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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PD(정형돈) : 동료들은 다 출발했는데 2시간째 기획만 하고 있다. 그럴싸한 아이템이 나올 줄 알았지만 생각나는 건 진부한 것뿐이다. 정 PD 더러 하라고 떠밀던 전어 아이템이 살짝 아쉽다.

 

박PD(박명수) : 아름다운 눈을 가진 박 PD. 불법인 줄 알았던 강변 낚시는 불법이 아니었다. 장애인 주차구역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고 공공화장실도 잘 운영되고 있었다. 많이는 돌아다녔는데 제대로 된 아이템은 없다. 처음으로 발견한 주차위반 차량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은 'PD특공대'로 꾸며졌다. 도란도란 둘러앉아 기획회의를 하고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 서로를 유 PD, 노 PD라 부르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하다. 툭툭 내던지는 말 속에 대박날 것 같은 아이템이 나오기도 하고 모두가 고개를 젓는 '위인 노홍철' 같은 아이템도 나온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아이템 기획회의가 꽤 익숙하다. 마치 현장취재를 앞두고 내 머릿속에서 오고가는 생각들 같다.

 

'PD 특공대'편 보고 떠오른 나의 첫 현장취재

지난 4월, 나는 제23기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에 참가했다. 학교 외의 공간에서 처음으로 들은 저널리즘 수업이어서 많은 기대를 했고 아직도 매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같이 기자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만나 교류한 것도 좋았고, 선생님들로부터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한도전 'PD 특공대' 편을 보며 떠오른 강화도 현장취재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서 강화도를 누비며 강화도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써야 했다. 공동으로 취재를 해도 되는 거였지만 어쩌다보니 수강생 대부분은 개인 활동을 하게 됐다. 나는 현장취재 전날 밤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아이템을 생각해 뒀다. 하루 반나절 안에 취재를 끝내기가 힘들 것 같아 막판에 포기했지만 말이다.

 

선생님들의 차를 타고 현장에 나가기 직전까지도 어느 곳으로 갈까 고민은 계속됐다. 새로운 아이템을 생각하기엔 시간도 늦었고 강화도라는 곳도 낯설었다. 결국은 기사거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 강화도 시내로 가기로 하고 버스 터미널로 가는 시내 팀의 차에 올랐다. 시내 팀은 나를 포함한 4명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내쉬는 우리들 뒤로 선생님의 차는 멀어져갔다.

 

기획의 실수는 현장에서 극복

 

'현장 가보면 뭔가 있겠지!' 하나같이 큰소리로 외치던 이 말이 기억도 안 난다는 듯, 첫 시작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시내에서 별 다른 기사거리를 찾지 못하자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움직였다. '시내를 더 뒤져볼걸. 면으로 들어가면 교통도 불편한데.' 버스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이런 고민은 계속 됐다.

 

이쯤 되면 창밖을 스치는 모든 광경이 기사거리로 보인다. 그중 쓸 만한 게 없어 여정이 힘들어졌지만 저건 어떻게, 이건 어떻게 모든 걸 기사로 엮으려고 했다. 아이템을 확실히 정해두고 출발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회사에 남아 2시간동안 기획만 하던 정형돈 PD의 기분을 난 너무나 공감했다. 몸은 밖에 나와 있었지만 취재수첩엔 아무것도 적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가기 전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너무 많다

 

내 눈을 지나는 것들은 그저 단조로운 시골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어떤 게 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혈안이 되어 돌아다니긴 했지만 몇몇 발견한 아이템도 연이어 퇴짜를 맞고 사기가 떨어졌다. 봉사회를 취재하려다가 책임자인 수녀님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거부해 힘없이 돌아섰다. 오래된 사진관을 취재하려다가 '아들이 하는 거라 자기는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께 또 퇴짜를 맞았다.

 

결국 막판엔 이발소 아저씨와 취재랄 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계획적인 취재도 아니었고 인터뷰도 즉석에서 바로바로 질문한 거라 짜임새도 없었다. 오히려 아저씨가 대화를 이끌어 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주차위반 차량을 발견한 박명수 PD처럼 시골 이발소 아저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가보면 뭔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현장취재를 너무 만만하게 본 나. 결국 취재원에게 끌려가는 인터뷰로 뼈아픈 깨달음을 얻었다. 철저한 기획을 하고 나가도 변수가 있는 법인데 무작정 현장으로 나갔으니 잘 될 턱이 있나. 취재가 엉망이어서 기사도 똑같이 엉망이었다. 엉터리가 될 게 뻔해 쓰고 싶지 않았지만 교육과정이니 어쩌겠는가.

 

지금 필요한 건 뭐? '유 PD의 뚝심'

 

유재석 PD가 잘했다고 생각한 게 수많은 연세대 학생 중에 한 여학생을 찾아낸 것이다. 준비단계에서 다른 멤버들은 '야, 이거 어렵겠다'며 떠나갔지만 정준하 PD와 함께 '그 때 그 사람'을 기획의도에 맞게 완성시켜 갔다.

 

나 또한 '농작물 피해'를 파고들어 취재를 했더라면 맘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한편, 끝까지 파고드는 뚝심도 중요하지만 '안 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현장취재 가기 전 선생님이 주의를 주며 하신 말씀이다.

 

지금 다시 강화도에 가서 현장취재를 해오라면 어떨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야 뭘 해도 최소한은 얻을 수 있겠지만 낯선 곳에서의 현장취재라. 아직도 어려운 과제다.


태그:#현장취재,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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