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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발 멜라민 공포로 식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제과의 대표적인 아이스콘 브랜드 '월드콘'에서 철수세미 조각이 발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제과는 소비자의 신고 직후 2만 원 상당의 과자선물세트만 전달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까딱하면 삼킬 뻔한 3cm 길이 철사 이물질

 

서울에 사는 직장인 K(여·26)씨가 월드콘에서 이물질을 발견한 것은 지난 11일 오후 4시경. 롯데백화점 ○○점 아이스크림 할인코너를 통해 해당 제품을 구입한 K씨는 26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딱 씹었는데 뭔가 빠져나와 뱉어 보니 3cm 길이의 철사 모양 쇳조각이었다"면서 "까딱하면 삼킬 뻔했고, 내 목을 다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더라"고 발견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K씨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불량식품에 대한 신고 자체의 어려움과 소비자 안전에 대한 대기업의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었다.

 

우선 신고부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이물질을 발견하고 여러 차례 제품에 나와 있는 번호대로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했는데 계속 ARS만 되풀이되고 상담원과 연결이 되지 않아 더 화가 나더라"면서 "월드콘에서 철사가 나왔다는 녹음을 남겼더니 그때서야 바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회사 차원의 '유감 표시' 또한 K씨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회사 관계자가 K씨와 만난 것은 다음날인 9월 12일. 물론 관계자는 여러 차례 "죄송하다"고 했고,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허나 회사 관계자가 들려준 '이물질 혼입 정황'은 K씨 입장에서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자기들이 아이스크림 만드는 것은 맞는데, 철사 조각이 껴 있는 과자는 하청업체에서 생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장에서 과자틀을 닦아내는 수세미에서 떨어진 쇳조각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다행히 어른이 발견해서 그렇지, 아이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떻게 했겠느냐. 같은 날 제조한 제품을 다 수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측 "과자틀 닦는 수세미에서 떨어진 듯... 리콜까지야..."

 

이제까지 이물질이 발견될 때마다 대형 식품회사들이 내세웠던 '핑계'는 주로 유통과정의 혼입이었다. 그러나 K씨가 청취했다는 회사 관계자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이번 사례는 유통과정이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K씨가 '리콜'을 요구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

 

그런데도 회사 관계자는 "그럴(리콜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증거 회수'에만 급급한 눈치였다는 것이 K씨의 주장이다. 그는 "회사 관계자가 이물질을 자꾸 들고 가려고 하면서도 그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이물질을) 더욱 넘겨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관계자는 회사 고객지원센터 명의의 과자선물세트 상자만 주고 떠났다.

 

"그냥 얼떨결에 (과자선물세트를) 받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 더 나더라. 무슨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어디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지만, 내가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리콜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그 이후 아무 연락도 없고, 완전히 '배 째라'는 식 아니냐.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K씨는 "차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심지어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는 말까지 전했는데도, 그 후 회사와 한 번도 통화하지 못했다"고 거듭 분통을 터뜨렸다.

 

보름 지나도록 '묵묵부답'... 롯데제과 고객서비스는 2만원 수준?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29일 전화통화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나름대로 원인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분으로부터 이물질을 전달받지 못해, 원인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계자는 "그럼 이물질을 전달받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신고자와 연락을 취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추석 연휴 등 여러 문제가 겹쳐 그렇게 된 것 같다"는 말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번에 이물질이 발견된 월드콘은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가격 인상을 한 제품이다. 작년만 해도 1000원이었던 월드콘은 연초 12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다시 1500원으로 인상됐다. 또한 롯데제과는 지난 7월 '씨리얼 초코'에 동전이 들어 있어 전량 리콜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이물질 파문'을 일으켰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K씨 사례에서 드러나듯 이물질 발견 등 고객 불만 접수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시스템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씨가 롯데제과에서 받은 고객지원센터 명의 '선물세트' 가격을 따져보니 총 12종 1만9700원. 롯데제과의 고객 불만 처리 비용은 '2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태그:#식품, #이물질, #롯데, #월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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