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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단행된 KBS 팀원 인사를 둘러싼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KBS 기자협회가 지난 21일 오전 보도본부장실 앞 피켓시위를 시작한 데 이어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도 '집단행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작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KBS PD들은 23일 오전 11시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긴급 비상총회를 열고 ▲ 17일 단행된 인사조치 철회 ▲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 폐지 논의 중단 ▲ 감사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KBS 사원행동 징계절차 중단 등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PD들은 이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집단 제작거부'를 포함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사측에 경고했다.

 

12시 15분에 시작된 이날 총회는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총회에는 100여 명의 PD가 참석했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이렇게 많은 PD들이 모인 것은 지금 KBS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의 방증"이라면서 "총회에서 좋은 의견 주시기 바란다"는 말로 개회를 선언했다.

 

총회에 참석한 PD들은 한결같이 지난 17일 단행된 인사 내용을 성토하는 한편 최근 사내에서 돌고 있는 가을 개편 논의에 우려를 표명하고 "구체적이고 강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데 인식을 함께했다. KBS PD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75%에 이르는 PD들이 기수별, 본부별로 '인사 규탄'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부당한 탄압, 제작거부로 맞선다'는 결의문 올려

 

PD들의 고민은 무엇보다 '과연 어떻게'와 '어떤 방식으로'에 모아졌다. 이에 대해 PD 개인의 의견이 쏟아졌다.

 

"라디오 위원회를 통해 (인사문제를) 지적하려 했으나 진행되지 않았다. 사측에서 거부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뭔가 PD들이 공동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고민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편성위원회에서 인사 문제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보도본부 라디오본부 TV제작본부 모두 가능하다. 여태까지도 제기해 왔다. 그런데 이것 자체가 부결되고 있다. 이제 다음 절차는 노사 공방위 안건으로 다뤄야 하는데 지금의 노동조합이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새로 취임한 PD협회 집행부를 향한 질타도 나왔다.

 

"집행부의 활동에 불만족스럽다. 기자협회는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피케팅도 해서 '재발방지' 약속도 받아내지 않았느냐. 얼마 전 후배 PD들이 낸 성명서에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던 선배들은 다 어디로 갔냐'는 표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기인데 우리 PD들이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상식과 논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 우린 너무 신사적이다. 이렇게 가면 100전 100패다. 집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날짜를 박아 집단으로 제작 거부 시도해야 한다. 양승동·이강택·현상윤·최용수… 이런 PD들 놓치면 안 된다. 물러나면 놓친다."

 

PD들 사이에서 구체적인 '제작거부 투쟁'이 언급되자 약간의 이견도 펼쳐졌다.

 

"90년 4월 투쟁 때는 노조 중심으로 투쟁했다. PD들은 당연히 '제작 거부'라는 행동으로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표현 수위에 유의해야 한다. 섣불리 하기는 위험할 수 있다."

 

일부 PD들은 "<한겨레>나 <경향>에 다시 한번 광고를 내자" "민주광장에서 구성원들 대부분이 모이는 성토대회를 준비하자"는 의견도 냈다.

 

폐지설이 나오고 있는 <시사투나잇> 막내 PD는 "한창 일 배울 시기에 회사와 싸우는 것부터 배우고 있다"면서 "편성 시에는 당연히 제작진들과 논의를 해야 하고 (폐지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아닌가. 그렇지 않을 경우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D협회는 총회가 끝난 직후 '부당한 탄압, 제작 거부로 맞선다'는 제목의 결의문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한편, 어제(22일)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시사투나잇> 제작진은 오는 금요일까지 회사 측의 책임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보도본부장실 앞에서 릴레이 연좌시위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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