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주장하며 현실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 주장이 담고 있는 논리대로라면 가장 오래된 직업은 '포주'지요. 여성의 몸으로 이득을 얻는 남성들은 가려진 채 성매매는 이야기되기 쉽지요.

성매매 여성들을 성노동자라고 하듯이 포주들도 성고용주라고 해야 할까요. 영화 <이리나 팜>(2007. 샘 가바르스키 감독)을 보니 이러한 고민에 빠지게 되네요.

대딸방 성노동자, 매기

매기(마리안느 페이스풀 분)는 희귀병에 걸린 손자의 수술 경비를 위해 직업을 구하려 하지요. 며칠을 헤맨 끝에 간신히 찾아낸 일은 남자의 자위를 도와주는 일이지요. 이른바 '대딸방'이지요.

오랜 고심 끝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매기는 성노동자가 되지요. 매기는 벽에 난 구멍으로 남성들이 성기를 넣으면 맞은편에서 대신 자위를 해주지요. 매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면서 인기를 끌게 되네요.

무엇에 쓰는 구멍인고? 주인공 매기가 자신이 일할 장소에 있는 구멍을 바라보고 있다.

▲ 무엇에 쓰는 구멍인고? 주인공 매기가 자신이 일할 장소에 있는 구멍을 바라보고 있다. ⓒ (주)세종 커뮤니케이션스


영화에서 나약하고 자신감 없는 노년의 매기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점차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이 깊지요. 아픈 손자를 치료해야 하지만 돈이 없는 상황은 매기를 변화시키지요. 영화 초반에 '보잘 것 없는 할머니'였던 그녀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매력 있는 여성으로 달라지지요.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지요.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좋은 젤을 사용하고 더 만족감 높은 기술을 연마하지요. 노력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죠. 사람들이 몰리더니 스카우트 제의까지 오네요.

사랑의 위대함이 돋보여

그러나 이런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지요. 처음에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어서 아들부부는 물론 친구들도 피해 다녔지요. 나중에는 알려져 아들과 친구들에게 무안과 멸시를 받게 되고요.

"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니?"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 친구들을 피해다니는 매기, 그러나 곧 어디서 일하는지 알려지게 된다. 뒤에서 수근거리고 멸시를 하지만 매기는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밝히고 생활한다.

▲ "너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니?"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 친구들을 피해다니는 매기, 그러나 곧 어디서 일하는지 알려지게 된다. 뒤에서 수근거리고 멸시를 하지만 매기는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밝히고 생활한다. ⓒ (주)세종 커뮤니케이션스


부끄러움과 외로움을 매기가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덕분이었지요. 손자에 대한 사랑, 그리고 포주 미키(미키 마뇰로비치 분)와 황혼 사랑으로 그녀는 어려움을 이겨내지요.

손주에 대한 내리사랑은 여러 영화에서 다뤄져 왔지만 포주와 성노동자의 사랑은 정말 독특한 설정이지요. 고용주와 성노동자라는 미묘한 관계이기에 평범한 할머니인 매기가 미키에게 거리를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외로움을 알게 되지요. 머뭇거리지만 만남은 이어지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죠.

예전에 매기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선택하는 결말은 감동을 주며 뭉클하지요. 그녀의 결단은 누구의 부인, 누구의 어머니라 불리며 누군가에게 종속된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되는 아름다운 순간이지요. 영화는 노년의 성노동자를 내세워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네요.

포주와 성노동자 주인공 매기는 포주인 미키와 사랑에 빠진다. 황혼에 불붙은 사랑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 포주와 성노동자 주인공 매기는 포주인 미키와 사랑에 빠진다. 황혼에 불붙은 사랑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 (주)세종 커뮤니케이션스


남성들의 일그러진 성문화 성찰해야

이 영화는 성노동자는 '더럽고 부끄러운 일을 하는 사람'이란 인식을 넘어서 새로운 시선을 화면에 담지요. 허름한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성욕에 취한 남성들의 긴 줄과 우아하게 앉아서 책을 보는 매기의 모습을 대조가 되며 도대체 누가 누구를 더럽게 여기는지 돌아보게 하지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되었어요. 경찰은 민간 치안 전문팀 스텔스도 출동시켜 단속을 크게 하고 있지요. 하루 아침에 성매매가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일그러진 성의식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지요.

성매매라 하면 꼭 성기들끼리 결합만을 의미하지 않지요. 수많은 방법으로 돈과 성이 교환 되는 현실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어야겠지요. 여성들을 성노동자로 만드는 남성들의 성욕에 대해 반성을 하여 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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