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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7월 선거 때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7억 900여만 원을 빌려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마침 7일은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감이 실시된다. 

 

공 교육감의 이런 처신에 대해 지난 선거 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강남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투표할 땐 공정택을 찍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에 와서는 께름칙하다. 교육감이라면 선생이랑 학교 감독하는 사람인데 더욱 깨끗해야 하지 않나."

 

6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김형탁(49, 대치동)씨는 기자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의 이야기를 꺼내자 혀부터 찼다.

 

김씨는 이미 공 교육감이 입시학원 원장 등으로부터 7억 원의 돈을 빌려 선거를 치렀다는 뉴스를 알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는 김씨는 월 1백만원 가까이 사교육비를 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좋은 대학 나와서 이만큼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아들 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공 교육감에게 투표한 것은 애들을 그만큼 공부시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아침 뉴스를 보고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우리 아들이 특목고에 갈 성적은 아니다. 그래도 반에서라도 상위권은 유지하라고 무리하면서 과외 시키고, 학원도 보낸다. 안 그래도 뉴스에서 국제중이니 뭐니 해서 말이 많아서 그랬는데 처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아니깐 이제는 별로 믿음이 안 간다."

 

강남 학부모들도 "뒷말 나올 수밖에 없는 일, 공정택 잘못했다"

 

"또 편 나눠서 싸우는 것 아니냐", "그런 것보다 애들 잡아놓고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대다수 김씨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이날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5억원을 빌려준 최명목 종로엠스쿨 원장은 공 교육감의 제자이고, 2억원을 빌려준 성암학원 이재식 이사장은 공 교육감의 매제 되는 사람으로 입시 학원이 아닌 검정고시 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해명도 믿지 않았다.

 

학여울역 근처에 살고 있다는 이아무개(35)씨는 "이제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인데 벌써부터 교육비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교육감이라는 사람이 학원한테 돈 받아서 선거 치뤘다는 이야기에 일제고사나 국제중학교나 하는 것들에 대한 의심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최순애(45)씨는 "돈은 갚으려고 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9월 30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해 "국제중학교의 선발절차를 살펴보면 정책 뒤에 사교육 업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고 말했던 교육 평론가 이범 곰TV 이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선거기간에도 여러 번 우려스러운 상황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구체적인 액수가 나오는 등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 이사는 당시 토론회에서 "320명 정원 밖에 안 되는 두 학교를 만들면서 3배수 추첨제를 도입해 1천명 짜리 학교를 만드는 것과 유사한 사교육 유발 효과를 낸다"며 "학교장 추천, 생활기록부, 면접과 토론인 1·2 단계에서 사교육비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도 "국제중 입시는 학원가 내에서도 여러 종류의 학원들을 키워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3배수 추첨제를 통해 사교육비 방지하겠다고 (학부모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보통사람들은 파악하지 못할지 모르더라도 사교육 전문가가 볼 땐 학원가의 이해를 200% 순수하게 반영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교육청의 감시·감독을 받는 특목고보다 자율형 사립고가 그 이름에 맞게 학생 선발권을 얼마나 가지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이게 보도된 것보다 개악된다면 국제중학교에서 가졌던 의심이 다시 짙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시민단체, 7일 서울시 교육청 국정감사 맞춰 기자회견

 

공 교육감의 선거자금 문제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당장 교육·시민단체들은 즉시 공 교육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7일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가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7개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 교육감의 선거자금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제중 반대 강북대책위'의 김옥성 목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돈을 준 이들의 전 직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의 돈을 받은 공 교육감이 시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국제중 설립을 첩보작전 하듯 강행한 이유를 알겠다"며 "국제중학교가 설립되기 이전에 이 문제가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명백히 가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육감에게 5억원을 빌려준 최명목 종로엠학원 원장은 학원연합회 부회장을 지냈다.

 

박범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서울지부장도 "공 교육감의 선거비용의 70% 이상이 사교육업자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비록 빌린 돈이라고 하지만 대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 교육감이 이를 증명하듯 국제중학교 설립, 학교선택제, 일제고사를 강행해 사교육 업체의 배를 불려왔다"고 주장했다.

 

또 "공 교육감에 대한 철저한 국정조사와 검찰의 공명정대한 수사를 위해 7일 오전 9시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위원들에게 그를 기원하는 장미꽃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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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정택, #교육감 선거, #선거법 위반, #국제중학교,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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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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