다"며 "문제가 된 고위공직자 100여명 중에는 청와대 고위직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해, "장관이나 비서관 중에 쌀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은 없다"는 청와대 측의 신속한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는 '호통 갑원' 이미지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당에는 장관과 대장 출신 등 '점잖은 초선'들이 많아 국감 상황실장을 맡은 내가 '악역'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역구에서는 '한나라당과 제대로 싸운다'고 반응이 좋다"고 싫지 않은 표정이다.

 

이번 국감은 아직 중반이지만 성과가 미미한 '맥없는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83석 '소수 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국감에서 그나마 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데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군기반장 '길동 갑원'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태그:#국정감사, #서갑원, #길동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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