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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가 '반시장' 꼬리표를 붙인 우리나라 교과서들.
 대한상의가 '반시장' 꼬리표를 붙인 우리나라 교과서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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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의 역사. 총칼로 잡은 정권도, 그런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체육관 대통령도 아니었는데 모든 것을 부정하고 지워 버리려는 그 무모함이 혼란스럽다. '좌파적출'이라고 했던가? 심재철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좌파적출론을 내세우며 지난 정권의 역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김대중·노무현 10년 정권은 역사에서 암적인 존재인양, 암적인 존재인 '좌파'를 양산한 배후인양 몰아 세우며 '적출'의 메스를 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역사 10년을 삽으로 돌덩이 파내듯이 그렇게 파내고 덮을 수 있는 것인지? '좌파'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모든 삶의 가치는 부정되어야 하고 사회로부터 영원히 적출되어야 하는 존재인지?

좌파적출의 메스를 든 이명박 정부

'김대중·노무현 정권=좌파 정권=좌편향 심화(교과서 좌익 이념 주입, 사회 전반의 좌경화).' 이 도식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고 난 이후 이전 정권을 부정하고 공격하는 유용한 수단이였다. 그런데 10년 내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게 덧씌워진 '좌파 정권'이라는 것은 실체는 있기나 한 걸까?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북한에게 퍼주기를 합법화한 대표적인 좌파정권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 정권의 두 가지 선언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9월 22일 제 13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내지역회의 개회사를 통해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비핵화선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 그간의 모든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만약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 좌파 정권의 대표적 산물이라면 이를 존중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은 좌파 정권의 아류쯤 된다는 말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좌파의 사상과 거리가 멀었다. 시장을 개방하고 신자유주의를 표방했다. 제국의 용병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을 남의 나라 전쟁에 파병시켰다. 노동의 유연성을 내세워 비정규직을 양산하였으며 친기업 정책을 일관했다. 이런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크게 다르다 할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좌파 정권이라고 하는 것은 좌파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모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10년의 역사를 좌파 정권의 산물, 좌편향이 심화된 것, 적출 대상으로 전방위적 공격을 내세우는 것은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여 보수적 이념을 강화하려는 측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개정 움직임도 좌편향된 역사 인식을 바로 잡는다고는 하나, 보수적 이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는 조급성의 발로가 아닌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또다시 독재자가 학살을 지시한다면?

국방부 경우를 보자. 지난 7월 말 23가지 책을 금서로 묶어 탐독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수거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안을 내어 놓았다. 그러나 이 발표는 곧 우스갯거리가 되었다. 해당 금서는 금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서점에는 금서 코너를 따로 만드는 진풍경을 만들어 냈다. 내 책은 왜 금서로 지정하지 않았냐는 항변에 이르기까지, 애초 군인에게 금서 목록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국민들에게 추천도서를 선정해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국방부는 각종 비난을 감수하면서 한발 더 나아가 역사교과서 25개 수정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9월18일). 그들이 제시한 25개 항목 중 역대 대통령 기술부문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우리의 보편적인 역사 인식과 너무나 큰 차이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역사 교과서 수정안(일부)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 정치를 하였다'→'전두환 정부는 일부 친북적 좌파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제주 4ㆍ3사건' →'대규모 좌익세력의 무장폭동 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

▲'이승만 정부는 남북분단 상황을 이용해 독재정권을 유지했다' →'이승만 정부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화'→'자유민주주의체제를 확립시킨 이승만 대통령'

▲'헌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저항' →'전두환 정부의 공과와 민주화세력의 성장'

/자료출처 : 뉴시스 2008.09.23

권력을 잡기 위해 광주를 피로 물들였던 전두환·노태우 정권. 간첩이 광주에 침투하여 반란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당시 땡전 뉴스에서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던 멘트이다. 30년도 지나지 않는 지금, 밝혀진 수많은 진실은 묻어 두고 '친북 좌파'를 끌어 들여 공포 정치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그들과 같은 독재자가 또다시 민중들의 학살을 명령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비난 섞인 질문에도 응당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저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 4.3사건 관련 연설 중 일부)

직접 선거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머리를 숙였다. 국가 기관 대통령의 사과는 정권이 바꾸었다고 하루 아침에 번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반대의 역사관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국방부의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국방부는 논란이 가열되자 5공 정권과 4.3사건에 대한 표현 일부를 고쳐 다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역사관이 크게 달라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통일부는 '상생·공영의 통일기조'를 실현할 의지가 있는가?

김하중 통일부 장관.
 김하중 통일부 장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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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도 여섯 종류 역사 교과서 58개 부분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라는 의견을 내었다. 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표적인 것이 이전 김대중 정권에서 쓰던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화해협력정책'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햇볕정책'과 '화해협력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다. 다만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햇볕정책'을 구태여 바꾸어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 밖에도 '북한의 문화는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통문화의 영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북한의 문화는 남한에 비해 개방돼 있지 않다', '북한 체제의 고착화' →'북한 유일지배 체제의 고착화', '박정희 정부는 통일문제보다 경제개발문제에 집착하였고' →'우선순위를 두었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다' →'1950년 북한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켰다'

등등의 의견 대부분이 보수적 시각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냉전과 분단을 청산하기 위해 닫혀 있던 문을 두드린 김대중 정부. 화해와 협력이라는 통일 기조를 제시했었다. 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통일 기조를 내걸었다. 정권의 성격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이명박 정부도 상생과 공영의 통일 기조로 통일 여정을 이어 간다고 했다.

통일의 기조만 본다면 화해와 협력으로 냉전 해소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와 번영 시기를 거쳐 상생과 공영의 역사로 간다는 통일 여정의 밑그림은 정권의 성격을 떠나 가슴 설레는 청사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상생과 협력의 통일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하의 통일부가 과연 이런 냉전적 사고로 얼마나 이를 이행하고 실현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통일부·대한상의 교과서 개정요구안
◇통일부 교과서 개정 요구 내용 일부

▲'햇볕정책' →'화해협력정책'

▲'북한의 문화는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통문화의 영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북한의 문화는 남한에 비해 개방돼 있지 않다'

'북한 체제의 고착화' →'북한 유일지배 체제의 고착화'

▲'박정희 정부는 통일문제보다 경제개발문제에 집착하였고' →'우선순위를 두었고'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다' →'1950년 북한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켰다'

◇대한상의 교과서 개정 요구 내용 일부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하지만)남북 정상회담은 방식이나 격식의 측면에서 북한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햇볕정책' →'일방적 대북지원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민간의 자발적 운동이었다. 오늘날 많은 나라들에 학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료출처 : 뉴시스 2008.09.23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개정요구안은 국방부나 통일부안 보다도 훨씬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보수성보다 주관성의 개입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한이 끌려 다녔다는 것. 햇볕정책이 일방적 대북지원이라는 것' 이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내내 보수세력의 정권흠짓내기의 단골메뉴였다. 일방적 시각, '…카더라'식 소문을 과학적 검증이나 개정의 절차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것은 역사 교과서 개정을 통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교과서 개정의 싱크탱크, 뉴라이트 교과서포럼

금성출판사가 발간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좌)와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우).
 금성출판사가 발간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좌)와 교과서포럼이 발간한 대안교과서(우).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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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교과서 개정 움직임이 단체나 집단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모아진 걸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뉴라이트계가 중심이 된 교과서포럼은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국 근현대사에 개정 작업은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3월 24일 교과서포럼에서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는 지금까지 곳곳에서 요구된 개정안의 초안이자 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대안 교과서가 어떤 내용과 기조를 담고 있는지는 아래 언론 기사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안교과서는 항일 운동에 대한 내용은 줄이고 이어지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승만과 박정희의 역할을 중심으로 설명, 이들 인물들의 역사적 과오를 지우고 역사적 의미에서 이들을 '사면복권'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폴리뉴스 2008.9.24

항일 운동과 임시정부의 정통성보다는 이승만을 중심에 두는 역사관. 근대화의 선구자로서 박정희. 친북 좌파 세력을 차단하고 사회를 안정시킨 전두환. 이런 역사관은 지금까지 교과서 내용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너무 다르다. 그러나 이런 황당한 역사 교과서 개정 요구는 뉴라이트가 주도하는 교과서포럼의 총론 아래 정부 각종기관. 보수 단체에서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뉴라이트계의 교과서포럼이 역사 교과서 개정의 싱크탱크인 셈이다.

그러나 교과서포럼이라는 단체가 학문성 성과가 축적되고 역사 교과서 개정을 진두지휘할 만큼 검증된 단체인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단체는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여 4.19단체에 격렬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로 있는 이영훈 교수는 일제 때 강제로 끌려간 정신대가 당사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한 매춘이였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 전체의 공분을 자아내었던 인물이다. 또 일제의 식민지배가 우리에게 근대화를 가져다 주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끊임없이 주창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내년 신학기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볼 수 있게 하겠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이런 미덥지 않은 단체가 내놓은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태세이다.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 나경원 의원은 현교과서의 이념 편향을 지적한 대한교과서 내용을 교과부에 전달하고 내년 1학기부터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다.

거대여당과 통일부·국방부가 나서고 경제 단체인 대한상의까지 입을 맞추는 역사 교과서 개정. 특별한 일이 없다면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에서 내놓은 개정역사교과서가 학생들의 책상 위에 놓일 것이다. 혹시 그 때 현행 역사교과서는 국방부에 의해 금서가 되는 것은 아닐는지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진보의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고, 보수의 가치를 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치 추구가 이전 정권이 쌓아놓은 전부를 부정해서는 되지 않을 일이다. 촛불이 한창일 때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거에 의해 뽑힌 합법적인 정권을 타도하자는 것은 체제를 부정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몰아 붙였다. 그런 정부와 한나라당이 합법적인 선거에 의해 구성된 이전 정권의 역사적 성과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이 설득력도 없고 사리에 맞지도 않다.

물론 역사교과서라는 것이 고정불변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사실과 합당한 개정 사유가 발생하면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법적으로 구성된 심의기관을 거쳐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홍수처럼 쏟아지는 역사교과서 개정안들은 색깔만 있을 뿐, 어디에도 개정을 뒷받침할 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 법적인 절차가 무시되기도 마찬가지다. 단지 '좌편향'을 바로 잡는다는 말만 있을 뿐… 오죽하면 역사학계에서 조차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라고 요구까지 하겠는가?    

5공을 겪은 나는 아이에게 전두환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교과서는 단지 아이들이 대학을 가기 위한 책이 아니다. 특히 역사교과서라는 것은 그 사회의 보편적 가치기준을 담고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 교과서가 바뀌고, 아버지와 아들의 역사의 가치기준이 다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두환이 학살자에서 좌경 세력에 발호에서 나라를 지켜낸 영웅으로 바뀌어 진다면,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겪은 5공 시절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가? 통일보다는 반공이 국시이며, 한반도 지도 위에는 철조망과 위쪽에는 뿔 달린 악마를 그려야 된다고 가르치는 가정교육을 정부는 원하고 있는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보자. '한일합방'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합법적 조치였다고 한다. 일제의 대한 무장 항거는 그들에게는 테러리스트로 기술되었다. '정신대'는 돈을 벌기 위한 자발적 행위였고 일본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 이런 일본의 역사교과서 기술 앞에서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단지 우리에게 불리해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조롱하기 때문에 분노하는가? 그건 아니리라. 그들은 침략을 왜곡하고 수탈과 착취를 은폐하여 역사의 면죄부를 받으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민특위를 해체시킨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를 추켜세우고, 우리 스스로가 광복의 의미를 축소한다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는 어디서 정당성을 얻을 것인가? 정신대가 자발적 행위였고 한일합방이 우리나라 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자고 한다면 어느 누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겠는가? 일본의 역사교과서 개정은 왜곡이고, 그런 역사관에 동조한 사람들이 내놓은 교과서 개정은 개선이고 올바른 정정인가?

일본이 역사 왜곡을 주도한 새역모(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는 일본 교과서 개정 이유로 역사의 어두운 면만 강조해 자학사관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뉴라이트가 주도하는 교과서포럼에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내놓으면서도 '자학사관 극복'을 내세웠다. 일본이 종군위안부와 난징대학살을 숨겨서 자학사관을 극복하고 자국민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이 허구라면 80년 광주 대학살을 묻어두고,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어두운 과거를 묻어두고 전두환을 영웅으로 이승만을 국부로 만드는 것 또한 허구라야 논리적으로 맞다.

때가 어느 때인데!

노무현 정권 시절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이런 말을 곧잘 했었다 "때가 어느 때인데…"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데…." 과거사를 규명하자던 요구에도 그랬고, 각종 악법을 정리하고자 할 때도 그랬다. 이념 논쟁을 하다가 나라 망한다고 펄펄 뛰었다.

그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보수의 이념에 맞지 않는 부분들에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조심해서 환부만을 도려내는 유능한 의사가 아니라 숫제 칼잡이의 서툰 칼춤에 가깝다. 광복절은 간데 없고 갑자기 튀어나온 건국절 논쟁은 국민들을 의아하게 한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역사 교과서 개정안 내용은 지금까지 가져온 가치관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무엇이 그리 급하고, 무엇이 그리 좌편향인지? 설명되지도 않고 이해도 구하지 않는 불도저식 역사 교과서 개정. 걱정이 앞선다. 

"때가 어느 때인데…"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데…" "이념 논쟁에 나라 거덜 난다" 10년 동안 한나라당이 수도 없이 반복했던 말.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은 요즘이다.


태그:#교과서 개정, #대안교과서, #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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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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