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무엇이 있나요. 영화 <황색눈물>[2007. 이누도 잇신 감독]을 보니 눈을 가슴으로 돌리게 되네요. 심장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쿵쾅되면서 뛰고 있는지 잠깐 생각해보네요. ‘꿈이 빛나던 그 여름의 추억’속으로 영화는 관객들을 초대하네요.

주인공들 꿈이 있으면 불안하고 현실에 맞춰서 살면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잘 보여주지요.

▲ 주인공들 꿈이 있으면 불안하고 현실에 맞춰서 살면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잘 보여주지요. ⓒ 스폰지


도쿄올림픽을 한 해 앞두고 있던 1963년, 경제성장으로 밝은 미래가 결정된 것처럼 느껴지던 일본을 배경으로 만화가, 가수 지망생, 화가지망생, 소설가가 가난을 벗 삼아 모이네요. 그들은 단칸방에서 빈둥대며 공동생활하지요. 꿈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지만 신통치는 않은  현실, 경제에 몰두하는 분위기에서 꿈을 찾아가는 자의 불안감은 영화 전반에 녹아있어요.

그들은 웃고 떠들지만 끊임없이 흔들리지요. 가끔 건수가 생겨 술을 마시게 되면 자신들의 꿈에 취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흐뭇하면서 안쓰럽지요. 그리고 오늘날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젊은이들과 대조가 되네요.

꿈을 좇는 불안한 젊은이들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팍팍한 현실은 꿈을 꽁꽁 가두고 살아가게 하죠. 현실가능성이 높은 일을 꿈이라고 여기게끔 세상은 상상력을 묶으라 하죠. ‘개천에서 용 났다.’는 이미 단군 신화처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지요. 냉혹한 현실에서 용이 되는 것을 바라다가는 추어탕 되기 십상이니까요.

꿈이 없는 현실에서 이 영화는 잔잔하게 꿈을 돌아보게 하네요. 현실에서 꽃을 피우든 끝내 움이 트지 못하든 꿈은 소중한 거라고 ‘새삼’ 전하네요. 어린이용 서정만화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고 싶은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 분)는 팔리는 만화만을 강요하는 편집진에 의해 좌절되어도 자신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계속해서 그려 나가죠. 세상에 모진 냉대와 주류만을 인정하는 압박 속에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인상 깊네요.

"사람은 꿈이 있어야해." 자신의 소신이 있는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 분)는 무시와 몰이해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요. 그 모습이 참 인상 깊네요.

▲ "사람은 꿈이 있어야해." 자신의 소신이 있는 에이스케(니노미야 카즈나리 분)는 무시와 몰이해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요. 그 모습이 참 인상 깊네요. ⓒ 스폰지


다른 주인공들은 대단하지 않고 평범하기에 꿈을 좇는 일상은 시원찮지요. 그러나 실수투성이 젊은이들이 꿈을 향한다는 사실만으로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요. 비록 능력이 없었고, 그만큼 애를 쓰지 않았기에 꿈이 바스라지지만 그들이 실패했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요. 아마 꿈은 사랑과 비슷하기 때문이겠죠.

“사랑하고 상처받는 것이 상처받을 까봐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세태

그러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꿈은 있되 치열함을 갖고 세상을 향해 돌진하지 않아요. 이것은 시대상과 이어져 있지요. 60~70년대 일본은 베트남 전쟁 때 무기를 팔아 이득을 보는 부도덕한 일을 하고 미나마타병 같은 병이 돌면서 공업화의 피해가 속출했지만 새로운 사회를 바라는 학생운동은 모두 실패하는 상황이었죠.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는 그런 시대가 돼버린 거다. 많은 걸 시도해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며 안정된 분위기를 바라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무력해지는 것을 담아내지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청춘들의 무기력함은 오늘날에 더욱 강해졌지요. 꿈을 잃어버린 세대인 한국의 88만원 세대는 ‘열심히 살면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하는 희망조차 없지요. 그저 틀이 단단하게 굳어진 기준들에 자신들을 맞추기 급급하지요. 다른 곳으로 눈을 팔다가는 ‘낙오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세태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네요.

꿈은 젊기에 꾸는 것이고 살아 있으면 꾸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젊음은 육체젊음이 아니라 생각의 젊음이고 살아있다는 것은 ‘자신을 안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꿈은 별거 아니에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대화하며 움직이는 게 꿈을 이뤄나가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빈둥빈둥 주인공들은 꿈을 갖고 있지만 치열하게 매진하지 않지요. 그 모습이 솔직한 현실이라 아프고 시리네요. 그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면 꿈을 이뤘을까요?

▲ 빈둥빈둥 주인공들은 꿈을 갖고 있지만 치열하게 매진하지 않지요. 그 모습이 솔직한 현실이라 아프고 시리네요. 그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면 꿈을 이뤘을까요? ⓒ 스폰지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씨네21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색눈물 이누도잇신 일본영화 88만원세대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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