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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음악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관공서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주민과 함께 어울린다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 공무원들은 지난 2월 25일 음악 동호회 <Eagles Music Band>를 창단,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경, <Eagles Music Band> 김봉수 회장을 만났다.

 

'음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봉수(55·안양시 감사실 실장)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생활의 일부입니다. 음악 없이 세상 살아갈 수 있나요? 슬프거나 기쁘거나 항상 필요한 것이 음악입니다. 생활과 뗄 래야 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대답을 들으면서 딱딱하고 표정 없는 공무원이라는 선입견이 사라졌다.

 

김 회장 얼굴도 환하게 펴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악수 할 때만 해도 분명히 색소폰에 푹 빠져있는 김봉수이기보다는 '감사실 실장' 김봉수였다. 음악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우린 그저 약 40분 정도 음악에 대한 대화만 나누었을 뿐이었다.

 

음악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김 실장은 서서히 색소폰에 빠져있는 음악인 김봉수로 변해갔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공직생활로 잔뼈가 굵은 공무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근엄함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옅어졌다. 대신 그의 얼굴에는 소년 같은 호기심 어린 표정이 나타났다.   

 

호기심 어린 표정의 뿌리에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을 그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배울 때는 거의 미쳐서 배웠습니다. 새벽에 교습소 가서 1시간 연습하고 출근했습니다. 집에서 교습소까지는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였습니다. 새벽이슬 맞으며 교습소에 간 것이죠. 퇴근하면 부리나케 교습소로 또 갔어요."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건강해졌다며 환하게 웃었다. 색소폰에 열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지 않게 되고 악기 특성상 복식 호흡을 하게 되니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건강해 졌다는 것. 

 

색소폰을 배우기 이전, 김 회장은 노래방에 가면 마이크를 전세 내고 놓지 않는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평범한 중년이었다. 학창시절, 초등학교 때 하모니카를 잠시 불었고,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두 달간 배웠던 것이 그의 음악 전력 전부다. 하지만 음악은 어느덧 그의 평생 취미가 되었다. 또 그는 음악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느낀다고 한다.

 

"평생 취미를 구했다는 것이 큰 의미죠. 또,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성격이 굉장히 급한 편이거든요. 음악하고 나서는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감성도 풍부해 진 것 같아요. 색소폰 배우기를 참 잘 한 것 같아요. 만국 공통어인 음계가 보였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음악 좋아하는 공무원 6명이 색소폰 배우면서 이미 음악동호회 시작

 

<Eagles Music Band>는 지난 2월 25일 창단, 첫 연주회를 연습실에서 열었다. 하지만 태동은 2007년 2월 1일부터 시작됐다. 음악을 좋아하는 공무원 6명이 함께 색소폰을 배우면서 이미 <Eagles Music Band>는 창단을 위해 몸 풀기를 시작했던 것. 창단에 힘을 실어준 것은 2007년 12월 22일 부임한 이재동 안양시 부시장이다.

 

"직원들이 연습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부시장님에게 제안했어요. 흔쾌히 허락하셨지요. 부시장님이 굉장한 색소폰 마니아거든요. 시청 10층에 쓰지 않는 공간이 있어요. 옥상 옆 옥탑방 같은 공간이거든요. 올 1월부터 내부공사 시작해서 2월 25일날 창단하게 됐어요."

 

멋진 이름을 짓기 위해 김 회장은 현금 10만원을 걸고 이름짓기 공모를 했다. 하지만 좋은 이름이 들어오지 않아서 안양시 시조인 독수리(Eagles)를 팀 이름으로 지었다. 지어놓고 보니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며  김 회장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팀원은 2월부터 모집했다. 안양시 공무원들 내부 사이트(포동이) 취미방에 회원모집 공고를 했다. 이렇게 해서 모집된 인원이 창단식을 한 4월 21일까지 총 42명이다. 2월 25일 창단했지만 창단식은 4월 21일 했다.

 

<Eagles Music Band> 멤버는 세 종류로 분류된다. 김 회장과 함께 색소폰을 부는 섹스폰팀과 관악기로만 이루어진 관악기 앙상블팀, 락(Rock) 을 하는 락 밴드팀이다. 연습실도 팀별로 사용한다. 월요일은 색소폰팀이 화요일은 관악기 앙상블팀, 수요일은 락 밴드팀이 사용한다. 목요일은 색소폰 중급반이 강습 및 연습을 하고 금요일에는 드럼팀이 강습 및 연습을 한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했다. 5, 6월 달에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직원들을 위한 작은음악회를 했다. 7, 8, 9 월에는 더위 때문에 잠시 쉬었지만 10월 중순경부터 다시 시작, 추위가 닥칠 때까지 할 예정이다.

 

지난 8월 29일과 30일, 관악 페스티벌 기간에는 안양 평촌역, 범계역 부근에서 공연을 했고 9월 27일에는 병목안 시민 공원에서 가을 연주회를 했다. 또 10월 3, 4, 5일 안양시민축제 기간에도 각 팀 별로 공연을 했다.

 

실력을 좀 더 키워서 복지관 등을 찾아다니며 봉사차원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는 것이 김봉수 회장 꿈이다. 공무원 음악 동호회 <Eagles Music Band>를 만든 목적도 사실은 음악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라 김 회장은 전한다.

 

"창단 목적이 사실은 시민에게 음악으로 봉사하는 것입니다.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배운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보자는 뜻이 숨어 있지요. 또 '공무원'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음악으로 순화시키려는 의도도 있고요.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에는 복지관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는 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는 꼭 복지관에서 만나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인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안양시 공무원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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